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극 밤낮 ‘복수의 화신’… 흥행코드 입증

일일극 밤낮 ‘복수의 화신’… 흥행코드 입증

기사승인 2009-01-21 15:00:01


[쿠키 연예]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수요일 드라마, 영화, 가요 등 연예가의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먼저 1월에는 드라마의 내러티브 구조나 등장인물에 대해 분석한다. MBC 일일극 ‘하얀 거짓말’과 SBS 일일극 ‘아내의 유혹’에서 주된 소재로 등장하는 ‘복수’에 대해 두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 “서서히 파멸로 몰고 갈거야”… 잔잔한 복수극 ‘하얀 거짓말’=아침 일일극 ‘하얀 거짓말’은 모든 걸 다 바쳐 강정우(김유석 분)를 사랑했고 그의 아이를 가졌지만 결국 버림받게 된 서은영(신은경 분)의 이야기다. 은영은 몇 년 전 자신을 버린 정우를 우연히 만나게 됐지만 그는 야망과 권력에 눈이 먼 남자가 돼 있었다.

신정옥(김해숙 분)은 자폐아 아들인 형우(김태현 분)가 간호사인 은영을 마음에 들어하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혼을 시키려 든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복 형 정우는 과거의 비밀이 탄로날까봐 은영과 형우의 결혼을 반대한다.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의 결혼을 망설였던 은영은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정우에게 복수를 하기로 결심, 보란듯이 결혼식을 올린다. 배신한 남자를 파멸로 몰고 가기 위해 결혼을 선택한다는 이야기는 1999년 방영된 SBS 인기 드라마 ‘청춘의 덫’과 흡사하다. 이로 인해 ‘하얀 거짓말’은 ‘중년판 청춘의 덫’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아침 일일극에서 ‘복수’와 ‘복잡한 과거사’는 단골 소재로 쓰인다. 아침 일일극의 주 시청자 층은 30∼40대 여성이다. 아침 일일극의 방영 시간이 출근 시간인 8시∼9시30분 전후인 관계로 가정주부들이 주 시청자들이다. 이로 인해 가정주부들이 공감할 수 있고 호기심을 끄는 ‘불륜’ ‘복수’ ‘복잡한 혈연’ 등 자극적인 소재들을 끌어들여 드라마 주재료로 사용했다.

‘하얀 거짓말’도 은영의 복수와 갈등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방영 초인 지난해 말에는 전국 시청률 이 11∼12%(TNS 미디어 리서치 기준. 12월 1일∼15일)를 맴돌던 수치가 최근에는 13∼15%까지 올라갔다. 지난 16일 방송에서는 15.4%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신은경이 연기하는 복수극은 진부하지만 크게 자극적이지 않다. 스토리 전개에 따라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 속에서 간간이 발생하는 정도다. 은영은 과거의 비밀이 탄로날까봐 전전긍긍하는 정우를 옆에서 지켜볼 뿐이다. 은영의 온화한 성품 속에 숨겨진 날카로운 복수극이 어색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신은경의 노련한 연기 덕분이다.

아직까지 은영은 정우를 추락시키려 들지 않는다. 자신에게 우호적인 백화점 회장인 시어머니를 이용해 사장 직분인 정우를 밑바닥까지 떨어뜨릴 수 있으나 섣불리 나서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죽은 줄로만 알았던 은영의 아들이 등장하면서 정우와의 갈등이 폭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챈 정우의 아내 나경(임지은 분)도 갈등의 중심축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무엇이든 가능한 원더우먼의 복수… ‘아내의 유혹’=‘하얀 거짓말’이 잔잔한 복수극이라면 ‘아내의 유혹’의 복수극은 강렬하고 화려하다. 불륜과 자살, 강간, 납치 등 자극적인 소재가 난무한다.

‘아내의 유혹’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로 인해 작품의 완성도는 떨어지나 자극적인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구미를 자극하고 있다. 남자들의 퇴근 시간을 앞당긴 드라마가 됐을 정도다. 지난 15일 방송에서는 전국 시청률 35.2%(TNS 미디어 리서치 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사실 ‘아내의 유혹’은 흥행이 어느 정도 예상됐던 ‘대박 드라마’는 아니였다. SBS 일일극은 폐지된지 3년 만에 다시 부활했다. 오후 7시20분 방송되는 SBS 일일극은 주 시청자인 30∼50대의 퇴근 시간과 맞물려 흥행에 실패했다. 3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만큼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만한 게 필요했다. 적은 제작비로 흥행을 이끌만한 작품을 만들려고 하다보니 자극적인 소재가 필요했다. 그래서 흥행 코드인 ‘복수’는 드라마 제작진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소재였다. 장서희가 열연 중인 ‘아내의 유혹’은 복수를 하는 사람과 당하는 입장의 팽팽한 줄다리기로 매회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아내의 유혹’은 남편 교빈(변우민 분)으로부터 버림받고 죽다 살아난 아내 은재(장서희 분)의 처절한 복수극을 담았다. 새 사람으로 태어난 은재는 의도적으로 교빈에게 접근, 유혹하기 시작하면서 흥미를 더하고 있다.

‘아내의 유혹’은 시청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갈등과 갈등, 복수와 복수를 끝없이 이어놨다. 시청자들의 눈을 한시도 뗄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설정과 우연의 남발로 ‘막장 드라마’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일명 ‘욕하면서 보는 인기 드라마’의 대표 작품이 된 것.

장서희가 맡은 은재는 복수를 위해 다시 태어난 여자다. 화상을 입어도 별 문제가 없고 현란한 춤 실력과 외국어 구사 능력도 탁월하다. 화상의 흔적은 메이크업으로 완벽하게 커버된다. 시청자들은 은재의 탁월한 능력(?)을 비아냥하듯 ‘구느님’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구느님’은 구은재와 하느님을 합성한 신조어로 무슨 일이든 척척해낸다는 ‘원더우먼’의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다. 즉 캐릭터와 사건들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장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장서희의 연기력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드라마 내용은 터무니없지만 장서희의 표독스러운 연기 하나만은 볼만하다는 게 시청자들의 평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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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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