최근 예·적금 금리가 낮아지며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안정적인 은행권 신종자본증권에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25일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29일 3580억원 규모 상각형조건부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국민은행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 신용등급은 ‘AA-(안정적)’이다.당초 3400억원 규모로 발행하기로 했는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증액됐다. 국민은행은 지난 21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총 6540억원의 주문을 확보했다. 5년 중도상환옵션 증권이고, 표면이자율은 4.22%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30년 이상으로 채권처럼 매년 투자자에게 일정한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5년 뒤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일반 회사채와 달리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자본으로 인정돼 재무지표를 개선해 준다는 장점이 있다.
KB국민은행 BIS 총자본비율은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지난 3월 말 기준 17.46%에서 0.15%p 상승할 전망이다. BIS 총자본비율은 총 자산 중 자기 자본 비율로 은행 건전성 지표 중 하나다. 기본자본비율 역시 14.90%에서 15.05%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달 26일 27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발행을 결정했다. 내달 4일 수요예측을 시행할 계획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4000억원 규모로 증액 가능성도 열어놨다.
5대 시중은행 중 올해 가장 빨리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 신한은행은 지난달 5년 후 중도상환이 가능한 영구채로 고정금리 연 4.19%인 신종자본증권 4000억원을 성공 발행했다.
신한은행은 본래 2700억원 규모로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7480억원(2.8배수)의 유효 수요가 몰려 최종 발행금액을 4000억원으로 증액했다.
BNK부산은행도 지난달 29일 5년 중도 상환 콜옵션이 부여된 신종자본증권 형태의 한국형 녹색채권 1000억원을 연 4.37% 금리로 발행했다. 수요예측에서 발행금액 3배에 달하는 3360억원의 수요가 몰려 흥행에도 성공했다.
올해 은행권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잇따르는 건 콜옵션 만기 도래 물량 차환을 위한 발행과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은행권 손실 흡수능력 제고를 위해 오는 5월까지 경기대응완충자본(Countercyclical Capital Buffer·CCyB) 적립 수준을 1%로 상향했다.
CCyB는 신용팽창기에 은행에 추가 자본을 최대 2.5%까지 적립하도록 하고, 경색 국면에선 적립 의무를 완화해 자금 공급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올해 말부터는 스트레스완충자본까지 도입될 전망이다.
투자자 수요도 높다. 예적금 금리가 하락하면서 높은 금리를 쫓는 개인 투자자 관심이 높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3.5%대에 머물고 있다. 기준금리 수준이다.
금융사 파산 위험 가능성도 거의 없어 안정적인 투자 상품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은 만기 전 중도해지나 담보대출은 불가능하다”면서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금융당국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할 경우 원금을 잃을 위험(상각)도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