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보랏빛 멜로디’ 뷰렛과의 120분 찜질방 수다

[쿠키人터뷰] ‘보랏빛 멜로디’ 뷰렛과의 120분 찜질방 수다

기사승인 2009-04-03 14:01:02

"[쿠키 연예] ‘뷰렛’(Biuret)은 뷰티풀 바이올렛의 약자로 아름다운 보라색이란 뜻이다. 보라색은 몽환적이면서도 매혹적 느낌을 준다. 3인조 혼성밴드 뷰렛은 그룹명답게 보컬 문혜원(29)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기타 이교원(25)과 베이스 안재현(27)이 환상적 화음을 빚어낸다.

봄기운이 완연하던 날, 서울 증산동 한 찜질방에서 3인조 혼성밴드 ‘뷰렛’을 만났다. 찜질방 옷을 입으로 갈아입고 인터뷰를 하노라니 동네 친구를 만난 듯 편안한 대화가 오갔다. 맥반석 달걀과 식혜를 먹으며 나눴던 120분간의 수다는 쫄깃했다.


“찜질방에는 친구들이랑 땀을 좀 빼고 놀러오는데 인터뷰 하러 오기는 처음이네요. 이따 불가마에 들어가서 뜨거운 대화 한 번 나눠볼까요? 하하.”(문혜원)

뷰렛은 2002년 그룹을 결성해 서울 상수동 홍대 클럽 등에서 600회 이상 라이브 무대를 선보였다. 마니아층이 두터울 만큼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다. 2005년에는 EP(정규 앨범과 싱글 앨범의 중간 형태) ‘마이 네임 이즈 뷰렛’을 출시했다. 2007년에는 정규 1집 앨범을 출시, 음악 평론가들로부터 ‘실력파 밴드’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뷰렛은 지난달 2년 만에 정규 2집 앨범 ‘드림스 컴 트루’(Dreams Come True)를 들고 나왔다. 타이틀 곡명도 동일하다. 이교원이 작사·작곡했다. 보컬 문혜원이 작사에 힘을 보탰다. 경기 침체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한 방에 날려버릴 정도로 강렬하고 경쾌한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요즘 아이돌 그룹 및 대형 가수의 활약으로 밴드 음악이 알려질 기회가 적어진 것 같아요. 초반부터 경쾌한 드럼 소리와 리드미컬한 박자로 인상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죠.”(이교원)

“대중이 좋아할 만한 중독성 강한 멜로디에 밝은 가사를 담아봤어요.”(문혜원) 문혜원의 답변처럼 2집은 1집에 비해 한층 밝아졌다. 가사, 리듬, 장르의 조합에 신경을 썼으며 무거운 느낌을 뺐다. 대중 코드에 중심을 뒀기 때문일까. 초도 3000장을 단숨에 팔아 버리고 추가 주문에 들어갔다.

‘암흑 모드’ 문혜원, 뮤지컬 빛 받아 진정한 ‘보랏빛’으로…

뷰렛은 멤버마다 개성이 강하고 다채로운 끼로 뭉쳤다. 문혜원은 연기 재능이 있고 이교원은 예능인의 피가 흐른다. 베이스 안재현은 자유로운 삶을 추구, 여행하는 걸 좋아한다.

문혜원은 2001년 다큐멘터리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출연했으며 지난해에는 영화 ‘잘못된 만남’에 카메오로 등장했다. 최근에는 뮤지컬 배우로 맹활약 중이다. 뮤지컬 ‘황진이’(2006)를 비롯해 ‘헤드윅’(2008)에 출연했다. 지난해부터는 ‘노트르담 드 파리’에 출연 중이며 오는 5월 1일부터는 고궁 뮤지컬 ‘대장금-시즌2’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함으로 인해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됐어요. 노래를 잘 부르는 배우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들의 열정적 연기 모습을 보면서 나태해진 제 모습을 반성하게 됐어요.”(문혜원)

“언니가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기 전에는 어두운 면이 많았는데 무대에 서고 난 뒤에는 밝고 긍정적으로 바뀌었죠. 무대에서 받은 에너지를 밴드 활동에서 발산하니 팀 분위기가 활기차졌죠.”(안재현)



‘달변’ 이교원 “개그, 예능 불러만 주세요~”

멤버 이교원은 ‘개그맨 지망생’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입담이 좋다. 예측 불허의 재치 멘트로 상대를 무장해체시킨다. 멍석만 깔아주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이야기가 줄줄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궁금했다.

