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저메,봉미미에 이어 ‘감저엔’ 뜬다

형저메,봉미미에 이어 ‘감저엔’ 뜬다

기사승인 2009-01-21 14:48:02


[쿠키 톡톡] ‘형저메’, ‘봉미미’ 돌풍에 이어 ‘감저엔’이 뜬다.

요즘 클릭 좀 한다 하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국내 스포츠 스타들에 대한 기발한 별칭이 인기다. 팬들의 애증을 담은 이 별칭을 모른다면 인터넷의 참맛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형저메’ 예상치 못한 인기몰이

기발한 세글자 별칭은 기아 타이거즈의 최희섭이 연관된 2007년 인터넷 최대 유행어 중의 하나다. 발단은 주간지 ‘스포츠2.0’이 2007년 5월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서 기아로 입단한 최희섭과 관련된 일화를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보도에 따르면 2006년 WBC 대회를 앞두고 이승엽이 후배 최희섭에게 타격 조언을 하려는데 최희섭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형, 저 메이저리거예요”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발언은 곧바로 인터넷에 오르내리며 ‘형저메’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최희섭은 훗날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선배에게 싸가지 없게 설마 그랬겠느냐”고 웃으며 발언을 부인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형저메 용어 자체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네티즌들은 최희섭이 부진할 때마다 형저메라는 단어를 댓글 등에 달았고 결국 형저메와 최희섭을 사진을 합성한 사진까지 인터넷 곳곳을 수놓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형저메는 자신의 진짜 실력도 모르고 다른 사람의 조언을 무시하는 거만함을 비꼰 단어로 발전했다.

형저메 열풍은 ‘봉미미’로 이어졌다.

봉미미란 LG트윈스를 대표하는 투수 봉중근과 관련돼 있다. 2007년 미국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삼성 라이온즈로 온 투수 메존은 인터뷰 도중 ‘메이저리거였던 봉중근을 아느냐’는 질문에 “그런 미미한 선수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봉중근에겐 굴욕이었겠지만 네티즌들은 격려의 의미까지 곁들여 봉중근에게 봉미미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형저메가 절묘한 감칠맛으로 오랫동안 인기를 모았다면 봉미미는 개그적 요소로 네티즌들의 사랑을 받았다.

네티즌들은 ‘오빠들, 미미 와쪄여, 뿌우∼’ 등의 댓글로 인터넷을 풍미하던 ‘미미’라는 이미지와 봉미미를 결합시켜 ‘봉미미 와쪄여, 뿌우∼’ 등의 합성사진을 퍼트렸다.

이젠 ‘감저엔’이다

이쯤에서 눈치 챘겠지만 감저엔이란 ‘감독님, 저 NBA 출신이예요’의 줄임말이다. NBA 출신으로 프로농구 KCC 신인 하승진을 겨냥했다.

하승진은 지난 15일 KT&G전을 마친 뒤 공식 인터뷰에서 출전 시간이 너무 짧다며 허재 감독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허재 감독은 부상에서 복귀한 선수에게 몸을 풀라는 뜻이었지만 자존심이 상한 하승진은 이를 헤아리지 못했다. 네티즌들은 “세상 어디에도 감독에게 공개적으로 거렇게 거만하게 행동하는 신인은 없다”며 하승진에게 감저엔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질타했다.

KCC 팬들의 실망은 더욱 컸다. 서장훈을 포기할 정도로 허재 감독의 신망이 두터운데 부적절한 언행으로 실망했다는 것이다. 하승진은 곧바로 팬들과 감독에게 공식 사과했지만 감저엔은 여전히 인터넷 곳곳에서 하승진을 비판하는데 감초처럼 사용되고 있다.

감저엔 유행의 열쇠는 하승진 본인이 쥐고 있다. 하승진이 스스로 NBA 출신임을 실력으로 보여준다면 감저엔은 더이상 유행을 타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감저엔은 ‘분수도 모르는 건방진 스포츠 스타’를 가리키는 단어로 고착될 수 있다.

최희섭은 국내 프로야구에 적응하기 위해 살인적인 체중 감량과 새 타격폼을 연마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형저메 돌풍이 시들해질 가능성이 높다.

네티즌들은 하승진이 감저엔의 굴욕에서 벗어나려면 자유투 성공률을 높이는 등 실력으로 본때를 보이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영웅재중 "주한미군에 의지" 발언 '시끌'…"중앙일보 팬" 밝히기도
▶신동아에 기고 미네르바 K씨는 '가짜'
▶대당 7400만원짜리 호화 주차장 '눈총'
▶맨유 칼링컵 결승행, 박지성은 3연속 결장
▶[오바마 시대 개막] 오바마 시대 열리다…美 첫 흑인 대통령 공식취임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김상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