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억대 쏟아 부어도 스타 될 확률은 고작 0.1%

매년 억대 쏟아 부어도 스타 될 확률은 고작 0.1%

기사승인 2009-05-19 18:10:00

[쿠키 문화] 그야말로 연예인 되기 열풍이다. 유명 기획사에는 하루에도 연예인 지망생 수십 명이 몰려드는가 하면 최근 한 공개 오디션에는 20여일만에 수십만 명이 지원했다. 무대 위나 방송에서 비치는 스타의 화려함에 반해 ‘나도 한번 뜨면 대박 인생을 살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이 시대의 남녀노소를 각종 오디션에 줄 세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스타가 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힘들 뿐 더러, 스타가 되도 이면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다. 막연한 동경에서 오는 연예인 되기 열풍은 개인과 사회에 시간적, 금전적인 낭비만 초래하기 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타가 되고 싶다”

한 대형 오디션의 참여율을 보면 연예인 되기 열풍이 가히 폭발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지난달 6일부터 음악전문 케이블채널 엠넷(Mnet)이 진행하고 있는 ‘슈퍼스타K’에는 20여일만에 16만명이 지원했다. ARS 등으로 신청을 받자마자 연일 지원자가 5000∼7000여명이 몰렸다. ‘슈퍼스타K’는 공개경쟁을 통해 신인 가수를 선발하는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을 본떠 만들어졌으며 7월에 결정되는 최종 우승자는 음반 취입 비용 등으로 1억원과
함께 엠넷미디어의 전폭적인 관리와 지원을 받는다.

지난달 초 진행된 ‘대(對) 동경소녀’ 오디션에도 사흘 동안 전국에서 2500명이 몰렸다. 부모 손을 잡고 온 8세부터 34세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줄을 섰다. 우승자는 일본 기획사인 업프론트가 진행하는 ‘하로 프로젝트’의 한국인 멤버로서 일본에서 활동한다.

지난 3월 SBS 톱탤런트 선발대회에도 남자 6명과 여자 8명 등 총 14명을 뽑는데 4157명이 지원했다. 남녀 각각 397대 1과 2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초·중·고교생들에게 ‘장래희망’을 묻는 각종 조사에서 연예인은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야후코리아가 2007년 4월 어린이 3만59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2%가 ‘슈퍼주니어, 아이비 같은 가수’를 장래희망 1위로 꼽았다. 같은 해 7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전국 초·중·고교생 1만5978명(초 4565명, 중 4441명, 고 6972명)에게 장래 희망을 물은 조사에서도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교사(15.7%, 19.8%), 의사(10.5%, 9.5%)에 이어 연예인(9.9%, 6.2%)을 3위로 꼽았다.

연예인 지망생이 많아지면서 매니지먼트회사들도 난립하고 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에 따르면 연기자 관련 매니지먼트회사는 수도권만 어림잡아 500여개, 가수 관련은 연예제작자협회 소속만 300여 곳에 달하고 영세한 비회원사까지 포함하면 1000여개가 훌쩍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연예인의 삶은 겉보기와 달리 화려하지만은 않다. 최근 ‘장자연 사건’은 이를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검찰 조사결과, 장씨는 소속사로부터 술자리, 잠자리, 골프 접대를 강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역이라도 맡고자 하는 연예인을 상대로 캐스팅 권한을 쥔 PD와 연예기획사 간의 ‘검은 먹이사슬’ 관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조금 인기를 얻으면 그동안의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최근까지 높은 인기를 누렸던 KBS 2TV ‘꽃보다 남자’ 출연진의 잇따른 교통사고는 스케줄에 맞추려는 무리한 차량운행에서 비롯됐다.

음반을 내고 단기간에 홍보를 극대화해야 하는 가수들은 더욱 심하다. 2006년 미녀삼총사의 김형은, 2004년 원티드의 서재호도 이 같은 스케줄 때문에 교통사고로 사망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게 문제다. 연예인지망생은 보통 4∼5년간 준비하고 연간 억대가 넘는 돈을 쏟아 붓지만 성공률은 0.1%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스타 되기 열풍을 바로잡기 위해 연예인들의 실상을 그대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최영균씨는 “최근에는 10대들이 스타로 부각되면서 또래 아이들이 학업을 포기하고 연기·노래 학원으로 몰려들고 있다”면서 “스타급 연예인은 1만명 중에 1명도 될까 말까 한 현실 등을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중문화평론가 김성수씨도 “매체가 지나치게 상업화되면서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연예계의 화려한 겉모습만을 다뤄 온 경향이 있다”면서 “각종 미디어를 자본으로부터 독립시키고, 대중이 본받고 싶은 역할 모델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인문학 사회학 역사학 등의 탐구를 통해 성공만이 최고가 아니라는 인식을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BS 방송문화연구소 김호석 연구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연예인으로 성공하려는 이들을 무작정 비난만 할 수는 없다”며 “그들이 스타에만 집착하지 않고 다양한 무대에서 활동하도록 돕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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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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