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미용실에서 만난 정애연 “7년 동안 왜 못 떴냐고요?”

[쿠키人터뷰] 미용실에서 만난 정애연 “7년 동안 왜 못 떴냐고요?”

기사승인 2009-04-20 15:13:01

"[쿠키 연예] 배우 정애연(28)은 상대방을 묘하게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조각같이 예쁘게 생긴 얼굴도 아니고, 굵직한 선을 지니지도 않았지만 쳐다보기 시작하면 눈길을 뗄 수 없다. 학창시절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에게 인기가 더 많았음직한 ‘중성적’ 매력도 지녔다.

손바닥 하나로 가려질 만한 작은 얼굴에 오목조목 자리 잡은 이목구비는 세련되면서도 도도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그의 이름 앞에는 ‘도시 미녀’ ‘얼음 공주’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완연한 봄의 시작과 함께 서울 청담동의 한 미용실에서 만난 정애연은 스크린 속 이미지처럼 차갑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여자였다.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메이크업이랑 헤어 손질 때문에 오래 기다리셨죠?”라는 말을 건넬 줄 아는 사려 깊은 사람이자 “명품 대신 시장표 티셔츠를 즐겨 입어요”라고 스스럼없이 밝힐 정도로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평소 성품과 다른, 도회적이고 당당한 커리어 우먼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낼 만큼의 탄탄한 연기력을 가지고도 ‘8년차 중고신인’에 머물고 있는 이유가 더욱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왜 일까, “몸 로비를 못했고 연기력이 부족했다”는 그의 답은 꽤나 솔직하고 겸손했다.



“유산소 운동으로 피부 관리해요~”

정애연은 패션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했을 만큼 170cm의 늘씬한 키에 볼륨감 있는 몸매를 갖췄다. 어떤 옷을 입혀도 스타일이 사는 소위 ‘패셔니스타’에 보송보송한 피부가 패션을 완성한다.

맨 얼굴로 미용실을 찾은 정애연은 잡티 없이 곱고 하얀 피부를 지니고 있었다. 이런 피부를 보면 늘 궁금해진다. 식상한 질문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피부 관리 어떻게 해요?

“연예인들이 흔히 받는 레이저 시술이나 마사지를 받지 않아요. 제가 관리하는 유일한 방법은 기초 화장품을 잘 챙겨 바르고 깨끗이 세수하는 것밖에 없어요. 어머니의 좋은 피부를 물려받은 덕도 크고요(웃음). 매일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혈액 순환을 원활히 하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에요.”

메이크업은 유행을 따라가기보다는 콤플렉스를 보완하는데 주력한단다. “입이 큰 편이라 튀어 보이지 않기 위해 은은한 색으로 입술을 바르죠. 또 피부 톤이 까무잡잡해서 누드 톤으로 화장해요. 결점만 보완하면, 한 듯 만 듯한 메이크업이 가장 아름답고 건강해 보인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8년 차 ‘중고신인’ 꼬리표 벗고 싶어요

그동안 정애연은 대중적 ‘히트’와 거리가 먼 배우였다. 2002년 KBS 드라마 ‘결혼이야기’를 통해 연기자로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영화 ‘여섯 개의 시선’과 ‘아홉살 인생’, SBS 드라마 ‘홍콩 익스프레스’ ‘소금인형’, MBC 드라마 ‘비포 앤 애프터 성형외과’ 등에 출연했지만 정애연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각인시키지 못했다. 8년 차 ‘중고신인’이라는 이름표만 남았을 뿐이다.

정애연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대중에게 ‘정애연’의 존재를 각인시키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연기자로서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참고로 어려서 배운 무용을 전공으로 살리기까지 7년이 걸렸는데 연기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때를 기다리면서 한 걸음씩 성장하기를 기다리는 거죠. 그때까지 조바심을 내거나 도망가지 않으려고 해요. 무슨 일이든 준비가 되면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좀 더 솔직하게 물었다. 유명 인사나 돈의 힘을 빌려 작품에 출연하기 위해 소위 ‘스폰’을 받거나 ‘몸 로비’를 해봤을까?

“솔직히 말씀드리는데 그런 경험은 전혀 없어요. 스폰을 받거나 로비를 해서 톱의 자리에 올라갔다는 일부 연예인들의 사례를 접하면 저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로 느껴져요. 저는 남의 도움을 얻는 것보다 스스로 성취하는 것을 좋아해요. 제 좌우명이 ‘후회 없는 삶을 살자’인데 스폰을 받거나 로비를 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하지 않았네요.”

정애연은 “연기력이 부족했고, 또 지금도 부족하다”고 겸손을 전제한 뒤 “하지만 분명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정애연을 발견한다. 계속 발전해서 좋은 연기 보여드릴 수 있는 훌륭한 배우가 되겠다”고 단단한 각오를 밝혔다.






‘슬픔보다…’ 사진작가 제나로 완벽 변신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속 사진작가 제나로 분한 정애연을 보면 ‘대기만성형’ 배우임을 느낄 수 있다. 출연 분량이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시선을 집중하게 만들 정도로 흡입력이 강하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케이 역의 권상우, 작사가 크림 역의 이보영, 치과의사 주환 역의 이범수까지 쟁쟁한 스타 배우들 사이에서도 작아 보이지 않는다. 제나는 또 다른 제나를 만난 것처럼 정애연의 말과 행동을 통해 살아 숨 쉰다. 사진을 찍고 줄담배를 피는 게 제나인지 정애연이지 헷갈릴 정도다.

“평소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서 사진작가라는 캐릭터를 설정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어요. 지난해 드라마 ‘비포 앤 에프터 성형외과’에서 함께 출연한 김성민 선배가 사진기 다루는 모습을 보고 사진 찍는 법을 배웠죠. 나중에 프로급 정도가 되면 배두나 씨처럼 여행 화보를 남기고 싶네요.”

영화 속에서 담배 피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다. 그저 자연스러워서가 아니다. 정애연은 흡연 행위와 포즈를 통해 제나라는 캐릭터에 생동감을 부여하는 ‘마력’을 발휘했다.

“매 장면마다 담배 피는 장면이 나와서 몸이 힘들었어요(웃음). NG라도 나면 한 장면에서 담배 한 갑 정도 피웠거든요. 한꺼번에 많이 피니까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도 아프더라고요. 그래도 화면에는 괜찮게 나온 것 같아서 만족하고 있어요.”

그는 끝으로 도시적 외모를 단번에 날려버릴 만큼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를 만나 대중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독특한 목소리와 이국적 외모가 연기자로서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남에게는 없는 흔치 않음이 언젠가는 빛을 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도시적 외모에 시골스러운 캐릭터, 생각보다 꽤 재미있지 않을까요?”

스물여덟 정애연은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이루고 싶은 꿈이 하나 있다. ‘8년차 중고 신인’이라는 수식어 대신 ‘좋은 연기자’로 불리는 것이다. 개인적 욕심을 버린 지도 오래됐다. 돈도 명예도 그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연기자 정애연’이라는 이름으로 인정받기를 원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에요”라고 말하며 활짝 웃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그가 우리에게 보여줄 무한가능성의 연기세계가 눈앞을 스쳤다. 정애연의 희망이 우리의 기대가 되는 순간이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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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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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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