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4일 (2)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K뷰티’로…세계가 먼저 찾는 이름 [K의 시간③]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K뷰티’로…세계가 먼저 찾는 이름 [K의 시간③]

중국에서 세계로…K뷰티의 무대가 바뀌다
인디 브랜드를 키운 K뷰티 생태계
‘다음 10년’은 기술과 브랜드 경쟁

승인 2026-07-14 06: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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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늘날 세계가 주목하는 ‘K’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산업 경쟁력과 기업들의 도전이 만든 결과입니다. ‘K의 시간’ 시리즈는 생산 경쟁력을 기반으로 성장한 한국 산업이 어떻게 글로벌 브랜드를 키워내는 산업으로 진화했는지 살펴보고, 세계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과제를 짚어봅니다.


일본 도쿄의 한 화장품 매장에서 현지 소비자가 아이돌 장원영이 광고하는 K뷰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심하연 기자
일본 도쿄의 한 화장품 매장에서 현지 소비자가 아이돌 장원영이 광고하는 K뷰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심하연 기자
미국 아마존에서 한국산 선크림과 토너패드가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유럽과 중동에서도 K뷰티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한때 중국 관광객들이 면세점에서 사 가던 한국 화장품은 이제 전 세계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먼저 찾는 제품이 됐다. K뷰티는 더 이상 특정 국가에서 반짝 유행하는 화장품이 아니라 세계 뷰티 시장의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불과 10년 만에 K뷰티는 어떻게 세계 시장의 중심으로 올라섰을까.

중국에서 세계로…K뷰티의 무대가 바뀌다

10여 년 전만 해도 K뷰티의 성공 공식은 지금과 달랐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시장을 이끈 주역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이었다.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설화수와 더후 같은 한방 콘셉트의 프리미엄 화장품이 인기를 끌었고, 명동 면세점과 백화점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당시 K뷰티를 움직인 키워드는 ‘중국’과 ‘프리미엄’이었다.

수출 구조도 10년 사이 완전히 달라졌다. 대한화장품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29억1010만달러였다. 이 가운데 중국 수출은 11억7217만달러로 전체의 약 40%를 차지한 반면 미국 수출은 2억3808만달러에 그쳤다. 당시 주요 화장품 기업들의 실적 역시 중국 시장에 크게 좌우됐다. 중국 소비자를 공략하는 것이 곧 해외 진출 전략이었던 셈이다.

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114억3100만달러로 2015년의 3.9배 수준으로 늘었다. 최대 수출국도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다. 미국 수출액은 21억8419만8000달러로 전체의 19.1%를 차지하며 처음 1위에 올랐고, 중국은 20억1831만1000달러로 2위로 내려갔다. 중국 비중은 17.7%까지 낮아졌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국가의 수출 비중은 63.2%로 확대됐다. K뷰티의 무대가 특정 국가에서 유럽과 중동, 동남아, 중남미를 아우르는 세계 시장으로 넓어진 것이다.

소비자도, 시장도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일상이 되고 SNS가 새로운 소비 창구로 자리 잡으면서 화장품을 고르는 기준도 달라졌다. 유명 브랜드보다 성분과 효능, 실제 사용 후기, 가격 대비 만족도가 더 중요한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해외 소비자들도 더 이상 면세점에서 K뷰티를 접하지 않았다. 아마존과 틱톡숍 등 글로벌 플랫폼에서 직접 제품을 검색하고 구매하기 시작했고, 틱톡과 유튜브 숏폼 콘텐츠는 국경을 넘어 새로운 소비를 만들어냈다.


