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이거 뜰까?] 김혜수로 새 단장한 ‘W’…딱딱함↓ 친근감↑ 향후 과제는?

[Ki-Z 이거 뜰까?] 김혜수로 새 단장한 ‘W’…딱딱함↓ 친근감↑ 향후 과제는?

기사승인 2010-07-17 13:08:00

"[쿠키 연예] 심층 시사프로그램을 표방하며 질 좋은 다큐멘터리로 매주 금요일 심야에 시청자를 찾아가는 MBC ‘W’. 지난 2005년 4월29일 첫 닻을 단 이후 30여명의 PD가 핸들을 이어받으며 인권, 이슈, 환경, 전쟁 등 680여 개의 아이템을 진한 감동과 순도 높은 웃음을 녹여내며 지구촌 곳곳의 이야기를 시청자에게 전해왔다.

그런 W가 5년간의 업적을 뒤로하고 새롭게 다시 섰다. 어렵고 지루한 시사프로그램을 지양하고 쉽고 친근한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가장 큰 변화로 탄생 초기부터 마이크를 잡아온 최윤영 아나운서 대신 배우 김혜수를 새 진행자로 내세웠다. 이름도 ‘세계와 나 W’에서 ‘김혜수의 W’로 바꿨다.

민감한 현안과 각 민족의 문화상에 대해 조명하는 시사프로그램에 아나운서나 전문가가 아닌 배우를 낙점했다는 것은 파격적 단행이 아닐 수 없다. 이는 5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오면서 녹이 슨 부분에 윤활유를 발라주고, 유쾌한 시사프로그램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W’ 제작진의 결연한 의지임을 엿볼 수 있다.

16일 화제 속에 첫 방송을 시작한 ‘W’. 새 진행자 김혜수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와 안정된 진행력은 시사프로그램의 딱딱한 느낌을 떨쳐버리는데 기여했다. 코너도 전 연령대가 공감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편돼 친근감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합격이라는 평가다. 그렇다면 ‘W’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짚어봤다.

왜 김혜수인가?

‘W’와 김혜수의 인연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혜수가 생애 첫 봉사활동으로 ‘W’를 선택했고, 제작진과 조율한 끝에 네팔로 넘어가 현지인에게 식량을 나눠주고 어린 아이를 돌보는 장면이 11월13일 방송됐다. 굶주린 아이들을 위해 30kg이 넘는 쌀부대를 나르고, 이가 득실거리는 머리카락도 손수 감겨주면서 몸으로 사랑을 표현했다.

당시 네팔에 동행했던 이영백 PD는 “연예인 생활을 20년 넘게 한 사람이라는 게 믿을 수 없었을 만큼 소박하고 털털했다”고 회상하며 “화려한 외모보다 더 빛나는 내면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고 김혜수를 칭찬했다.

“프로그램이 진부하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청자의 지적에 고심하던 제작진은 이 PD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떠올리며 ‘W’의 적임자로 김혜수를 지목했다. 제작진은 인기 연예 프로그램도 아니고 자신의 연기 이력에 도움이 될 만한 토크쇼도 아니었기에 단번에 거절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김혜수는 기꺼이 그리고 흔쾌히 응했다. 그렇다면 왜 김혜수였을까.

이승준 PD는 “시청자의 시각과 제작진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파급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아나운서는 전달력이 좋지만 시청자와 호흡하는 측면에 한계가 있었다. 김혜수는 세계 문제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고, 세상과 약자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을 느낄 수 있어서 시청자의 마음을 자극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허태웅 CP도 이 PD와 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시사 프로그램이다 보니 딱딱하고 어둡다. 세계와 인류 문제에 대해 열린 시각과 따뜻한 정의감이 살아있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제격”이라며 “네팔에 같이 갔던 제작진이 카메라가 돌아갈 때나 꺼졌을 때나 한결같은 모습에 감명을 받은 것 같다. 출연료를 많이 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합류해줘서 고마운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김혜수는 단순한 진행자가 아니다?

