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생 김남주가 여전히 ‘안방퀸’으로 통하는 이유

1971년생 김남주가 여전히 ‘안방퀸’으로 통하는 이유

기사승인 2009-03-09 17:06:16

[쿠키 연예] 오는 16일 첫 방송되는 MBC 새 월화극 ‘내조의 여왕’이 화제다. 기존 작품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기발한 내용으로 무장해서가 아니다. 신데렐라를 꿈꾸던 한 여자(김남주)가 무늬만 왕자인 남자(오지호)와 결혼해 삶이 꼬인다는 설정은 기존 드라마에서 봤음직한 다소 식상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내조의 여왕’이 대중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른여덟의 나이에 두 아이의 엄마인 김남주가 여주인공으로 출연하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서울 소공동 한 백화점에서 열린 ‘내조의 여왕’ 제작발표회 현장은 플래시 세례로 번쩍거렸다. 취재진은 김남주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아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를 향한 언론의 관심은 2001년 MBC ‘그 여자네 집’ 이후 8년 만에 돌아온 배우에 대한 환대 차원이 크겠지만 30대 후반임에도 불구하고 20대 못지않은 미모를 유지하는 모습에 대한 관심도 한몫 했다. 이날 김남주는 트렌드 세터답게 강렬한 레드 드레스에 매끈한 각선미를 드러낸 모습으로 등장했다. 각종 설문조사 결과에서 도도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지닌 김남주가 30대 주부들의 로망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30~40대 여배우들이 안방극장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있는 사례는 김남주만이 아니다. ‘내조의 여왕’에 라이벌로 출연하는 이혜영도 1971년생 동갑내기다. MBC는 또 중산층 주부의 평범한 일상을 그리기 위해 박미선, 정선경, 최은경, 홍지민 등 미시 여배우를 대거 기용한 일일 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이하 ‘태혜지’)를 선보였다. ‘태혜지’는 결혼 생활의 사실적 묘사와 재치있는 설정으로 지난 2일 첫 회부터 전국시청률 12.2%(TNS 미디어 리서치 기준)를 기록했으며, 6일까지 13% 안팎의 시청률을 보이며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SBS의 효자 드라마인 주말극도 마찬가지다. 지난 7일 유호정, 지수원을 필두로 한 새 주말극 ‘사랑은 아무나 하나’가 첫 전파를 탔다. SBS는 두 아이의 엄마인 유호정과 지난해 5월 결혼해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는 새색시 지수원을 투입했다. 배우이기에 앞서 가정주부로서 결혼 생활을 사실적으로 그려낼 것이라는 제작진의 기대가 반영된 것이며, 30대 후반의 장서희가 주인공으로 나선 SBS 일일극 ‘아내의 유혹’의 선전에 힘입은 결과이기도 하다.

남자 배우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사극에도 ‘아줌마’의 힘이 뻗쳤다. KBS는 고구려 영토를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경종의 왕후인 ‘천추태후’를 극 소재로 사용했다. 카리스마를 지닌 왕후에는 채시라를 선택했다. ‘천추태후’는 기존 사극에 나타났던 순종적이고 여린 여성의 이미지를 진취적이고 강한 인물로 바꿨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드라마는 젊은 여배우들이 주인공을 독차지했다. 30~40대 배우들은 조연급 이모, 고모, 시어머니 자리를 받아들이거나 안방극장을 떠나야 했다. 21세기가 시작된 지 9년, 40대 전후의 미시 배우들이 주인공을 독차지하고 있다. 일시적 유행일까, 하나의 흐름으로 파악해야 할까. 거시적 흐름이라면 그것을 가능케 한 원인은 무엇일까. 대학교수와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분석해 봤다.

우선 30~40대의 여배우들은 탄탄한 연기력과 높은 인지도라는 양면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다. 이들은 20대 시절 톱스타로서 인지도를 얻었고 10년 이상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면서 연기력을 쌓았다.

동아방송대학 방송보도제작과 전희락 교수(48)는 30~40대 여배우의 검증 받은 연기력이 방송가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9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PD 입장에서 연기자를 선정하는 기준은 ‘인기’와 ‘참신성’을 주로 보는데 톱스타 배우를 기용하면 시청률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연기력 면에서는 30대 여배우들에 밀리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캐스팅 시스템이 바뀐 것도 30대 여배우들의 복귀를 원활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봤다. “과거에는 방송사가 드라마를 제작하다보니 스타 배우 중심으로 선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매니지먼트사로 제작 환경이 이동하면서 30~40대 배우들의 활동 영역이 넓어졌다”고 분석했다.

또 사회적 소비 계층이 드라마 주 시청층으로 떠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불경기다 보니 직접적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시대가 됐다”고 전제한 뒤 “이에 부모의 돈으로 소비를 하는 10~20대가 아닌, 구매력을 가진 30~40대를 겨냥한 드라마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됐다. 불륜, 이혼 등 막장 드라마 붐이 일고 있는 것도 시청자 층이 상향 조정된 것에 따른 결과”라고 밝혔다.

30~40대 여배우들의 젊음을 유지한 미모도 주인공 자리를 꿰차는데 일조했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요즘 30대 여배우들은 20대 못지않은 미모를 갖추고 있다. 제작사 입장에서, 외모가 뛰어나고 연기력까지 갖춘 30대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에는 광대뼈가 튀어나오거나 얼굴의 골격이 커서 나이가 들면 노화의 표가 많이 났지만 요즘에는 전반적으로 얼굴이 작아진데다 현대 의학기술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나이를 잊은 여배우가 가능하다. 젊은 미모가 미시 여배우 전성시대에 한몫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방송 제작 여건에서 원인을 찾았다. 드라마 주 수입원인 광고 시장이 축소되면서 제작비가 감소했고 제작사는 적은 출연료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30~40대 여배우에게 눈을 돌리게 됐다는 것이다.


‘타짜’ 등을 제작한 올리브나인 관계자는 9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20대 톱스타보다는 30~40대 A급 스타를 기용하는 것은 출연료 원인이 가장 크다”며 “드라마 시장이 배우 중심에서 작품 중심으로 변하면서 제작사는 친숙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를 원하기 시작했다. 또 제작비가 축소되면서 적은 출연료로 연기력까지 갖춘 여배우를 선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톱스타 출연=시청률 대박’이라는 공식이 통하던 시대는 지났다. 시청자의 눈길을 붙들고 꾸준히 사랑 받는 작품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톱스타라는 화젯거리에 그치지 않고 이를 뒷받침할 참신한 소재와 탄탄한 구성, 연기력을 갖춘 배우가 필요하다. 불황의 시대, 드라마 제작의 중심이 방송사에서 외주제작사로 넘어간 현재 시점에서 연기력과 대중적 인지도, 미모를 갖춘 30~40대 여배우들의 파워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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