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친구’ 배그린 “6개월 동안 나를 괴롭힌 것”

[쿠키人터뷰] ‘친구’ 배그린 “6개월 동안 나를 괴롭힌 것”

기사승인 2009-08-04 11:49:00

"[쿠키 연예] MBC 주말특별기획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2001년 개봉 히트작 ‘친구’의 드라마 판으로 곽경택 감독이 극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아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두 남자 주인공인 현빈과 김민준은 ‘내 이름은 김삼순’ ‘다모’ ‘아일랜드’ 등으로 탄탄히 이력을 다진 배우들이라 시청자의 관심은 높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했던가. 성적표는 턱없이 초라하다. 매주 한 자릿수 시청률로 체면치레도 못 하고 있다.

그렇다고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동수(현빈), 이준석(김민준), 정상택(서도영) 사이에서 코믹 감초 연기로 화제를 모은 김중호 역의 이시언을 배출해냈으며, 밴드 ‘레인 보우’에서 베이스를 담당한 성성애 역의 배그린이라는 개성 넘치는 신예를 건져냈다. 이 중 본명과 잘 어울리는 풋풋한 매력을 지닌 신인 배그린(20)을 만났다.

6개월 동안 괴롭힌 건 ‘부족한 연기력’

인터뷰 당일 배그린의 건강 상태는 좋지 않았다. 40도를 넘나드는 고열에 시달리며 고생했다는 그의 말처럼 수척한 얼굴이었다.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100% 사전 제작드라마라 6개월간의 긴 촬영을 마치고 긴장이 풀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배그린은 MBC 드라마 ‘대한민국변호사’, 케이블 채널 OCN ‘여사부일체’에 간간이 얼굴을 비쳤으나 큰 비중을 담당하기는 이번 작품이 처음이다. 신인으로서 촬영 내내 긴장도 많이 했을 것이고, 마음고생도 적잖이 했을 것으로 짐작됐다. 배그린의 입에서도 ‘정말 힘들었다’는 한탄이 흘러나왔다.

“6개월 동안 저를 괴롭힌 것은 ‘제 자신’이었어요. 촬영하면서 ‘연기력이 정말 부족하구나’ 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거든요. 남자 주인공들 헤어스타일 때문에 성인 부분부터 촬영했는데 첫 장면이 김중호와 약혼식을 올리는 거였어요. 홀어머니를 바라보며 눈물을 뚝뚝 흘려야 하는데 눈물이 한 방울도 나지 않는 거예요. 정말 속상하고 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 서 얼마나 신세한탄을 했는지 몰라요.”

배그린은 감정 연기를 비롯해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는 게 만만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대구 출신이라 부산 사투리를 다시 익히는데 고생했다는 것이다.

“부산 출신인 감독님이 대본을 읽을 때 ‘대구와 부산이 차이가 많이 나는구나’ 하는 걸 깨달았어요. 성성애가 능청스럽게 사투리를 하는 인물이라 빨리 익혀야 하는 조바심도 느꼈고요. 상대 배우인 중호 오빠가 부산 토박이라 많이 도와줬어요. 처음에는 사투리 연기가 어색했는데 6개월 동안 살다보니 입에 착착 감길 만큼 반 부산 사람 됐어요.”



짧은 헤어스타일을 사랑하게 된 배그린

배그린은 ‘친구, 우리들의 전설’ 오디션에서 수 천 명을 제치고 성성애 역을 따냈다. 신인으로서 비중 있는 역할을 거머쥐었다는 안심도 잠시, 여주인공 최진숙 역의 왕지혜와 이미지가 겹친다는 제작진의 의견이 흘러나왔다. 두 사람은 촬영장 밖에서도 ‘자매 같다’는 말을 많이 들을 정도로 시원시원한 이목구비, 하얀 피부, 입가에 번지는 잔잔한 미소 등 외형적 분위기가 비슷하다. 이에 배그린은 머리카락이 귓불에 살짝 닿을 정도로 짧게 잘랐다.

“여배우라면 브라운관에 얼굴이 작게 나왔으면 하는 소망이 있잖아요(웃음). 머리카락이 길면 얼굴을 좀 가릴 수 있는데 이 헤어스타일은 그럴 수 없어 조금 속상하더라고요. 그런데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니 주변에서 성성애에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고요. 헤어스타일 하나로 캐릭터가 더 잘 살았다고 생각하니 기뻐요. 지금은 이 헤어스타일을 사랑하게 됐어요(웃음).”

배그린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짧은 헤어스타일은 현장에서도 인기가 많았단다. 배우 및 스태프들은 팀에서 가장 어린 배그린에 대한 애정 표현으로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줬던 것이다.

“현장에서 제 별명은 ‘성성애 어린이’였어요. 나이도 어리고 선배에게 어리광을 많이 부려서 그런가 봐요. 다들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면서 아낌없는 사랑을 주셨죠.”



“많이 혼난 만큼 사랑도 듬뿍 받았죠”

배그린은 자신에 대해 행운아였다고 고백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평소 존경해 오던 곽경택 감독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배그린은 ‘친구, 우리들의 전설’을 촬영할 때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연기할까요?’ ‘제가 여러 가지 버전을 준비했는데 어떤 게 마음에 드세요?’를 비롯해 수많은 질문으로 곽 감독을 괴롭히며 매달렸다. 초기에는 호통 소리로 긴장감이 돌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곽 감독의 웃음소리가 많아졌다.

“제 연기를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부족하더라고요. 의기소침해 있던 저에게 감독님이 손을 내밀어주셨죠. 감독님으로부터 칭찬을 받으면 우린 하이파이브를 해요. 그런 모습을 본 선배들은 ‘넌 감독님인데 어렵지 않니?’라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런데 전 감독님이 편안하기만 했어요. 우리 아버지와도 나이차가 별로 안 나서 아빠처럼 느껴져요(웃음).”

배그린의 감독 사랑은 팀복에서도 드러난다. ‘친구, 우리들의 전설’ 배우 및 스태프들이 입고 다니는 옷에 배우 사인 대신 곽 감독의 사인을 큼지막하게 받았다고 한다.

“감독님은 제 인생을 바꿔놓으신 분이에요. 제가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을 밖으로 끄집어내주셨죠. 감독님을 통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얻게 됐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죽을 때까지 연기하는 배우로 남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어요.”

지난 28일부터 부산에서 보충 촬영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친구, 우리들의 전설’을 촬영하면서 배그린은 얼마만큼 성장했을까.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늘었지만 무엇보다도 인간적으로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고교시절 모습부터 유부녀까지 연기를 하면서 인생에 대해서도 좀 더 깊게 생각하게 됐고요. 감독님이 제게 ‘드라마가 끝나면 네 인생이 많이 바뀔 거다’라고 하시면서 ‘사람은 항상 겸손해야 한다’고 알려주셨어요. 감독님의 말씀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늘 발전하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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