“개그맨 될 생각 없었어요?” 돌아온 대답은 예상대로 “있었죠, 지금도 하고 싶고요”였다. 기자는 시원하게 말 잘하는 이교원을 반겼지만, 멤버들은 걱정 반 기대 반인 모양이다. 성적 농담이 짙어 어디 가서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

“엔터테이너의 기질이 탁월해 개그 무대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잘할 거예요. 하지만 좀 더 대중이 좋아할 만한 코드를 익히고 난 다음이 더 좋을 것 같아요(웃음).”(문혜원)

안재현 “스트레스요? 바람의 딸처럼 훌훌 떠나요”

베이스를 담당하는 안재현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심신이 지칠 때마다 여행을 떠난단다.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해방감과 자유를 즐긴다.

“쳇바퀴 돌듯 살고 싶지 않아서 선택한 취미가 여행이에요. 얼마 전에도 한 달 정도 캐나다 배낭여행을 다녀왔거든요. 전 여행을 하면서 삶의 활력을 얻어요. 사실 밴드 활동이 있어 여행이 쉬운 일은 아닌데 멤버들의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멤버들에게 늘 고맙죠.”(안재현)

“재현이는 ‘바람의 딸 한비야’가 되는 게 목표예요. 여행지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힘을 얻고 오는 것 같아요. 우리는 개인의 삶이 행복해야 밴드 활동도 원활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런 점에서 서로의 삶을 인정해주죠.”(문혜원)

“데뷔 앨범 낸 뒤 밴드 활동 관둘까 고민”

뷰렛은 2005년 어렵사리 데뷔 앨범을 냈다. 하지만 문제는 이후였다. 멤버 문혜원은 열악한 가요계 현실에 염증을 느껴 슬럼프에 빠졌다.

“음향기기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라이브 무대를 하라는 경우가 많아요. 또 유명 밴드들이 기타에 잭도 꽂지 않고 손만 까딱거리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죠. 인디신이 발달한 일본으로 건너가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볼까 고민도 했죠. 그러던 중 우리 노래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기운을 얻었어요.”

문혜원이 가수의 길을 포기하려고 했을 때 그를 잡아준 것은 멤버들이었다. “방황하고 있을 때 두 친구가 저에게 손을 내밀어줬죠. 교원 씨는 ‘혜원 누나는 시간이 변해도 변함없는 다이아몬드 같은 존재니 조급해하지 말아라’는 진심어린 위로에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문혜원이 멤버들을 향한 고마운 마음을 담아 완성시킨 노래가 이번 앨범에 수록된 ‘다이아몬드’(Diamond)다.



“넓은 무대로 비상하고 싶어요”

뷰렛이 해외에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아시아판 ‘아메리칸 아이돌’로 불리는 ‘수타시’(SUTASI)의 예선을 통과해 오는 6월쯤 미국에서 열리는 최종 본선에 도전하는 것.

‘수타시’는 미국과 호주에 기반을 둔 엔터테인먼트사 아시아 사운즈(Asia Sounds)가 기획한 콘테스트로 동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3개 지역에서 가수, 밴드, 작곡가 부문에서 각 한 팀씩 총 9팀을 최종 후보로 선발한다. 뷰렛은 동아시아 콘테스트 밴드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해 최종 본선에 올랐다. 최종 우승자에겐 70만 달러(한화 약 9억 6700만원)의 상금과 미국 진출 기회가 주어진다.

“뜻밖의 기회가 주어져 얼떨떨해요. 우리나라 대표 밴드로 참여하는 만큼 가진 끼를 최대한 발휘하고 돌아오려고요. 이번 주부터 곡을 선별하고 연습에 들어갈 예정이에요. 무대에서 신나게 논다는 기분으로 공연을 펼치려고 합니다.”

뷰렛은 천천히 느리게 걷기를 좋아한다. 팀이 결성된 지 7년이 넘었지만 발표한 앨범이 3장뿐인 것도 이 때문이다. 뷰렛은 다작(多作)에 신경 쓰는 것보다 앨범의 완성도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었다. 발 빠른 홍보와 마케팅의 홍수 속에서 일순간 소비되고 사라지는 밴드가 아니라, 진정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쉬는 음악인에 ‘천천히’ 다가서고 있는 뷰렛이 보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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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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