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하고 유쾌하게” 네 돌을 맞은 ‘2010 사천가’

“강렬하고 유쾌하게” 네 돌을 맞은 ‘2010 사천가’

기사승인 2010-07-02 19:16:01

[쿠키 문화] 판소리와 한복. 편견이 무의식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을까. 낡은 관념을 비웃기라도 하듯 저고리와 치마를 벗어던지고, 레이스가 풍성한 블라우스에 주름이 굵게 잡힌 롱 드레스 그리고 허리라인을 강조한 재킷을 입고 소리꾼들이 무대에 선다. ‘2010 사천가’(제작 판소리 만들기 ‘자’, 연출 남인우) 여주인공인 이자람(32), 이승희(28), 김소진(22)이다.

‘사천가’는 독일의 유명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작품 ‘사천의 선인’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소리꾼이자 작가인 이자람이 새롭게 완성시켰다. 브레이트가 ‘사천의 선인’에서 시대 미상의 중국 사천 여공들을 대상으로 한 담배 가게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이자람의 ‘사천가’는 시장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분식집인 대한민국의 현재를 이야기한다.

‘2010 사천가’는 대한민국 사천이란 도시에 세 신이 찾아와 착한 사람을 찾는 것부터 시작된다. 세 신은 착한 순덕의 모습에 감동해 돈을 주고 떠나고 순덕은 그 돈으로 분식집을 차리는데 온갖 인간이 몰려와 분식집을 거덜 낸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소한 이야기가 코믹하면서도 유쾌하게 펼쳐진다.

올해로 네 살이 맞은 ‘2010 사천가’는 그동안 실험과 도전으로 색다른 판소리 만들기에 공을 들였다. 이번에는 3년 동안 보여줬던 요소들을 최적화시키는 데 목표를 뒀다.

2007년 초연 당시부터 메가폰을 잡고 있는 연출가 남인우는 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2010 사천가’ 프레스콜 및 기자회견에서 “첫 해가 새로운 형식의 판소리를 실험하는 시간이었다면 이듬해에는 이를 미학적으로 완성시키는 시기였습니다. 지난해에는 다른 소리꾼들을 영입함으로써 내용을 다채롭게 만들었다면, 올해는 지금까지 했던 것들을 탄탄하게 만드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2010 사천가’는 소리꾼들의 장점이 극대화되면서 공연의 내용도 업그레이드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승희 씨는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고음이 아름답고, (김)소진 씨는 중저음이 좋아 각각의 음색이 묘한 맛을 낸다”며 “(이)자람 씨가 자기 소리를 승희 씨와 소진 씨에게 전수하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두 번째 무대에 오르는 이승희는 “지난해 ‘사천가’를 해봐서 그런 지 한층 여유로워진 것 같다”며 “예전에는 캐릭터를 급하게 표현했는데 지금은 즐기면서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승희와 같은 해에 합류한 김소진은 “처음에는 캐릭터를 외우는데 급급했는데 1년이 지나고 나니 조금씩 나만의 색깔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리꾼이자 음악 감독으로 활동한 이자람은 “나이가 한 살 더 먹어서 그런 지 캐릭터도 색깔이 짙어지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히며 “‘사천가’는 전통적 판소리인 춘향가가 아닌 판소리의 양식화를 꾀한 것이다. 판소리가 양적 팽창을 하게 된다면 우리가 만든 ‘사천가’가 100년 후에는 전통 판소리로 인식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털어놨다.

지난 5월 폴란드에서 열린 공연에 대해서는 “판소리라는 장르가 낯설게 다가왔겠지만 어느 곳에서나 일어남직한 이야기라서 그런 지 공감대가 많이 형성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남 PD는 “판소리 장르가 외국인들에게 낯설게 느껴졌는지 일단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캐릭터랑 이야기가 재미있었는지 동시 동역으로 들으면서 자지러지도록 웃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2010 사천가’는 관객의 반응에 힘입어 오는 3일부터 8일 동안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펼쳐진다. 오는 9월16~26일까지는 미국 워싱턴과 시카고 투어 공연을 벌이며, 내년 3월5일~18일에는 프랑스 국립민중극장과 파리시립극장 초청 공연을 이어간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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