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하얀 거짓말’ 갈수록 재미있네, 왜?

[쿠키人터뷰] ‘하얀 거짓말’ 갈수록 재미있네, 왜?

기사승인 2009-03-11 20:20:06

[쿠키 연예]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수요일 드라마, 영화, 가요 등 연예가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1월 드라마 리뷰에 이어 2월에는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스타를 인터뷰했다. 3월에는 주간시청률 상위권을 기록 중인 드라마의 제작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꽃보다 남자’에서 아트 디렉터로 활동 중인 정혁 실장에 이어 이번 주에는 MBC ‘하얀 거짓말’의 배한천 PD를 만나 인기 비결을 살펴봤다.

‘하얀 거짓말’은 자폐아 아들(김태현 분)에게 집착하는 한 엄마(김해숙 분)의 어긋난 모성과 그 아들이 결혼한 후 발생되는 가족의 이야기를 조명하고 있다. 현재 ‘하얀 거짓말’의 시청률은 웬만한 미니 시리즈에 못잖다. AGB 닐슨 미디어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0일 방송분은 전국 시청률 19.8%를 기록했다. TNS 미디어 리서치에서도 전국 시청률 17.7%로 일일 시청률 6위에 올랐다. 갈수록 재미를 더하는 ‘하얀 거짓말’의 힘은 무엇인지 배한천 PD가 직접 밝혔다.

배 PD는 ‘인물 구성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중심인물을 4명으로 설정해 그들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을 긴박하고 세밀하게 풀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드라마를 보면 사건과 관련 없는 인물이 등장하는 일명 ‘군더더기 장면’들이 있어요. 우리는 주변인물을 거의 등장시키지 않고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들 위주로 구성해 속도감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역사극이었다면 이야기를 따라가야 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인물 구성에만 맞추긴 힘들겠지만, 연속극이다 보니 4인 중심이 가능했던 거죠.”

4인 구조로 이야기를 풀 때 주의할 점은 인물간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얽혀야 한다는 것. 즉 A라는 인물에게 어떤 일이 발생하면 ‘B와 C라는 인물에게 영향이 가겠구나’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관계 설정이 명확해야 한다.

현재 ‘하얀 거짓말’에서는 비안(이은수 분)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모든 인물이 얽혀있다. 비안은 서은영(신은경 분)이 낳은 자식으로 과거 첫사랑이자 현재 시아주버니가 된 강정우(김유석 분)의 아들이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비안이 등장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배 PD는 또 ‘아침드라마는 주부를 공략해라’는 공식을 철저히 따랐다. 기획 단계부터 30대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췄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게 순조롭지는 않았다. 시나리오는 탄탄했지만 화면으로 연출하기가 어려웠다. 자폐아 강형우(김태현 분) 때문이다.

“장애와 관련된 소재는 언제나, 풀기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집니다. 강형우라는 인물을 가장 많이 연구했습니다. 특히 형우가 은영이와 결혼한 뒤 성(性)에 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야가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자폐 증상을 지닌 사람들 중에는 성에 관심을 보이는 친구도 있고 아닌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시청자가 보기에 거북하지 않고 드라마의 흐름을 깨지 않는 방향으로 풀어가기 위해 매일 작가와 고심 중입니다.”

배 PD와 제작진의 노고 덕분인지 자폐아 형우는 시청자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배 PD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절한 수위로 자폐를 연기해주고 있는 배우 김태현에게 박수를 보냈다.

“복잡한 캐릭터를 소화해 줄 수 있는 적합한 배우라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아요. 오디션을 정말 많이 봤습니다. 김태현이 가장 돋보였습니다. 옷부터 소품까지 자폐아 그 자체로 나타나 3시간 넘게 연기를 펼쳤거든요. 그 열정에 반해 같이 일하게 됐습니다.”

‘하얀거짓말’은 극초반 많은 시청자가 ‘뻔한 복수극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은영(신은경 분)이 자신을 배신한 남자(김유석 분)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이복형제(김태현 분)와 결혼한다는 설정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배 PD는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일종의 장치”였다고 설명했다. 또 요즘 들어 극 전개가
느린 것에 대해서는 극 전체의 흐름과 배분을 위해 사전에 계획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총 120회를 구상하면서 60~70회 정도까지는 주제를 끌어내기 위해 인물의 성격이나 관계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인물의 복잡한 감정선이 세밀하게 드러나고, 시청자가 이를 공감하며 함께 가기 위해서는 4~6개월 정도 이야기를 풀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또 극적 전개를 위해 초중반 속도를 늦췄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의 눈을 붙잡아 둘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의 호연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특히 김해숙과 임지은의 인상적 연기를 호평했다.

“김해숙이 맡은 신정옥은 기존 작품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인물이죠. 감정선이 단선적이지 않고 자기 주관이 뚜렷한 인물이라 연기파 배우가 맡아야할 배역이었습니다. 김해숙 씨에게 러브콜을 보냈죠. 역시나 좋은 선택이었어요. 그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내 앞에서 이런 연기가 펼쳐지다니 신기하다’ 감탄할 정도입니다.”

배 PD는 임지은에 대해서는 “MBC 일일극 ‘황금마차’ 때부터 연기자로서 재능을 높이 평가해왔다”고 말했다. “사실 홍나경이라는 인물이 쉽지 않아요. 아이를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찾아온 남편의 배신, 첫 사랑과의 추억 등 심정이 복합적으로 얽혀있거든요.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인데 지은 씨가 자연스럽게 잘해주고 있습니다.”

배 PD는 끝으로 “신정옥의 모정과 서영은의 모정이 어떻게 충돌하는지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라고 극 후반 관람 포인트를 귀띔했다.

탄탄한 구성과 배우들의 호연이 빚어낸 아침 드라마 ‘하얀 거짓말’. ‘이 드라마가 어떤 결말로 끝날까’ 궁금할 정도로 긴장감 있게 풀어가겠다는 배한천 PD의 말이 ‘새빨간 거짓말’이 아니기를, 한 명의 시청자로서 지켜보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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