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에서 대형 건설사와 중견사의 수주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대형사들이 한강변을 둘러싼 핵심지 수주를 휩쓸고 있는 반면 중견사들은 소규모 정비사업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18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들은 고금리‧자잿값 인상 등으로 선별 수주 기조에 따라 압구정, 반포, 한남, 마포 등 서울 한강변 핵심지에 몰리고 있다.
대형사들 간 핵심지 수주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 1월 시공능력평가 1‧2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은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에서 수주 경쟁을 보였다. 또 지난달 포스코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은 용산 정비창 전면1구역 시공권을 두고 수주전을 벌였다.
여기에 ‘개포우성7차’ 재건축 시공권을 두고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송파구 송파동 ‘송파한양2차’(744가구) 시공권은 GS건설과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이 눈독을 드리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의 핵심지 수주 전략은 수주 성과로 이어졌다. 상위 10개 건설사들의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27조8116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17조7282억원(176%) 증가했다. 수주 사업장 수(공동수급 중복계산 기준)는 지난해 상반기 23곳에서 올해 42곳으로 19곳(83%) 늘었다. 하반기에도 압구정, 반포, 성수 등 핵심지에서 대형사의 수주전이 예상된다.
반면, 중견 건설사들은 모아타운이나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가로정비 사업 등에서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대형 정비사업 대비 사업비는 적지만 대형사와 경쟁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서울권 수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브랜드 홍보에도 용이하다.
중견사 가운데 소규모 정비사업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동부건설이다. 동부건설은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의왕·군포·안산 S1‑1·S1‑3 블록 민간 참여 공공주택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총 공사비는 4819억원이다. 이외에도 △망우동 509-1 △고척동 모아타운 4·5·6구역 △석수역세권 모아타운 1·2·3구역 △천호동 145-66번지 등 가로주택 정비사업만 4건을 수주해, 5680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쌍용건설은 금천구 시흥5동 모아타운 1·3구역을 확보하며 정비사업 시장에 복귀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성동구 마장동 460번지 가로주택정비사업(338가구)을 올해 첫 정비사업 수주로 따냈다. 해당 구역은 마장동 모아타운으로 지정된 곳이다.
우미건설도 중랑구 상봉역5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시공권을 획득했다. 지난해 리뉴얼한 자체 주택 브랜드 ‘린’을 서울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된 상봉역4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이어 인근 5구역까지 함께 짓게 됐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신속한 착공과 분양이 가능한 소규모 정비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라면서 “중소형 규모의 조합에서는 사업 기간이 짧고 인허가가 빠른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선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출 규제에 양극화 더 심화될 것
건설업계에서는 정부의 ‘6‧27 대출 규제’로 건설업계의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27 대출 규제 이후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기본 이주비 한도가 6억원 이하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지의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은 이주 시 기존 주거지와 가까운 지역을 선호한다. 그런데 이주비 대출 한도 제한으로 인해 건설사들의 ‘추가 이주비’ 조달 여부가 수주에 중요한 변수로 등장했다.
건설사들이 추가 이주비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신용등급이 중요하다.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채권 이자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신용등급이 높은 대형 건설사일수록 수주에 있어 더욱 유리해진 셈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서울 핵심지역에서는 집값 상승을 위해 명품 브랜드를 원한다”며 “대형 건설사들도 광고 효과가 있고 안정적으로 분양이 잘되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형 건설사들도 경쟁하는 가운데 중견 건설사들이 낄 틈이 없다”면서 “이제는 추가 이주비 조달이 가능한 건설사들만 서울에 남고 중견‧중소 건설사는 수도권, 지방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 입장에서는 추가 이주비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시공사를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형 건설사를 찾는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견 혹은 중소 건설사를 찾는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