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가 또다시 굵어졌다.
삼성 라이온즈는 21일 오후 6시30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KIA 타이거즈전에서 6회초까지 1-0 앞서가고 있다.
올해 한국시리즈는 정규리그 우승팀 KIA와 2위 삼성의 맞대결로 펼쳐진다. 두 팀은 1993년 이후 31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한다. KIA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만큼 체력적인 이점이 있다.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를 격파하고 온 삼성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대망의 1차전, KIA는 올 시즌 평균자책점 1위(2.53) 제임스 네일을 내세웠다. 네일은 지난 8월24일 NC 다이노스와 정규리그 경기에서 타구에 턱을 맞고 턱관절 골절 부상을 당했다. 약 2개월의 기간 동안 한국시리즈 복귀에 초점을 맞추고 재활을 진행한 네일은 고대하던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섰다. 타순은 박찬호(유격수)-소크라테스(좌익수)-김도영(3루수)-최형우(지명타자)-나성범(우익수)-김선빈(2루수)-최원준(중견수)-김태군(포수)-서건창(1루수)으로 짰다.
삼성은 ‘다승왕(15승)’ 원태인으로 응수했다. 원태인은 앞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 등판해 6.2이닝 1실점 호투를 선보인 바 있다. 컨디션이 좋은 만큼, 박진만 감독은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 중책을 그에게 맡겼다. 타선은 김지찬(중견수)-김헌곤(좌익수)-디아즈(1루수)-강민호(포수)-김영웅(3루수)-박병호(지명타자)-윤정빈(우익수)-이재현(유격수)-류지혁(2루수)으로 구성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무릎을 다친 구자욱은 대타로 대기한다.
이날 많은 비 예보는 없었으나, 막상 경기 시간이 다가오자 상당한 양의 비가 내렸다. 방수포가 설치됐다 걷혔다는 반복한 끝에, 오후 6시30분이 훌쩍 넘은 오후 7시36분께 마침내 경기가 시작했다.
삼성이 초반부터 기회를 날렸다. 1회 선두타자 김지찬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2사 후 강민호가 2루타를 때려 2사 2,3루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김영웅이 네일의 스위퍼에 속아 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3회에는 1사 3루 기회에서 김헌곤이 투수 땅볼, 디아즈가 우익수 뜬공에 그쳤다.
KIA도 아쉬운 순간이 있었다. 2회말 2사 후 김선빈이 홈런성 타구를 때렸다. 김선빈은 1루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할 정도로 홈런임을 확신했다. 하지만 비의 영향 때문에 타구는 좌측 담장 상단을 맞고 튀어나왔다. 비디오 판독까지 진행했지만, 결국 홈런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후속타자 최원준이 2사 3루에서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나면서 선취점에 실패했다. KIA는 3회말 1사 2루, 4회말 2사 1,2루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양 팀 선발투수들의 호투가 빛났다. 네일은 시속 140km 후반대 투심과 스위퍼를 섞어 던지며 삼성 타선을 공략했다. 몸쪽, 바깥쪽 가릴 것 없이 제구도 준수했다. KIA 타자들 역시 원태인의 구위에 눌려 쉽사리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원태인은 시속 145km 안팎의 패스트볼에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섞어 KIA 타선에 맞섰다.
여기서 김헌곤이 삼성 영웅으로 등장했다. 6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한 그는 네일의 가운데 몰린 시속 133km 스위퍼를 노려 우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10m까지 홈런을 쏘아올렸다. 소중한 1점을 올린 김헌곤은 환호하며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삼성이 1-0 리드를 잡았다.
무사에서 디아즈를 볼넷으로 내보낸 네일은 다소 이른 타이밍에 강판됐다. 네일과 바뀐 투수 우완 장현식은 후속타자 강민호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이때 빗줄기가 굵어졌고, 결국 심판진은 경기를 중단했다. 힘겹게 넣어 놓은 방수포도 그라운드에 다시 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