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혜령 “‘미녀는 괴로워’는 내 얘기…정양의 립싱크가수가 바로 나”

[쿠키人터뷰] 혜령 “‘미녀는 괴로워’는 내 얘기…정양의 립싱크가수가 바로 나”

기사승인 2009-05-21 16:11:00

"[쿠키 연예] 가수 혜령(30)은 폭발적 가창력을 지녔다.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에는 애절함이 묻어난다.

‘노래로 인정받는 가수가 되자’는 목표를 세우고 데뷔한 지 올해로 6년. 혜령은 지난 11일 첫 번째 미니앨범 ‘원 나잇 러브’를 발표했다. 정규 3집 앨범을 발표한 이후 2년 만이다. 혜령은 가수 활동을 시작한 지 오래 되었지만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그 마음을 담아 ‘다시’를 뜻하는 영어 ‘어게인’(Again)을 앨범 표지에 적어 넣었다.

“2년 동안 쉬면서 가수로 활동했던 지난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게 됐어요. ‘나에겐 미래가 없어’라고 단념하던 찰나에 지금의 소속사 식구들을 만나게 됐죠. 이번 미니앨범이 네 번째 앨범이지만 데뷔할 때 느꼈던 설렘을 담아 노래했어요.”

“호영씨~ 랩 피처링 고마워요”

타이틀 곡 ‘나 왜 헤어져’는 1집 히트곡 ‘슬픔을 참는 세 가지 방법’의 분위기를 차용한 노래다. 미디엄 템포의 R&B 곡으로 이별을 인정할 수 없는 여자의 안타까운 마음이 담겨있다. “사람들이 ‘혜령’이라고 하면 1집 때 목소리를 가장 많이 기억하시더라고요. 당시 불렀던 창법대로 타이틀곡을 불러봤어요.”

‘나 왜 헤어져’는 god 손호영의 랩이 얹어져 한층 더 풍부해진 느낌이다. 혜령과 손호영의 인연은 2003년 god 콘서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혜령이 초대손님 자격으로 god 콘서트 무대에 자주 오른 게 인연이 됐다.

“녹음하러 오던 날 이미 노래를 흥얼거릴 정도로 수 십 번 반복해서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랩까지 직접 만들어 와서 감동받았습니다. 앞으로도 서로 도와주기로 약속했을 만큼 녹음하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수록곡을 듣노라면 ‘같은 앨범에 담겨진 노래가 맞나’ 싶을 정도로 곡마다 느낌이 다르다. 주영훈이 작사, 작곡한 노래 ‘멍하니’는 혜령의 차분한 음색이 돋보인다. 창따이가 작사, 작곡한 곡 ‘밉다’는 시를 읊듯 잔잔하게 속삭이는 내레이션이 인상적이다.

“요즘은 앨범에 여러 곡을 담아도 1~2곡 정도만 듣고 마는 경우가 많다더라고요. 모든 노래를 새롭게 느끼셨으면 해서 하나 하나 색다르게 불러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미녀는 괴로워’ 마치 내 얘기 같아”

혜령의 가수 생활은 굴곡이 많았다. 2001년 정양의 립싱크 사건에 휘말리면서 힘든 시간을 보낸 것. 정양의 립싱크 사건은 가요계에 파문을 몰고 왔다. 정양이 힙합 그룹 ‘씨클로’의 객원 보컬로 참여했을 당시 다른 가수가 부른 노래를 자신이 부른 것처럼 활동했다. 무대 뒤에서 정양의 노래를 부른 사람이 바로 혜령이었다.

혜령은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천상의 목소리를 지녔지만 육중한 몸매 때문에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할 수밖에 없었던 한나(김아중)의 처지와 똑같았다. 아니 그보다 더 심했다.

“데뷔 앨범을 발표한다고 해서 열심히 노래를 불렀는데 한 달이 지나도 앨범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하루는 방송을 보는데 제가 부른 노래를 다른 가수가 입만 벙긋거리면서 부르고 있더라고요. 가수 생활에 대한 회의가 들었어요. 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보면서 ‘어쩜 이렇게 나와 똑같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많이 울었습니다.”

혜령의 외모가 누구의 대신으로 노래를 불러야 할 만큼은 아니다. “보시다시피 ‘미녀는 괴로워’의 한나처럼 흉측한 외모는 아니에요(웃음). 주변에서는 ‘네가 오죽 못 났으면 그런 일을 당했냐’면서 핀잔을 주시는데 성형의 힘을 빌려서 변신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전 지금 제 모습이 좋아요.”

농담을 섞어가면서 말할 수 있을 만큼 지금은 마음이 많이 정리됐다. 하지만 당시 혜령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소박한 꿈마저도 버려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또 립싱크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본의 아니게 은둔 생활을 했다. 그러면서 2년이라는 시간이 무의미하게 흘러갔다. 데뷔도 자연스럽게 늦춰졌다.

“당시에는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길까’ 원망이 들었어요.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라는 교훈을 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과거 힘들었던 시간도 지금은 모두 약이 되었네요.”



“이은미 선배처럼 노래로 사랑받는 가수 될래요”

혜령의 꿈은 가수가 아닌 뮤지컬 배우였다. 연극영화과를 전공한 것도 뮤지컬 배우로 데뷔하기 위해서였다.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뮤지컬 출연 계약 직전까지 갔으나, 먼저 가창력 있는 가수로 인정받고 싶어 잠시 ‘꿈의 실현’을 보류했다.

“나중에는 꼭 뮤지컬 무대에서 공연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노래에만 집중하기에도 벅차네요. ‘혜령, 노래 정말 잘 한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라이브 무대로 찾아뵐게요.”

혜령은 자신의 노래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어디라도 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만큼 노래로 인정받는 가수가 되고 싶단다.

“이은미 선배처럼 오로지 노래로만 사랑받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얼굴을 알려야겠다는 욕심을 버린 만큼 성실히 노래하는 모습으로 다가갈게요.”

6년의 시간 동안 ‘인내’와 ‘노력’을 배웠다는 혜령. ‘노래 잘 부르는 가수’로 인정받는 날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