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9년만의 귀환’ 양원경 “한때 유재석 원망했다”

[쿠키人터뷰] ‘9년만의 귀환’ 양원경 “한때 유재석 원망했다”

기사승인 2009-02-18 17:32:04

[쿠키 연예]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수요일 드라마, 영화, 가요 등 연예가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1월 드라마 리뷰에 이어 2월에는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스타 인터뷰를 테마로 정했다. 이번 주에는 MBC 예능 프로그램 ‘명랑히어로’ ‘환상의 짝꿍’에 등장해 시청자의 반가움을 사고 있는 개그맨 양원경을 만났다. 다음 주에는 20년 전 ‘사랑은 유리같은 것’으로 시대를 풍미한 가수 원준희를 만난다.

지난달 31일 MBC ‘명랑히어로-장윤정 편’에 출연한 양원경은 18년의 개그 내공을 과시하며 ‘스타의 귀환’을 알렸다. 오랜만에 얼굴을 비춘 양원경은 솔직한 이야기로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17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만난 양원경은 무척 밝은 얼굴이었다. 방송의 소중함을 알아가고 있다는 양원경은 인터뷰 내내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메이저 리그서 마이너 리그로 추락

1991년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하자마자 ‘봉숭아 학당’ ‘X세대 동작그만’ 등에서 사투리 개그로 스타덤에 올랐던 양원경(41). 23세 당시 월수입은 대략 1억 원. 지금으로 환산하면 4~5억 원 정도로 최정상급 개그맨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렸다.

“당시 누렸던 인기가 평생 갈 것만 같았어요. 무명 시절 없이 인기 개그맨이 돼서 돈과 명예를 얻었으니 두려울 것이 없었죠. 세상이 제 손 안에 들어온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행복한 순간도 잠시, 다혈질적 성격과 직설 화법으로 인해 PD 및 후배와의 불화, 행인과의 다툼, 막말 파문 등으로 인기가 급추락 했다. 게다가 개그 무대가 꽁트에서 토크쇼 중심으로 변하는 시대 흐름에 적응하지 못했다.

“‘개그콘서트’처럼 빠른 속도의 감각적 개그를 못 쫓아갔어요. 그러다보니 후배들에게 한 두 자리 내어주게 됐고 방송 출연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대중으로부터 멀어져갔죠. 소위 마이너에서 활동하는 한물간 개그맨이 된 거죠.”

최절정의 인기를 누리다가 서서히 무너져가는 자신을 바라볼 수 없어 사업에 눈을 돌리게 된다. 1999년 처음으로 시작한 것은 소고기집. 광우병 파동을 맞으며 바로 문을 닫아야 했다. 이후 돼지고기로 메뉴를 바꿨더니 콜레라가 닥치고 치킨 사업에 뛰어들었더니 조류독감이 몰려왔다. 매니지먼트 사업도 1년 6개월 만에 정리해야 했다.

“그동안 벌어 놓은 돈을 사업하면서 모두 날렸죠. 하지만 자신감을 잃었던 게 가장 문제였어요. 개그맨에게 있어 뻔뻔함과 자신감이 중요한데 모두 사라진 거죠.”



“가족 위해 자존심과 체면 버렸다”

방황하던 그를 잡아준 것은 가족이었다. 탤런트 출신 아내 박현정은 가세가 기울자 CF 오디션을 보러 다녔고 출연료로 생활비를 대는 등 내조에 힘썼다. 가족의 응원 덕분인지 양원경은 9년 만에 MBC ‘명랑히어로’에 출연하게 됐고 재치 입담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아 이튿날 각종 포털 사이트 검색어 1,2위를 차지했다.

“방송 출연을 거의 포기하고 살았거든요.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 출연했는데 재미있다고 칭찬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양원경은 딸 수인(10)이를 생각하며 이를 악 물었다. 부녀는 지난해 12월7일 MBC ‘환상의 짝꿍’에 함께 출연했다. “녹화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데 딸이 ‘아빠랑 함께 TV 출연해서 오늘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가족을 위해 자존심, 체면 모두 버리기로 결심했습니다.”

“유재석 한때 원망스러웠다”

양원경이 방황할 때 가장 부러웠던 사람이 유재석이었다. 양원경과 유재석은 1991년 ‘대학개그제’를 통해 입문한 동기였다. 5~6개 프로그램에서 맹활약 중인 유재석을 보면서 존경하는 마음과 함께 원망스러운 마음도 들었단다.

“재석이가 방황하는 절 끌어주길 바랐죠. 옛날에는 제가 곧잘 챙겨줬는데 지금은 메이저 리그를 호령하는 톱 개그맨이 되었잖아요. 제 얘기를 들은 한 동료가 ‘네가 5~6개 프로그램 할 때 (유)재석이 생각해 준 적 있었냐’고 묻더라고요. 순간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놀랐어요. 역지사지의 정신이 부족했던 제 자신이 한심하고 바보스러웠죠.”

양원경은 유재석에 대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 개그맨이라고 극찬했다. “배려하는 진행 방식을 처음으로 시도한 친구죠. 유재석은 안티 팬이 없잖아요. 저를 욕하는 사람은 5분 안에 100명이라도 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뿌린 대로 걷는다는 걸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습니다.”

양원경은 최양락, 이봉원 등 왕년의 개그맨들이 다시 주목받는 현 상황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선배 개그맨들이 물꼬를 터줬기 때문에 왕년의 스타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들 모두 아버지로서 가족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아버지의 귀환’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요즘 막장 드라마, 막장 개그 등 서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잖아요. 자극적 유행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진실함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적인 개그로 40대들의 웃음을 책임지고 싶습니다.”

양원경은 지난 18년 간의 개그 생활을 이렇게 정리했다. ‘20대에는 돈과 여자를 향해 달렸고 30대에는 명예에 투자했다. 이제 내 인생의 화두는 사람이다. 40대에는 사람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첫째도 둘째도 좋은 개그맨이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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