김혜수는 최윤영 아나운서와는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닌 진행자다. 최 아나운서도 오프닝과 클로징 멘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W’와 호흡했으나, 이 프로그램 외에도 주어진 업무가 많은 상태라 기획이나 내용 제작 과정에 깊숙하게 관여하긴 어려웠다. 이에 비해 김혜수는 ‘W’에 진행자라는 직함 대신 ‘스태프’라는 명함을 달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허 CP는 “모든 것들이 세팅된 상황에서 출연하는 진행자가 아니라 제작 자체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상당히 받았다”며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인권, 여성, 기아 문제 등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회가 된다면 김혜수가 직접 현장으로 나가서 시청자에게 생생한 정보를 전달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혜수는 제작진을 괴롭히는(?) 진행자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양수리 종합촬영소에서 일주일에 5일 정도 영화 ‘이층의 악당’을 촬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아이템의 촬영분량을 방송 일주일 전에 꼼꼼히 모니터링 한다. 방송 전 대본 숙지는 물론이거니와 아이템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하나도 빠지지 않고 보내달라고 제작진에 주문했다. 반드시 다뤄야 하는 사안이라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배짱도 있다.

이 PD는 ‘김혜수의 W’라는 프로그램에 걸맞게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는 “지난주 스튜디오 촬영을 했는데 사람들과 본인이 기대하는 것이 있어서 그런지 재촬영을 요구하더라. 정말 욕심이 많은 진행자인 것 같다”며 “오프닝과 클로징 멘트를 본인의 느낌과 생각이 최대한 반영됐으면 해 작가와 합심해 작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각국의 일상과 화상 인터뷰로 꾸민 코너 ‘혜수의 창’은 제작할 때 김혜수의 성향과 특징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고안하고 있다”며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제작진에게 긴장감을 주는 존재”라고 덧붙였다.

김혜수도 ‘W’를 함께 만들어가는 스태프로서 의욕을 드러냈다. “반드시 진행자의 역할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길이 열렸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형태로든 최대한 많이 참여하고 싶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프로그램에 누가 되지 않는다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주어진 원고만 보고 읽는 일부 프로그램의 ‘앵무새 진행자’가 아니라 자신의 관점을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건강하고 생산적 의견을 내놓는 ‘깨어 있는 진행자’로서 프로그램에 활력을 주고 있다.



김혜수, 롤 모델 만들어선 안 된다

김혜수도 제작발표회에서 고백했듯 ‘W=최윤영 아나운서’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다. 대부분의 시청자도 ‘W’와 ‘최윤영 아나운서’를 떼 놓고 생각하기 힘들다. 본인도 그 점이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제부터 ‘W’를 거론하면 곧장 김혜수가 떠오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임무가 주어졌다.

김혜수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연예인으로 전문적 교육을 받은 아나운서처럼 말할 수 없고, 그렇게 따라가서도 안 된다. 김혜수는 자신만의 어법과 표현력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

그의 고백처럼 롤 모델이 없어야 한다. 롤 모델을 만드는 순간 자신의 색깔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W’를 김혜수가 맡는다고 했을 때 누리꾼과 대중은 바로 고개를 끄덕거리진 않았지만, 김혜수의 개성만큼이나 프로그램의 색깔도 뚜렷해 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일단 첫 회에서는 김혜수가 W의 새 얼굴이 됐다는 것을 알리는데 성공했다. 이제 회를 거듭할수록 ‘W’와 하나가 되어 녹아들어야 한다.

영화나 드라마 속 당당한 커리어우먼처럼 매사에 떳떳한 자세를 취하며, 제 목소리를 냈던 배우이자 연예계에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일침을 가했던 모습처럼 대중 앞에서도 진행자로서 당당해야 한다.

1998년부터 3년 동안 SBS ‘김혜수의 플러스 유’ 진행자로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 김혜수. 당시 재기발랄한 진행으로 토크쇼의 새 장을 열었다. 9년 만에 다시 진행자의 자리에 앉은 그가 시사프로그램에 새 바람을 몰고 올 지 주목해 봐야 할 것이다.

김혜수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낸 ‘W’가 좀 더 깨어있고(Wake), 좀 더 넓게(Wide) 그리고 전기처럼 짜릿한(Watt)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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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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