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김재우, 알고 보니 모범생 “5년 전 흙 파먹고 술 끊었다”

[쿠키人터뷰] 김재우, 알고 보니 모범생 “5년 전 흙 파먹고 술 끊었다”

기사승인 2009-04-30 12:15:02

"[쿠키 연예]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드라마, 영화, 가요 등 연예가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4월에는 먼저 ‘연예인과 성’을 상중하편으로 나눠 연예계에 드리운 ‘권력·금력과 성’의 검은 결합이라고 볼 수 있는 ‘스폰’을 다뤘다. 셋째 주부터는 지상파 3사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이끄는 3인방을 탐구했다. KBS ‘왕비호’ 윤형빈, MBC ‘호모 사피엔스’ 김경진에 이어 ‘김 야매’ 김재우를 만났다. 김재우는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New 비둘기 합창단’ 코너에서 독특한 목소리로 인기 몰이 중이다.

김재우(30)는 무대 위에서 제 몫을 충분히 해내는 개그맨이다. 상대 개그맨들의 호흡을 예상하면서 개그를 치는 순발력이 탁월하다. ‘New 비둘기 합창단’에서 사기를 치는 캐릭터인 ‘김 야매’를 통해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멘트와 능청스러움은 6년 동안 단련된 그의 ‘개그 내공’이기도 하다.

“수많은 개그맨들이 서고 싶어 하는 공개 코미디 무대에 제가 합류됐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에요. 개그맨은 자신의 끼를 무대 위에서 펼쳐야하기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려고 매일 노력합니다. 밤새면서 아이디어를 짜는 것은 개그맨이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형벌 같아요. 그래도 제 몸에서 흐르는 개그 본능을 숨길 수 없으니 힘들어도 기쁨으로 일하고 있죠.”

유행어 없는 개그맨? 늘 새로운 가면을 쓰고 싶다

2003년 S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김재우는 2006년 SBS 코미디대상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하며 개그 재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대표 유행어라고 내놓을 만한 것들이 없다. 유행어 없는 개그맨이라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전 유행어에 민감하지 않은 편이에요. 코너 ‘형님뉴스’가 인기를 얻자 제가 맡은 ‘길용이’ 캐릭터도 반응이 좋았죠. 그리고 얼마 뒤 ‘형님뉴스’가 최절정의 인기를 얻자 막을 내리자고 먼저 제안했어요. 이름 앞에 수식어가 붙거나 유행어가 생기면 향후 개그 활동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가면을 바꿔 써가면서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피나는 노력을 한다면 유행어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유행어보다는 인기 코너, 인기 코너보다는 편안한 개그를 즐기고 싶다고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밤잠을 설치면서 노력한다면 유행 개그를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어요.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억지웃음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개그를 즐기고 싶어요.”

김재우는 ‘웅이 아버지’ 팀과 협력해 새로운 코너를 구상 중이다. 제작진에게 선을 보인 아이디어도 있지만 ‘퇴짜’를 맞았다.

“한 달 전쯤 코너의 윤곽이 잡혔는데 심의 규제 때문에 전파를 타지 못하고 있어요. 성적 현상에 대해 코믹하게 그렸는데 수위가 높다고 판단하셨나 봐요. 개그맨들은 성적 소재나 정치 풍자 등 아슬아슬하게 수위를 넘나드는 것들이 좋은 코미디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렇다고 개그맨들이 야한 것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웃음). 건전하게 웃길 수 있는 소재를 찾아봐야죠.”



“나몰라 패밀리 멤버들 사이가 나쁘다고요?”

김재우는 2006년 김경욱, 김태환과 함께
‘웃찾사’ 코너 ‘나몰라 패밀리’를 진행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여세를 몰아 그 해 8월 나몰라 패밀리라는 이름으로 음반도 냈다.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반응이 좋아 웬만한 가수가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따로국밥’이다. 김경욱과 김태환이 코너 ‘초코보이’로, 김재우 홀로 ‘김 야매’로 활동 중이다. 그 때문인지 요즘 지인으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나몰라 멤버들끼리 사이 안 좋아요?”란다.

“격의 없이 친하다보니 이젠 가족 같아요. 그렇다 보니 다툴 때에도 격 없이 정말 살벌하게 싸우죠. 혹시 그런 모습을 보고 오해하셨나(웃음)? 어제도 두 동생들과 수다 떠느라 밤을 샜어요. 팀워크 좋으니 오해마세요.”

