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올해 상반기 기준, 5대 시중은행 중 업무추진비(구 접대비)를 가장 많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5년 연속 업무추진비 1위를 차지했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상반기 업무추진비로 525억원을 썼다. 전체 은행권 (816억7000만원)의 64.7% 규모다.
우리은행이 16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두 번째인 국민은행(112억원)과 55억원 차이다. 뒤이어 하나은행 92억4000만원, 농협은행 85억9000만원, 신한은행 67억7000만원 순이다.
5대 은행은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접대비(업무추진비)를 사용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업무추진비는 감소 추이를 보이다가 최근 2년간 다시 반등했다. △2019년 1240억7000만원 △2020년 1055억9000만원 △2021년 1011억2000만원 △2022년 1146억8000만원 △2023년 1221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5년 연속 접대비 1위를 차지했다. △2020년 345억8000만원 △2021년 312억9000만원 △2022년 369억4000만원 △2023년 372억5000만원으로 꾸준히 300억원대를 유지했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200억원대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100억원대에 머물렀다.
특히 우리은행은 최근 빈번한 금융사고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만큼 비판 소지가 더 크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은행에서 최근 4년간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에 내준 대출 350억원이 부적정 대출로 파악됐다. 다른 계열사인 우리금융저축은행과 우리캐피탈에서도 모두 14억원의 부적정 대출이 추가로 드러났다. 또 이달 55억원대 금융사고, 지난 6월에는 경남 지역 영업점 100억원대 횡령 사고 등이 잇따라 발생했다.
우리은행 측은 단순 비용처리 방법의 차이라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접대비, 회의비, 급식비, 광고선전비 등 전체 대외활동 경비는 타은행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접대비는 2022년 세법개정안에 따라 지난 1월부터 업무추진비로 명칭이 바뀌었다. 업무추진비는 기업의 대외 활동과 관련된 비용으로 식사나 술자리, 골프, 명절 선물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일종의 로비자금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금융기관의 업무추진비 집행과 관련해 금액 한도 등 구체적 기준은 없다. 고객의 대출 이자 등 수수료로 이익을 거두는 은행의 업무추진비 운영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은 예전부터 제기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022년 국정감사에서 불건전 영업 소지는 없는지 금감원이 들여다 봐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시행령이나 시행세칙을 점검하겠다고 답했지만 진척이 없는 상태다.
김현정 의원은 “최근 들어 속속 드러나고 있는 횡령, 부당 대출, 불완전판매 등으로 인해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사회적 질타가 커지고 있다”며 “금융업권은 기본적으로 고객 수수료 등이 이익 창출의 기반이기 때문에 접대비용이 과다하게 지출되고 있는지, 부당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등을 더욱 엄격하게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