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합물 구조 예측은 제일원리 기반 전산 계산은 정확도가 높지만 계산비용이 크고 탐색 범위에 제약이 따르는 한계가 있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현상학적 모델(Phenomenological model)’은 전기음성도, 이온반지름, 전하 등 직관적 원자 특성을 활용해 계산비용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상학적 모델은 복잡한 물리 현상을 직관적이고 경험적인 지표를 기반으로 정량화해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현상학적 모델은 대부분 2원계 화합물에 국한돼 복잡한 3원계 화합물에서는 일반화된 예측모델이 없는 상황이다.
직관적 원자 정보로 화합물 구조 예측
한국연구재단은 연세대 심우영 교수팀이 복잡한 전산 계산 없이 원자의 전기적 특성이나 크기 등 직관적 정보를 이용해 물질 구조를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팀은 전산 계산 없이 화합물 구조를 예측할 수 있는 현상학적 모델을 개발, 이를 이용한 반도체 소재 제작에 성공했다.
최근 신소재 개발은 조성이 복잡한 3원계 이상이 중심으로 진행돼 새로운 예측모델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연구팀은 반도체 및 광학 재료로 주목받는 알칼리금속, 13족(III족), 15족 원소(V족)로 구성된 3원계 화합물의 구조를 직관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현상학적 모델을 제시했다.
이 모델은 전기음성도, 이온 크기 등의 정보를 조합해 화학결합 특성을 수치화해 정량지표로 나타내며, 이를 바탕으로 원소들의 결합 방법에 따른 구조를 예측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모델을 이용해 기존에 알려진 35종의 층상구조 물질을 정확히 분류했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소재 후보 9종도 발견했다.
이중 반도체 후보물질로 알려진 K2In2P3와 Na2In2As3 두 물질을 직접 합성하고, X선과 전자현미경 분석으로 이들 물질의 구조가 새로운 모델로 예측한 구조와 맞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아울러 합성한 Na2In2As3를 활용해 2차원 소재 ‘InAs’를 만들고, 이를 이용한 차세대 메모리 소자인 멤트랜지스터 실험도 성공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3원계 화합물의 결합 특성을 반영한 정량 지표를 최초로 제안하고, 해당 지표가 실제 구조 형성 경향성과 정합됨을 입증한 사례로, 제일원리 계산 없이 결합 특성과 구조적 차원성을 예측할 수 있어 고비용 계산 자원이 없는 환경에서 신소재 탐색이 가능해짐에 따라 관련 연구와 산업 전반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해 큰 의미를 갖는다.
심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비용 계산에 의존하지 않고도 층상구조 형성 여부를 효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경량형 예측 모델을 제시한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실용화를 위해서 3원계 이상의 보다 다양한 시스템으로 모델을 확장하고, 자동화된 고속탐색 플랫폼에 통합함으로써 차세대 2차원 소재 발굴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제1저자인 원종범·김태영 박사는 "새로운 모델은 소재 탐색의 효율을 높여 신규 물질 설계, 광전자·메모리 소자용 층상 구조 발굴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지난 5월 19일자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지난 1일 자에 연이어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