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뜨거운 벗기기 경쟁…‘낯뜨거운’ 케이블TV

심야 뜨거운 벗기기 경쟁…‘낯뜨거운’ 케이블TV

기사승인 2009-02-24 19:15:01

[쿠키 문화] 서울 오류동의 김석형(48)씨는 최근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을 크게 혼냈다. 밤 12시쯤 인기척을 듣고 거실로 나갔더니 학원에서 돌아온 아들이 노골적인 정사장면의 케이블TV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의 프로그램은 E채널의 ‘조선야동 통하였느냐’.
조선시대 저자 미상의 설화집 ‘고금소총’의 내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사극이다. 하지만 말이 사극이지, 극 중 장면 대부분이 정사였다.

아들은 억울했다. 무심결에 TV를 켜고 채널을 돌렸을 뿐이었던 것. 이처럼 밤시간 케이블 채널은 대부분이 야한 소재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 한 케이블채널의 ‘에로베스트13’은 여성라디오 DJ가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으나, 여기서 말하는 에피소드는 성행위였다. 또 한 케이블 채널의 ‘섹스 퍼레이드’는 세계의 성문화를 소개한다며 변태, 가학적 행위를 여과 없이 방영했다. 이어 다른 케이블 채널에서는 속옷 입은 모델들이 등장하는 ‘란제리 패션쇼’가 진행됐으며 또다른 케이블 채널에선 호텔에서 일어나는 남녀 간의 에피소드를 담은, 거의 포르노에 가까운 ‘호텔 에로티카’가 방송됐다. 인도식 음란성 프로그램도 시청자를 유혹하고 있다.

어떻게든 시청자를 붙잡아 광고 수익을 올리려는 방송사 상당수가 야간시간대에 선정적인 프로그램을 앞다퉈 편성하고 있다. 선정성 정도는 이미 상반신 노출이 예사다. 정사 장면은 이전보다 훨씬 노골적이고 대담해졌다. 신음 앓는 소리 때문에 볼륨 올리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2007년도 보건복지가족부가 실시한 매체물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심야시간대(오후 10시∼밤12시)에 방송된 케이블TV프로그램 221개 중 56.6%(125개)가 선정성 등을 이유로 청소년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블TV의 선정성이 이 정도인데도 정부의 대책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케이블TV의 청소년 시청보호 시간대를 ‘평일 오후 1시∼10시’에서 ‘오전 6시∼밤 12시’로 대폭 확대한다고 지난해 5월 발표했지만 방송업계 등의 반대에 부딪혀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미디어연대 관계자는 “시청보호시간대 확대를 조속히 시행하고, 청소년 시청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 등에서 실시 중인 브이칩(V-chip·음란 프로그램 차단을 위해 텔레비전 수신기 내부에 장착된 반도체 칩)장착 의무화 등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병선 기자, 김지연 김성일 대학생 기자(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junbs@kmib.co.kr
전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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