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꽃남’ 아트디렉터 정혁 실장이 밝히는 F4의 신체 ‘비밀’

[쿠키人터뷰] ‘꽃남’ 아트디렉터 정혁 실장이 밝히는 F4의 신체 ‘비밀’

기사승인 2009-03-04 12:38:02

"[쿠키 연예]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수요일 드라마, 영화, 가요 등 연예가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1월 드라마 리뷰에 이어 2월에는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스타를 인터뷰했다. 3월에는 주간시청률 상위권을 기록 중인 드라마 제작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첫 회로 KBS 2TV 월화극 ‘꽃보다 남자’가 국내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도입한 아트 디렉터로 활약 중인 정혁 실장을 만났다.

KBS 2TV 월화극 ‘꽃보다 남자’(이하 ‘꽃남’)의 네 주인공 F4는 만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것처럼 외모며 스타일이 멋지다. 구준표(이민호 분), 윤지후(김현중 분), 소이정(김범 분), 송우빈(김준 분)의 통일감 있으면서도 개성 넘치는 스타일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의 뒤에는 아트 디렉터 정혁(41) 실장이 있다.

정혁 실장은 13년 전 패션 광고 일을 하면서 연예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3년 만에 AgC(Artist group Company)라는 회사를 차려 독립한 그는 사진기자,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자기만의 작업을 시작했다. 10년의 시간 동안 정 실장의 손을 거친 대표작은 2005년 배우 배용준의 초콜릿 복근으로 화제가 된 사진집 ‘더 이미지 볼륨 원’과 2005년 배우 박신양의 소설과 화보, 음반으로 이뤄진 ‘연人’ 등이 있다.

‘코디네이터’나 ‘스타일리스트’는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아트 디렉터’라고 하면 다소 생소하다. 코디네이터와 스타일리스트가 콘셉트에 맞춰서 옷을 준비하고 입히는 사람이라면 아트 디렉터는 콘셉트를 만드는 사람이다.

영화에서는 패션디자이너 정구호 씨가 ‘정사’에서 아트 디렉터로 활약했다. 하지만 국내 드라마에서는 ‘꽃남’의 정혁 실장이 최초다. ‘꽃남’ 제작사인 그룹에이트 송병준 대표의 제안을 받고 드라마에 참여하게 됐다.

“드라마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몇 번 받았으나 마음에 끌린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꽃남’은 원작만화도 읽어서 잘 알고 있었고 ‘이거 그림 되겠다’는 느낌이 왔죠. 다음날 조건도 따지지 않고 무조건 하겠다는 의사를 송 대표께 전달했습니다.”

‘꽃남’에서 F4 스타일이 돋보이는 것은 캐릭터와 의상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는 철저한 캐릭터 분석에서 나온 정직한 결과다. 정 실장은 드라마 촬영 두 달 전부터 스타일 팀과 캐릭터 분석에만 매달렸다. 단순히 옷을 입히는 차원이 아니라 의상, 액세서리, 도구 등을 통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대부분 협찬 의상에 의존하는 일반 드라마와 달리 ‘꽃남’은 50% 이상 옷을 직접 제작한다.

지난 3일 17회 방영분까지 등장한 옷만 해도 수백 벌. 드라마 종영 시점으로 볼 때 억대 비용이 소요될 정도다. 구준표와 윤지후는 회당 6~7벌 정도 입고 등장하며 소이정과 송우빈은 4~5벌 정도 입는다.

현재 정 실장은 ‘꽃남’에서 SBS ‘발리에서 생긴 일’, ‘파리의 연인’의 박신양, MBC ‘베토벤 바이러스’ 김명민의 스타일을 만들어낸 정혜진 실장 및 SS501과 김현중을 전담 코디하고 있는 이유미 실장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F4 스타일의 롤 모델 누구?

의상 연구에 매달린 정혁 실장의 노력을 시청자가 알아준 탓일까.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꽃남’ 방영이 끝나면 각종 포털 사이트에 ‘꽃남 의상’ ‘구준표 의상’ ‘F4 스타일’ 등이 인기 검색어로 올라온다. 온․오프라인 남성의류 매장에서도 ‘프레피 룩’이라고 불리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정 실장은 F4 스타일을 ‘프레피 룩’이라고 규정짓는 것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F4는 프레피 룩(미국 명문 사립고 학생들이 입는 클래식한 옷차림을 일컫는 말)을 거의 입지 않아요. 심지어 교복도 입고 나오지 않죠. F4 스타일에 대해 프레피 룩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 드라마를 자세히 보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F4는 프레피 룩보다는 일명 재벌 2세 패션이라고 일컫는 ‘포시룩’에 가깝죠.”

