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중동 수주 감소 긴장

업계,중동 수주 감소 긴장

기사승인 2009-03-20 17:10:01

[쿠키 경제]‘중동 발(發) 위기’가 우려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진출한 두바이와 쿠웨이트 등 중동 국가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난을 겪으면서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한 중동지역의 대형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택경기 침체를 중동 등 해외 진출로 만회해왔던 건설사들로서는 부담이 커지게 됐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중동에서 수주한 금액은 전체 해외 수주액의 절반을 넘는다.

쿠웨이트 63억달러 수주 무산

SK건설은 20일 쿠웨이트 정부로부터 ‘알주르 제4 정유공장’ 신설 공사 취소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쿠웨이트측은 함께 수주한 GS건설, 대림산업, 현대건설에도 통보했다.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KNPC)가 발주한 이 사업은 총 14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공사로 지난해 5월 4개 패키지 사업을 국내 4개사가 싹쓸이 수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회사별 수주액은 SK건설이 20억6000만달러, GS건설 20억달러, 대림산업 11억8400만달러, 현대건설 11억2000만달러 등 총 63억달러다.

국내 업체들은 지난해 5월 투자확인서(LOI)를 체결한 후 설계작업을 진행 중이다. 쿠웨이트 정부는 이번 입찰 취소 배경으로 경제적 타당성 문제를 들었다. 이미 쿠웨이트 의회는 발주처인 KNPC가 국내 업체들과 맺은 ‘코스트 앤 피(Cost&fee)’ 계약조건이 불리하다며 쿠웨이트 정부에 재입찰을 요구했다. 이 방식은 공사비 외 원자재값 상승 등 부담을 쿠웨이트측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SK건설 관계자는 “설계 비용 등은 발주처로부터 이미 받은 상태여서 당장 금전적 피해는 없다”고 말했다.

중동지역 잇단 발주 지연,취소-위기 고조

공사 수주가 무산되자 업계에서는 ‘텃밭’이었던 중동 진출에 제동이 걸린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 476억4000만달러 중 중동 지역은 272억400만달러(57.1%) 규모다. 이번 공사 취소로 4개 건설사는 설계비 외에 받은 선수금(공사대금의 1∼2%)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회사별 매출액 축소도 불가피하다. 업체 관계자는 “수주를 위해 그동안 들인 노력 등에 대한 기회비용도 보상받기 어렵게 됐다”고 토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최근 중동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으로 공사 발주 연기와 취소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롯데그룹 계열 호남석유화학과 카타르 석유공사가 추진해 왔던 20억달러 규모의 석유화학 프로젝트도 당초 지난 1월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내년 1월로 연기됐다. 또 지난해 말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는 얀부 지역에 짓기로 한 100억달러 규모 정유플랜트 발주를 미뤘다. 오만의 20만달러 규모 알루미늄 제련소 건설계획도 취소됐다.

특히 최근 UAE 두바이의 경우 국가가 디폴트 위기에 처하면서 총 2000억달러 규모의 건설계획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파견 인력도 상당수 귀국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플랜트 공사 수주는 당분간 줄어들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수년간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간 해외건설 수주액도 올해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
최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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