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재밌었던 시리즈다. 모든 걸 쏟아부어서 후회는 없다”
LCS(북미) 1시드 플라이퀘스트는 20일 오후 9시(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아디다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8강 젠지e스포츠와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2-3으로 석패했다.
이날 경기는 사실 젠지의 압도적인 우세로 점쳐졌다. LCK 5연속 우승 등 최강자로 자리한 젠지를 플라이퀘스트가 이길 거란 예상은 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경기에 들어서자 플라이퀘스트는 그들만의 ‘밴픽쇼’로 젠지를 벼랑 끝까지 몰았다. LCS가 LCK 팀을 상대로 롤드컵 토너먼트에서 승리한 것은 2018년 이후 6년 만이었다. 플라이퀘스트는 미드 세라핀·제리, 정글 누누·피들스틱, 탑 세트 등 숨겨둔 조커픽을 모두 꺼냈다. 비록 2-3으로 무릎을 꿇었지만, 플라이퀘스트의 놀라운 경기력에 파리 팬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 후 쿠키뉴스와 인터뷰에 임한 ‘쿼드’ 송수형은 “서양 팀이 동양 팀을 상대로는 무조건 무언가 해야 한다. 보는 사람 입장도 그렇고,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도 오늘 플라이퀘스트는 재밌는 밴픽을 꺼냈다. 최선을 다했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세라핀과 제리 픽에 대한 재밌는 일화도 밝혔다. 송수형은 “호텔에서 운동하면서 ‘아리·사일러스를 카운터 칠 수 있는 챔피언’을 생각했다. 아리 상대로는 세라핀을, 대 사일러스전에는 제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커픽을 다 꺼냈다. 죽어도 세라핀과 제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제리할 때도 ‘인스파이어드’가 카시오페아 각이라고 했는데, 무조건 제리할 거라 했다”며 미소 지었다.
송수형은 “1세트를 이기고 믿기지 않았다. 기분도 들떠있었다. 하지만 다들 티를 안 내고 첫 판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인게임 피드백보다, 밴픽이나 멘탈 케어를 중점으로 뒀다”고 했다.
‘쵸비’ 정지훈과 친분이 깊은 송수형은 그와 미드에서 팽팽하게 맞붙었다. 당시를 돌아본 송수형은 “큰 무대에서는 라인전을 강하게 하기 힘들다. 하지만 정지훈은 라인전이 참 강하더라”면서 “생각보다 밀리지 않았는데 5세트에 좀 많이 밀렸다. 경기 끝나고 포옹하면서 ‘수고했다’ 인사를 나눴다”고 언급했다.
송수형은 올해 플라이퀘스트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서머 시즌부터 1군에 콜업돼 경기를 치렀고, 결국 롤드컵 8강이라는 성과를 냈다. 그는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내가 다시 롤드컵에 못 올 수도 있다. 그래서 ‘언제 다시 이런 곳에 올 수 있겠나’ 싶어서 후회 없이 즐기려 했다”며 “우승할 수 있는 가장 높은 확률이었는데 져서 아쉽다”고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올해 이루려고 한 것을 다 이뤘다. 내년에도 꾸준히 열심히 하겠다. 이게 끝이 아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해주면 감사드리겠다”고 미래를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