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아내와 주고받은 문자 공책에 옮겨 적는 남자, 김학도의 신혼수첩

[쿠키人터뷰] 아내와 주고받은 문자 공책에 옮겨 적는 남자, 김학도의 신혼수첩

기사승인 2009-05-21 15:38:00

"[쿠키 연예]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드라마, 영화, 가요 등 연예가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5월은 ‘가정의 달’을 맞이해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는 연예인 잉꼬부부 네 쌍을 만난다. 지난번에는 블록버스터로 돌아온 김보성과 그의 아내 박지윤 , 16년 금슬을 자랑하는 이영범-노유정 부부를 인터뷰했다. 이번에는 지난해 결혼식을 올린 개그맨 김학도와 프로 바둑기사 한해원의 아기자기한 신혼 생활을 들여다봤다.

“신혼 때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진다고 하던데 우린 공평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해요. 바둑 용어로 말하자면 ‘악수’를 두지 않으려고요. 서로를 이해하고 믿으면서 ‘정수’를 둘 겁니다. 서로에게 정직한다면 부부 생활의 판을 그르칠 일도 없겠죠.”

개그맨 김학도(38)-프로 바둑기사 한해원(27)은 바둑으로 맺어진 부부답게 바둑 용어로 결혼 생활을 설명했다. 사랑이라는 돌로 한 수 한 수 두면서 ‘행복한 가정’이라는 집을 쌓아가고 있었다.

지난해 9월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이 벌써 새 식구를 맞았다. 결혼한 지 5개월 만에 아들 성준이를 얻게 된 것. 지난 17일에는 백일잔치를 했다.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임신한 것을 알게 됐어요. 날짜를 앞당겨볼까 고민했지만 괜한 오해를 사는 것 같아서 예정대로 진행했어요. 둘만의 신혼이 없어서 조금 아쉽지만 곤히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요. 아마도 이게 엄마의 마음인 것 같아요.”

김학도 “한해원은 100점짜리 아내”

‘모유수유하기에 편안한 티셔츠를 샀다’며 해맑게 웃는 한해원의 모습을 보노라니 바둑판을 매섭게 노려보던 프로 기사가 아닌 평범한 주부의 모습이었다. 아기 돌보느라 바쁜 와중에도 매일 남편의 아침 식사를 챙기는 부지런한 아내이기도 했다.

김학도도 한해원에 대해 ‘100점짜리 아내’라며 애정을 과시했다. “제가 예상했던 모습 그대로예요. 남편에게는 현숙한 아내이고 자식에게는 무한한 사랑을 주는 엄마죠. 정말 현모양처랍니다.”

두 사람은 11살 나이차를 느끼지 못했을 정도로 대화가 잘 통한다고 한다. 연애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한 번도 다툰 적이 없었다고. 둘 만의 사랑 방식이 궁금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난 두 사람이 만났는데 왜 부딪칠 일이 없겠어요. 그럴 때는 무조건 이해하고 양보하려고 해요. 특히 우리가 노력하는 것은 ‘대화’를 나누는 거예요. 제가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돌아오기 때문에 아내와 대화 나눌 시간이 없거든요. 제가 귀가하면 아내는 제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아들 성준이와 있었던 하루 일과를 들려줘요. 아무리 피곤해도 아내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행복합니다(웃음).”

문서로 남긴 사랑의 문자만 2000개

두 사람은 2004년 바둑 TV ‘생생바둑 한게임’을 공동 진행하면서 처음 만났다. 그러던 중 한해원이 KBS2 TV 개그프로그램 ‘폭소클럽’에 출연하게 되면서 김학도로부터 개그 조언을 받은 것이 계기가 돼 연인으로 발전했다.

김학도는 연애할 당시에 느꼈던 뜨거웠던 사랑의 감정을 평생 잊지 않기 위해서 글로 남겨두고 있었다. 연애 시절에 주고받았던 문자를 틈날 때마다 공책에 적어뒀단다. 글로 남겨 둔 문자만 해도 2000개가 넘는다는 것.

“제 모든 것을 다 바쳐서 사랑한 여자이기에 열정을 잊지 않기 위해서 기록하고 있어요. 여행 일지도 기록 중이에요. 하나 둘 기록하다 보니 두꺼운 공책으로 세 권 정도 썼네요. 아내가 늙어서 추억을 더듬고 싶을 때 선물해주려고요.”