그래도 궁금증이 개운하게 가시진 않았다. “사이좋은데 왜 따로 활동하나요?”.

“나몰라 패밀리라는 이름으로 셋이 뭉쳐 다니는 게 일상생활이 됐어요. 그래서 개그 무대에서 만큼은 떨어지자고 합의했죠(웃음). 유행어보다는 새로운 가면을 선호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에요. ‘나몰라 패밀리’ 이미지로 고정되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요즘 동생들 개그가 인기 좋더라고요, 대견스러워요. ‘초코보이’가 초반 성적 소재로 많은 질타를 받았지만 신선한 웃음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동생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나몰라 패밀리, 빅뱅 다음으로 인기 있는 가수?

나몰라 패밀리가 3년 동안 낸 음반만 해도 7장이다. 개그맨 활동을 병행하면서 부지런히 가수로서 활동했다.

“개그맨들이 앨범을 내면 ‘대충 노래 불러서 행사 뛰려고 하나 보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오로지 수익을 위해 음반을 내는 것은 아니거든요. 개그맨은 오히려 음반보다 개그가 잘 되어야 일거리도 생기고 수입도 많아져요. 저희는 단지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꾸준히 하고 싶은 것 뿐 입니다.”

최근에는 ‘트라이 어게인 2009’(Try again 2009)라는 이름으로 정규 2집 앨범을 출시했다. 타이틀 곡 ‘전화하지마’는 태인이 피처링했다. 이번 앨범은 2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V.O.S의 김경록이 피처링한 노래 ‘사랑 만들기’, 춘자가 참여한 곡 ‘사랑에 속고 속아’ 등이 수록된 정규 CD와 ‘너만 볼래’ ‘사랑이 그렇게 쉬워’ ‘붙잡아도’ 등 기존 히트곡이 담긴 CD이다.

“20곡을 녹음하고 선별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개그맨들이 가수로 데뷔해 실패하는 가장 큰 요인은 빨리 녹음하고 찍어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성급하기 때문에 앨범 완성도가 떨어지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좋은 곡을 들려드리기 위해 1년 동안 노래 연습을 했어요. ‘개그맨 노래치고는 좋네’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노력했거든요. 가수보다 잘할 수 없으면 피나게 노력하자는 게 ‘나몰라 패밀리’의 주의거든요.”

나몰라 패밀리는 ‘모바일계의 왕자’라고 불릴 정도로 음원 수입이 높다. 지난해에는 빅뱅의 ‘하루하루’에 이어 나몰라 패밀리의 ‘사랑이 그렇게 쉬워’가 KBS ‘뮤직뱅크’ 1위 후보에 올랐다.

“연락을 못 받아서 1위 후보에 오른 지도 몰랐어요(웃음). 가수들은 타 방송국 출입이 자유로운데 개그맨은 제약이 많아 안타까워요. 지상파 3사 PD님, 다음에 혹시 1위 후보 되면 연락 꼭 주세요~”

늘 준비하는 개그 모범생

김재우는 요즘 개그 아이어디를 짜느라 밤을 새기 일쑤란다. 최근 두 달 동안 단 하루도 개그 아이디어를 짜는 것을 소홀히 한 적이 없다. 연인이자 방송인인 백보람과 제대로 얼굴 본 지도 한 달이 넘었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지난 18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나몰라 패밀리 2집 발매 기념 쇼케이스 게스트로 와줬을 때 잠깐 본 게 전부네요. 자주 만나지 못해 서운할 법도 한데 투정 한 번 부리지 않더라고요. 이 친구도 개그를 해봐서 아이디어 짜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알거든요. 불평보다는 위로를 해주는 좋은 사람입니다.”



보람과 연애? 가족과 데이트!

김재우와 백보람은 3년 전 ‘웃찾사’에서 활동하면서 연인으로 발전했다. 연예계 공식 연인으로 알려지고 나니 불편한 점은 없을까? 김재우는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니오”라고 답했다.

“저희는 주위 시선에 관해 신경 쓰지 않은 편이에요. 평범한 연인들이 즐겨하는 것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죠. 영화를 보러가거나 음식을 잘하는 가게를 찾아다니죠. 특히 (백)보람이네 가족들과 함께 어울려 다녀요. 어쩔 때에는 보람이랑 데이트를 하는 건지 그의 가족들과 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아요(웃음).”

