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 인터넷은행 출범을 두고 경쟁이 치열하다. 곧 금융당국이 제시할 새 인가 기준안에 관심이 쏠린다. 당국은 꾸준한 자본조달 능력과 개인사업자 등 ‘씬파일러’(금융거래이력부족자·thin filer)에 대한 정교한 신용평가 모델 개발에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제4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겠다고 밝힌 곳은 더존뱅크·U뱅크·소소뱅크·KCD뱅크 컨소시엄 등 4곳이다. 이들 컨소시엄은 모두 소상공인 대출 특화은행을 내세우고 있다. 기존 은행들과 차별성을 둬야 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의 관심도 뜨겁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농협은행 등이 컨소시엄 참여 의사를 밝혔거나 긍정 검토 중이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전문기업 더존비즈온이 참여하는 더존뱅크 컨소시엄에는 신한은행이 참여를 거의 확정지었다. U뱅크 컨소시엄 참여사는 렌딧,자비스앤빌런즈(삼쩜삼), 현대해상 등이 참여한다. 추가로 IBK기업은행도 합류 가능성이 높다.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추진하는 KCD뱅크 컨소시엄에는 우리은행이 참여의사를 밝혔다. 소소뱅크 컨소시엄은 소상공인·소기업 관련 35개 단체 연합으로 구성됐다.
당국이 은행권 신규 플레이어 진입 촉진을 고려하는 것은 금융혁신, 경쟁촉진 그리고 소비자편익 증진을 위해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7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방안’을 발표해 시중·지방·인터넷전문은행의 신규인가 문턱을 낮췄다. 기존에는 금융당국이 공고를 내고 신청을 접수했다면, 앞으로는 신청을 ‘상시 접수’하고 도전자가 나오면 심사를 거쳐 인가를 내주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기존 인터넷은행 3사는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 이자수익에 의존하는 시중은행과 크게 차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3곳 중 2곳(케이뱅크, 토스뱅크)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목표치에 맞추지 못했다. 정우현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 국장은 이날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에서 기존 인터넷은행에 대해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하며 “인터넷은행이 대환대출로 주담대를 끌어오는 영업 방식은 혁신이나 포용적 금융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를 반영해 이번 제4 인터넷은행 인가에서 제일 중요한 관건은 자본조달 능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법적 최저자본금은 250억원이지만, 다른 인터넷은행들은 초기 자본금 2500억~3000억원부터 시작했다.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시중은행들이 컨소시엄에 합류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정 국장은 “인터넷은행이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때 자본확충이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면서 “만약 새로 진입하고자 한다면, 초창기 자본조달뿐만 아니라 서비스 중에도 계속 자본 확충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금융권이 접근하지 못한 개인사업자, 학생, 경력 단절 여성, 외국인 등 씬파일러에 대한 정교한 신용평가 모델 구축도 신규 진입자에 대한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 중 하나이지만 기존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가 미흡한 부분으로 평가되는 분야기도 하다.
이진수 금융위원회 은행과 과장은 “인터넷은행 도입 7년 동안 소비자들의 이용 편의성 측면에서 확실히 인터넷은행이 메기효과를 발휘했다”면서도 “인터넷은행들은 여러 대안신용평가모델을 활용해, 중저신용자와 씬파일러에 대한 대출을 많이 하겠다고 스스로 전략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비대면 한계 때문인지 개인사업자나 소상공인 등에 대한 대출이 상당히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과장은 “개인사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은 연체율이 경기에 상당히 민감하다는 특성이 있다”면서 “과연 어떻게 신용평가 모델을 정교하게 구축하고 실현 가능한지, 자본건전성 관리를 잘 할 수 있을지가 평가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등 사례에서 봤던 것처럼 ‘디지털 뱅크런’ 등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대비 △범죄 악용을 막기 위한 전산시스템 내부통제 강화도 인가 과정에서 중요하게 보겠다는 입장이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