서울 시내 다이소의 화장품 코너. 심하연 기자
서울 시내 다이소의 화장품 코너. 심하연 기자
인디 브랜드를 키운 K뷰티 생태계

변화의 중심에는 인디 브랜드가 있다. 과거 해외 시장을 대표했던 브랜드가 설화수와 더후였다면, 지금은 조선미녀와 아누아, 스킨1004, 티르티르, 코스알엑스, 넘버즈인 등이 K뷰티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이들은 대규모 오프라인 유통망이나 TV 광고보다 SNS와 인플루언서 콘텐츠, 소비자 리뷰를 적극 활용하며 해외 소비자와 직접 만났다.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만의 산업 생태계가 있었다. 국내 화장품 ODM 기업들은 브랜드가 제품 기획과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과 생산을 맡으며 K뷰티 성장의 기반을 다졌다. 대표적인 기업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글로벌 화장품 ODM 시장을 이끄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콜마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2조7224억원과 영업이익 239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11.0%, 23.6% 증가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코스맥스도 같은 해 연결 매출 2조3988억원과 영업이익 1958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10.7%, 11.6%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두 회사는 글로벌 기업부터 신생 인디 브랜드까지 제품 개발과 생산을 담당하며 ‘K뷰티 제조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빠른 제품 개발과 생산 능력은 해외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했을 때 곧바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K뷰티의 강점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의 소비자 반응을 빠르게 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신생 브랜드들도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올리브영 명동타운점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계산대로 향하고 있다. CJ올리브영 제공
올리브영 명동타운점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계산대로 향하고 있다. CJ올리브영 제공
올리브영에서 아마존까지…K뷰티 성장의 선순환

이 같은 생태계에서 성장한 브랜드들이 가장 먼저 소비자와 만나는 창구는 올리브영이었다. 올리브영은 단순한 유통 채널을 넘어 신생 브랜드를 발굴하고 검증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2025년 올리브영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연매출 100억원을 넘긴 입점 브랜드는 116개로 집계됐다. 2020년 36개에서 5년 만에 3.2배로 늘어난 규모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제품력을 인정받은 브랜드들은 다시 아마존과 틱톡숍 등 글로벌 플랫폼으로 진출했고, 해외에서 인지도를 높인 뒤 다시 국내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어졌다. 업계에서 올리브영을 ‘인디 브랜드의 등용문’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글로벌 플랫폼은 K뷰티 성장 속도를 더욱 끌어올렸다. 과거 해외 진출은 현지 법인 설립이나 오프라인 유통망 확보가 필수였지만, 지금은 아마존과 틱톡숍만으로도 세계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미국 아마존 프라임데이와 블랙프라이데이에서는 K뷰티 브랜드들이 주요 카테고리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틱톡에서 화제가 된 제품은 며칠 만에 품절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은 중소 브랜드에도 대기업과 같은 무대를 제공하며 K뷰티 확산의 핵심 통로로 자리 잡았다.

K뷰티의 성장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중국 시장에서 성공한 대기업이 산업을 이끌었다면, 지금은 하나의 히트 제품과 SNS 콘텐츠, 소비자 리뷰가 새로운 브랜드를 탄생시키고 있다. ODM 기업은 빠른 제품 개발을 지원하고, 올리브영은 국내 소비자의 선택을 검증하며, 글로벌 플랫폼은 해외 시장 진출의 문턱을 낮췄다. 이 세 축이 맞물리며 K뷰티만의 독특한 성장 생태계가 완성됐다.

‘다음 10년’은 기술과 브랜드 경쟁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히트 제품 하나에 의존하기보다 브랜드 자체의 경쟁력을 키우고, 미국을 넘어 인도와 중남미, 중동 등 새로운 시장을 꾸준히 개척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화장품 ODM회사 관계자는 “K뷰티는 이제 히트 제품 하나로 성장하는 시대를 넘어섰다”며 “앞으로는 AI를 활용한 피부 진단과 맞춤형 화장품, 뷰티 디바이스 등 기술 경쟁력이 브랜드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중국에서 성공하면 글로벌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미국과 유럽, 중동, 동남아 등 여러 시장에서 동시에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시대”라며 “히트 상품 하나보다 브랜드 자산을 쌓고 소비자 신뢰를 축적하는 것이 K뷰티의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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