“클럽 날라리? 술 끊은 지 5년째랍니다”

‘클럽이나 술집에서 만나서 놀아요’라는 대답을 들려줄 것 같았는데 영화관이나 음식점에서 주로 만난다니 의외였다. 번듯한 외모, 늘씬한 몸매의 선남선녀 커플에 기자도 편견 아닌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저희에 대해 ‘클럽 마니아’나 ‘날라리’일 것 같다고 오해하시더라고요(웃음). 클럽에 가끔 가긴 하는데 다리가 아파서 한 시간 이상 못 있어요. 게다가 술을 마시지 않으니 클럽이 재미있기 힘들죠.”

술을 마시지 않는다? 편견이 또 한 번 깨지는 순간이다. 건장한 체격에 호남형 얼굴, 친구들과 어울리며 기분 좋게 술자리를 벌이는 게 어울릴 법한 외모니 말이다.

“술 안 마신 지 5년이 넘었네요. (주저하다) 5~6년 전쯤 만취해 길거리에 쓰러졌는데 일어나보니 입 안 가득 흙이 있더라고요. 흙을 삼켰는지 속이 아파서 위세척까지 했어요. 보람이도 맥주 한두 잔 정도 주량이니 같이 술 마시는 경우는 없네요.”

“결혼이요? 양치기 소년이 되는 것 같아서…”

김재우는 30대가 되고 나니 결혼 질문을 많이 받는단다. 결혼 계획을 언급한 적이 없는데도 결혼 예상 기사가 나온다. 그만큼 적령기라는 얘긴데, 결혼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는 뭘까.

“언제쯤 결혼하겠다고 단언한 적이 없는데 언론에서 ‘오는 5월에 결혼한다’는 식의 기사가 나더라고요. 아직 결혼 계획이 없는데 제가 마치 ‘양치기 소년’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이유요? 둘 다 욕심이 많은 편이라 세운 계획을 이룬 뒤 결혼하려고요. 그때까지 예쁜 사랑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세요!”

‘여자친구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결혼을 서두르지 않는 것 아니냐’는 식의 시선에 대해서도 경계를 분명히 했다. 그는 백보람을 만나 성격이 많이 온화해졌고 털어놓으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제가 성격이 날카로운 편인데 보람이는 모난 곳 없이 둥글둥글해요. 보람이를 만나고 난 뒤 저의 모난 부분이 많이 깎였어요. 사람 된 거죠(웃음).”

‘웃찾사’ 전성시대 반드시 올 겁니다

김재우는 지상파 3사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중에 KBS ‘개그콘서트’의 인기와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웃찾사’의 향후 활약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인기를 얻고 있어 마음이 든든해요. 특히 ‘개그 콘서트’가 선전하고 있어 기쁘고요. 그만큼 사람들이 공개 코미디의 매력에 빠져있다는 것이니까요. MBC ‘개그야’가 힘들었을 당시 ‘사모님’ ‘별을 쏘다’ 등과 같은 인기 코너가 등장해 ‘개그야’의 인기가 높아진 것처럼 ‘웃찾사’도 좋은 코너가 생기면 시청자가 다시 봐주리라 믿습니다. 제가 그 선봉에 서면 더욱 영광이고요.”

‘웃찾사’를 이끄는 특급 신인이 나와 준다면 전성시대를 여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덧붙였다.

“재능을 갖춘 신인들이 등장해 ‘웃찾사’에 활력을 줬으면 좋겠어요. 캐릭터 한 두 개가 히트하면 프로그램 전체를 살릴 수 있는 파급 효과가 생기거든요. 물론 ‘웃찾사’ 개그맨 선후배가 모두 노력한다는 전제 하에서요.”

‘개그의 피’로 국민의 웃음을 만들다

‘개그의 피를 주체하기 어렵다’는 김재우는 향후 3년 동안 공개 코미디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개그맨으로서 세운 그의 목표는 단 하나다.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개그맨이 되는 것이다. 이 꿈은 개그맨으로서 너무나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각종 사건 소식에 웃음이 사라져가는 요즘, 그가 세운 목표가 쉬운 것만은 아님을 알기에 박수로 격려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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