정 실장은 촬영 두 달 전부터 캐릭터 분석을 하면서 F4의 롤 모델을 정했다고 한다. 구준표 역의 이민호는 소녀들의 감수성을 자극할 만한 세련되고 멋진 스타일로 잡았다. 톱스타 패리스 힐튼의 전 남자친구이자 그리스 선박재벌 상속자인 스타브로스 니아르코스를 모델로 놓고 의상을 제작했다.

“구준표는 신화 그룹 후계자라는 신분상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뽑아내야 했어요. 보일 듯 말 듯 은은하게 멋이 드러나는 일명 ‘엣찌 룩’을 선택했죠. 색상은 튀는 것보다는 블랙이나 모노톤 계열을 많이 사용했고요.”

윤지후 역의 김현중은 모성 본능 일으키는 일명 ‘귀공자 스타일’을 잡았다. 윤지후의 롤 모델은 배우 그레이스 켈리의 손자이자 모나코 왕자인 안드레아 카시라기였다고 한다.

“극중 윤지후는 어렸을 때 부모님 돌아가셨기에 아픔을 간직한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클래식 모던 스타일을 바탕으로 울 소재를 이용해 몸을 감싸는 듯한 따뜻한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소이정 역의 김범은 예술가 집안의 후예라 F4 중에서 가장 완벽한 스타일을 추구했다고 한다. 스카프나 코사지 등 의상 액세서리로 스타일을 마무리 했다.

“매회 완벽한 스타일을 완성시키려고 노력했어요. 모든 여자에게 친절한 캐릭터답게 깔끔한 의상으로 매너남의 표본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홍콩 ‘조직’의 후계자인 송우빈 역의 김준은 터프한 남자를 떠올리면서 의상을 제작했다. “원단은 벨벳 소재를 주로 사용했고 스타일은 굵은 체크무늬를 활용했죠. 프린트도 화려한 것을 썼습니다. 액세서리도 눈에 띌 정도로 강렬하고 큰 것으로 했고요.”



“흡사 모델 같은 바디, 디자이너로서 흡족”

정혁 실장은 F4에 대해 “모델과 흡사한 신체를 지녔다”라고 극찬했다. 즉 어떤 디자인의 옷을 입혀도 스타일이 살아난다는 것. 김현중, 김범, 김준은 180cm의 훤칠한 키를 지니고 있다. 이민호는 186cm로 팔다리가 유난히 길다고 한다.

“네 명 모두 기본적으로 마른 체형이라 기성복이 잘 맞지 않아요. 특히 이민호 씨는 팔다리가 정말 길어서 거의 100% 옷을 제작하죠.”

이민호는 어떤 옷을 입혀도 스타일이 시원시원하게 드러난단다. 야외 촬영이 가장 많은 인물이라 대체적으로 두꺼운 코트 위주로 스타일을 매치시킨다.

“이민호 씨는 어떤 옷을 입혀도 스타일이 나타나서 디자이너 입장에서 흐뭇하죠. 웬만한 사람은 소화시킬 수 없는 의상을 입혀놓아도 자기 스타일로 완벽하게 소화해내요.”

김범은 신체 비율이 좋아서 스타일을 내기 쉬운 타입이란다. 얼굴이 워낙 작아서 목 위로 드러나는 의상은 피한다.

“두상도 예뻐서 헤어밴드나 모자를 써도 잘 어울리죠. 초반에는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코믹한 하숙범 캐릭터 때문에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신체에 특별한 단점이 없어서 댄디한 소이정 스타일을 금방 만들어내더라고요.”

김현중은 영락없는 ‘귀공자’라고 설명했다. “김현중 씨는 카메라만 대면 바로 에이 컷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각도에서도 스타일이 빛나죠. 김현중 씨는 A급 모델로도 손색이 없어요.”

김준은 이국적인 얼굴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케이스다. “우빈의 스타일은 젊은 사람들이 입으면 노티가 날 수 있는 점잖은 스타일인데 이국적 외모 덕에 커버가 되는 것 같아요. ‘리틀 장동건’이라는 별명처럼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얼굴선이 굵어서 의상도 돋보입니다.”

정혁 실장은 끝으로 아트 디렉터로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싶다는 바람을 보였다. “드라마가 끝나도 좋은 콘텐츠는 공유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면이 부족한 것 같아요. 드라마와 함께 콘텐츠를 공동 개발할 수 있는 첫 번째 주자가 ‘꽃남’이 되길 바랍니다. 그 중심에 제가 선다면 더욱 기분 좋은 일이고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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