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먼데이키즈’ 이진성, 故 김민수에게 눈물로 띄우는 편지

[쿠키人터뷰] ‘먼데이키즈’ 이진성, 故 김민수에게 눈물로 띄우는 편지

기사승인 2009-02-27 12:07:01

"[쿠키 연예] 지난해 4월29일, 남성듀오 먼데이키즈의 이진성은 가슴을 치며 울부짖었다. 그의 반쪽이었던 김민수가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2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과 작별을 고한 김민수.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이진성은 힘든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더 이상 절망하지 않기로 했다.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다시 일어섰다.


최근 서울 상암동 쿠키미디어 사옥에서 만나본 이진성은 ‘먼데이키즈’라는 이름을 하늘에 바치고 솔로가수로 돌아왔다. 이진성은 김민수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첫 번째 솔로 앨범을 영전에 바쳤다. 이번 인터뷰는 이진성이 故 김민수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진행됐다.

하늘에서 웃고 있을 내 친구 민수에게

보고 싶은 내 친구 민수야. 한 줌의 재로 남은 너의 마지막 모습을 본지 벌써 10개월이 넘었구나. 지금이라도 전화를 걸면 장난스럽게 대꾸해 줄 것 같은데 그럴 수 없다니 정말 미치겠어. 너를 보내고 돌아온 뒤 2~3달 정도 집에만 틀어박혀 지냈지. 마치 정신 나간 사람처럼 말이야.


마음 같아서는 사고가 났던 장소에 가서 불을 지르고 싶었어. 오토바이만 봐도 치가 떨렸고. 하지만 폐인처럼 사는 내 모습을 보고 네가 기뻐하지 않을 것 같아서 용기를 냈어. 그렇게 만들어진 첫 번째 내 솔로 앨범은 온통 너를 향한 내 고백들이야. 그래서 앨범명도 ‘편지’(Letter)라고 지었어.

음반 작업할 때 네 생각이 많이 나서 정말 혼났어. 우리, 밤을 새면서 녹음한 적이 많았잖아. 그런데 이제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하니 정말 힘들어. 너의 빈자리가 아직 익숙지 않은 것 같아.

며칠 전 네 유골함 옆에 이번 앨범 놓고 왔는데 들어봤지? 내가 혼자서 솔로 앨범을 낸 것 보고 너 지금 질투하고 있니? 너 원래 음악 욕심이 많았잖아. 그래도 잘 보살펴 줄 거지?

타이틀 곡 ‘쏘리’(Sorry)는 일락이 형이 너를 생각하면서 가사를 만들었어. 우리 먼데이키즈 때 자주 일했던 (한)상원 형이 음을 입혀줬고. 가스펠 그룹인 헤리티지가 참여해 아름다운 화음을 냈지.

‘레터’(Letter)라는 곡은 네가 죽고난지 한 달쯤 되어서일까. 내가 너를 생각하면서 만든 노래야. 녹음도 한 번 만에 끝냈어. 잘 불러서가 아니라 네 생각이 나서 더 이상 못 부르겠더라고.

‘몰래’라는 곡은 내가 평소 좋아하는 R&B 스타일인데, 좀 과하게 표현하자면(^^) 영국의 세계적 그룹 유투(U2)를 연상시켜. 이번 앨범에 수록된 유일한 듀엣곡인데 너에게 참 미안해, 듀엣곡은 늘 너와 불렀잖아…. (최)원준이 형이랑 노래를 부르는데 너의 빈자리가 정말 크게 느껴지더라.

네가 살아서 내 앨범을 듣는다면 넌 칭찬 대신 충고를 해 줄 녀석이지. 아마도 멜로디 라인이 어렵고 가사가 유치하다고 지적해 줄 것 같아. 그래도 너 없이 혼자 만든 첫 번째 솔로 앨범치고는 잘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러워.

전체이용가라는 팀 알지? 너 2년 전에 오토바이 사고 나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영상 편지 찍어준 분들이잖아. 이번에는 내 앨범 재킷 사진부터 디자인 그리고 뮤직비디오까지 자비로 모든 걸 해주셨어. 혹시, 네가 날 위해 보내준 선물일까.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다.


그리고 먼데이키즈 때 일본에서 활동하지 않았는데도 일본 팬들이 우리 무대에 많이 찾아왔잖아. 조만간 일본 관계자들을 만나서 일본 활동을 시작해볼까 조율 중에 있어. 얼마 전에는 팬들이 직접 서울 홍대 클럽 ‘타’에서 팬미팅 겸 생일파티를 열어줬어. 네가 함께 있었으면 열 배는 더 행복했을 텐데….

참 민수야. 너희 부모님 걱정은 마. 물론 아직도 힘들어하시는 것 같지만 밝게 지내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아. 가끔씩 통화를 해서 안부를 여쭤보거든. 집안 일이 있을 때나 명절 때
찾아뵙기도 하고.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내가 무뚝뚝해서 아들 노릇을 잘 못해드리는 것 같아, 정말 미안해.

그리고 내가 솔로 가수로 활동하지만 먼데이키즈라는 이름은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데뷔하기 5~6년 전부터 우리 고생 많이 했잖아. 힘들게 이겨낸 시간과 너와 함께 한 추억을 버리고 싶지 않아. 먼데이키즈는 내게 지우고 싶은 그늘이 아니라 또 다른 나의 이름이니까.

민수야. 네 꿈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가 되는 거였지? 이제 네 꿈이 곧 내 꿈이 됐어. 내가 국내 최고의 뮤지션이 되는 날까지 하늘에서 지켜봐줘, 정말 사랑해. 보고 싶다 친구야.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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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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