남편의 마음에 감동한 한해원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한해원은 남편에 대해 ‘은은한 달빛처럼 부드럽고 한결같은 남자’라고 치켜세우며 “변함없는 사랑을 줘서 고맙다”고 애정을 표현했다.



김학도를 개그 무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

“결혼하고 나니 좋은 일들만 넘쳐나는 것 같아요. 아내의 선한 기운을 받아서 그런가 봐요.”

‘결혼 후 일이 술술 풀린다’는 그의 말대로 현재 다방면에서 활동 중이다. KBS 생방송 ‘세상의 아침-김학도의 클릭 세상’, MBC ‘시네마 월드’ ‘TV 특종 놀라운 세상’, 싸이언스 TV ‘황금열쇠를 찾아라’ 등에 출연 중이다.

“요즘 불경기라 프로그램 하나 맡기도 어려운데 다방면에서 활동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사실 일부 프로그램에서 출연료가 삭감됐지만 잘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기쁩니다(웃음).”

하지만 ‘풍자개그’로 유명한 그가 ‘개그’가 아닌 ‘교양’ 프로그램에서 주로 활동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그래서 ‘왜 개그 무대로 돌아오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얼마 전에 개그 프로그램 PD들을 만났는데 ‘왜 교양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러면 ‘전 교양 개그맨이 될 겁니다’라고 말해요. 제가 맡고 있는 코너 중에 ‘김학도의 세상 클릭’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을 할 때 가장 신나요. 10여분 정도 진행하는 작은 코너지만 저만의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볼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교양 개그맨에게 주어진 특명

궁금증이 밀려와 다시 물었다. ‘그럼 개그 무대는 완전히 떠나신 건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개그야’나 ‘개그콘서트’에 합류해서 사람들을 웃길 자신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개그맨으로서 준비가 미흡하기 때문이죠.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3분 코너를 짜려면 일주일 동안 개그에만 전념해야 해요. 매일 밤을 새면서 개그를 짜야 사람들이 겨우 웃어줄까 말까 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전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개그 무대에 선다는 게 불가능해요. 하지만 개그는 제 마음의 고향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개그 무대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주어지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시청자 앞에 서고 싶습니다.”

‘교양 개그맨’이 되고 싶다는 김학도는 롤 모델로 방송인 김미화와 임백천을 꼽았다. “개그맨 출신 김미화, 가수 출신 임백천 선배처럼 시사, 교양 등 사회 문제를 분석해 공감대를 자극하는 웃음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교양 전문 개그맨으로서 선봉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최근 김학도에게 특명이 주어졌다. 매일 인상을 쓰고 있는 아들 성준이를 웃기는 것이다. “제가 세운 올해 개그 목표는 아들을 웃기는 겁니다. 갓난아기라 제 개그를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아들이 웃으면 국민의 반이 웃은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웃음).”

바둑 해설자로 복귀하는 한해원

육아에 전념 중인 한해원은 21일 개막된 ‘2009 한국바둑리그’ 해설자로 복귀한다. 16세에 바둑계에 입문해 바둑기사 3단인 한해원은 KBS ‘바둑왕전’ 등 굵직한 프로그램에서 해설자로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왔다. 귀여운 외모로 다수의 팬을 거느리고 있어 ‘바둑계 얼짱’으로 통한다.

“잊지 않고 다시 불러줘서 감사할 뿐이에요(웃음). 생방송을 즐기는 편이라 크게 떨리진 않아요. 아기 돌보고 남편 뒷바라지만 하던 생활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활력을 찾게 된 것 같아요. 실력 있는 후배 해설자가 나오면 제 자리를 물려주려고요. 그때까지만 잘 부탁드려요(웃음).”

한해원은 올해 해설자로 활동한 뒤 내년 정도 둘째 아이를 가질 계획이다. “둘째는 딸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나저나 둘째 낳기 전에 체중을 감량해야 하는데…. 여보, 저 아기 낳고 몸매가 볼품없어졌죠?”

아내의 애교 섞인 물음에 김학도는 “절대 그렇지 않아. 지금 당신의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라고 화답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도 꼭 잡은 두 손을 한동안 놓지 않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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