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경제는 오랫동안 기계·금속·섬유 중심의 전통 제조업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산업의 무게중심이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 바이오 등 첨단산업으로 이동하는 동안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은 약해졌고 건설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지역경제는 성장 동력을 잃었다. 소비심리가 다소 회복됐다는 일부 통계 발표가 있었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상가 공실은 늘고 소상공인은 버티기에 급급하다. 숫자보다 현장이 더 냉혹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경제 침체가 또 다른 위기를 낳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청년은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난다. 단순한 경기 사이클이 아니라 산업 구조와 인구 구조가 동시에 흔들리는 복합 위기라는 점에서 더욱 무겁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민간 중심으로 재편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기업인과 경제단체, 학계 전문가가 정책 수립 과정에 직접 참여하도록 한 것은 행정이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하겠다는 변화의 신호다. 경제 문제를 행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만큼 민간의 경험과 전문성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향은 바람직하다.
특히 2030년까지 1조원 규모의 벤처펀드 조성 계획은 지역 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한 핵심 카드다. 안정적인 투자 기반을 마련해 AI, 로봇, 반도체 등 미래 산업의 창업과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은 지역 인재 유출을 막고 새로운 기업을 키우는 데 필요한 토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계획만으로 경제는 살아나지 않는다.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성과를 내려면 무엇보다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민간이 제안한 수많은 정책을 얼마나 빠르게 제도화하고 규제를 개선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벤처펀드 역시 규모보다 운용이 중요하다. 투자 대상 선정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고 민간 자본이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신뢰 체계를 갖춰야 한다. 자칫 보여주기식 기금으로 머문다면 지역 혁신 생태계 조성이라는 목표도 기대하기 어렵다.
대구 경제가 처한 위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따라서 해법 역시 단기 처방에 그쳐서는 안 된다. 산업 구조 전환과 규제 혁신, 인재 유치, 창업 생태계 조성은 장기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할 과제다.
경제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기업도, 투자도, 인재도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움직인다. 지금 대구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구호도, 더 화려한 청사진도 아니다. 정책 하나 하나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추진력과 민간이 체감하는 변화, 그리고 결과로 증명하는 행정이다.
민선 9기의 첫 비상경제대책회의가 훗날 ‘회의를 연 날’이 아니라 ‘대구 경제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날’로 기억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