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조이는 금융권…벼랑 끝 내몰리는 취약차주

대출 조이는 금융권…벼랑 끝 내몰리는 취약차주

900점 넘어도 은행 대출 어려워
건전성 관리로 제2금융권도 대출 조여
한계 내몰려 문 닫는 자영업자…폐업 사유 공제금 1조 돌파

기사승인 2024-05-31 06:00:21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늘고 있는 가운데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에 중고 주방용품이 쌓여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신용점수가 낮은 취약 차주들이 1금융권은 물론 2금융권에서도 점점 더 대출받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취약차주들이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단기 카드 대출로 몰리면서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 시중은행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은 10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3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지난 2월 말 3.4%로, 2014년 11월(3.4%)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이상 원금 연체를 기준으로 한 일반은행의 카드 연체율은 지난해 2월 말 2.5%에서 1년 만에 1%p 가까이 상승했다. 이대로 연체율이 오르면 2003년~2005년 카드대란 당시 최고치인 3.8%(2005년 8월)를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은행들의 신용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개 시중은행의 지난 3월 기준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의 평균 신용점수는 927.6점(KCB 기준)이다. 인터넷은행 3사 평균은 906점을 기록했다. 5대 시중은행 및 인터넷은행 3사 전체 평균은 △11월 896.8점 △12월 898.6점 △1월 904.1점 △2월 916.8점 △3월 919.5점으로 점차 오르는 추세다. 통상 1000점 만점인 신용점수에서 950점을 넘는 이들은 초고신용자로 분류된다.

‘마이너스통장’ 이용자 신용점수도 높아지는 추세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지난 3월 신규로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한 사람들의 평균 신용점수(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는 955.8점으로 전달(953.6점)에 비해 2.2점이나 올라갔다.

시중은행 뿐만이 아니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을 줄였다. 저축은행들은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영향으로 영업환경이 악화하면서 서민 대출을 조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상호저축은행의 지난 3월 여신 잔액은 101조3777억원으로 2021년 12월(100조5883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취약계층 가운데 금융권의 대출 축소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이들은 소상공인들이다. 소상공인들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여파에서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개월 이상 연체된 개인사업자 대출 총액은 지난 3월말 기준 1조356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9870억원)과 비교했을 때 37.4%(3690억원)이 증가했다.

소상공인들의 마지막 보루인 ‘노란우산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액 규모는 이들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액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1∼4월 지급액도 5442억 원으로 전년 동기(4539억 원) 대비 19.9% 늘었다. 같은 기간 공제금 지급 건수는 4만2888건으로 전년(3만9148건)보다 9.6% 증가했다. 폐업으로 인해 공제금 지급액이 늘어난 것은 퇴직금을 깰 정도로 한계 상황에 몰린 소상공인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경기침체 국면에서 정부 지출 감소로 내수가 더욱 위축되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내수 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며 “정부는 재정을 확충해 지출을 늘려 경기 부양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