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집회 예고…출구 못 찾는 기업은행 노사갈등

추가 집회 예고…출구 못 찾는 기업은행 노사갈등

임금격차, 수당 체불로 내홍
노조 설립 후 최초로 총파업 단행
행장 사과에도…깊어진 갈등

기사승인 2025-01-07 06:20:05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 앞에 모인 노동조합원들. 기업은행 노조

국책은행 IBK기업은행의 노사간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총파업 후 골은 여전히 깊은 모양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조는 오는 10일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 계획이다. 서울 중구 본점 앞에서 약 1000명이 참석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같은날 류장희 차기(18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 위원장 당선인의 취임식도 열린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달 27일 총파업을 진행했다. 기업은행 노조가 독자적으로 파업을 진행한 건 1961년 창립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조합원 중 약 85%에 달하는 7000여명이 동참했다. 같은날 전국의 기업은행 모든 지점은 정상적으로 문을 열고 지점장·팀장급 등 비조합원들을 대체 인력으로 투입했으나 업무에 일부 차질이 빚어졌다.

총파업을 진행한 뒤 양측은 29일 추가 교섭을 진행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달 30일 낸 긴급 성명서를 통해 김성태 기업은행장이 부행장을 통해 ‘임금 인상 차액 2.5%를 받으려면 임단협에 합의하라며 총투쟁 중단을 압박했다’고 규탄했다. 이후 김 행장은 연말 조합원 전체에 서신을 보내 ‘책임감을 느낀다’는 취지로 사과했다. 그러나 노조는 사과는 사과일 뿐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기업은행 노조가 총파업을 벌인 지난달 27일 서울 한 영업점 입구에 파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정진용 기자

노조는 사측과 9월부터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했지만, 결국 임단협은 해를 넘기게 됐다. 노조 관계자는 “당분간은 인사 이동으로 내부가 어수선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마무리되면 2, 3차 총파업 등 구체적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현재 기업은행이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시중은행 직원보다 30% 적은 임금을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총인건비 제한 탓에 1인당 약 600만원에 이르는 시간외근무 수당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지난해 말 기준 기업은행 근로자 평균임금은 8500만원으로 국민은행(1억2000만원), 하나은행(1억1900만원) 등 시중은행보다 약 3000만원 이상 적다. 반면 노동강도는 시중은행보다 높다고 호소한다. 지난해 주요은행 직원 1인당 생산성을 살펴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평균은 3억3300만원, 기업은행은 4억500만원에 달했다. 

낮은 임금과 높은 업무강도로 인력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불만도 크다. 기업은행 노조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최근 5년 간 이직률은 △2019년 0.9% △2020년 1.2% △2021년 1.7% △2022년 5.6% △2023년 5.5%로 꾸준히 늘고 있다. 신입공채 경쟁률은 반토막 났다. 2019년에는 93:1 였지만 지난해 47:1로 떨어졌다.

아울러 노조는 총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로 헌법상 권리인 단체교섭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을 든다. 기업은행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퇴직금, 인건비 등을 모두 기획재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노조 요구사항에 사측은 ‘정부 승인이 먼저’라며 수용하지 않고 있다.

기재부와 금융위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이는 갈등이 좀 처럼 해결되지 않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기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총인건비 관련 지침을 준용하고, 그 세부 내용에 대한 관리 감독이나 적용은 기재부가 아닌 주무기관인 금융위가 한다”면서 “지침에 명시적으로 나와있지 않아 판단의 여지가 필요한 부분은 금융위가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는 예산안 심의를 할 때 기재부 지침을 감안해 심의할 수밖에 없다. 지침을 어기면 패널티가 있다”면서 “(총액인건비 개선 등은) 금융위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항이고, 기재부에 금융권 특수성 등을 감안해 달라고 요청은 하고 있지만 여러 공공기관을 다 관리해야 하는 기재부 입장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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