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개월은 없었다…아쉬움 남긴 ‘재범 팬 미팅’

지난 9개월은 없었다…아쉬움 남긴 ‘재범 팬 미팅’

기사승인 2010-08-29 07:02:00

"[쿠키 연예] 화려한 ‘스타 박재범’은 있었지만, 솔직한 ‘인간 박재범’은 보기 어려웠다. ‘재범 팬 미츠 투어 2010 서울’(FAN MEETS TOUR 2010 SEOUL, 이하 ‘재범 2010 서울 팬 미팅’)이 다양한 볼거리로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지만, 깊은 교감을 나누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28일 오후 8시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2시간 30분 동안 열린 ‘재범 2010 서울 팬 미팅’은 배우 김수로, 장혁, 김사랑, 송중기 등 싸이더스HQ 소속 식구들의 축하 영상으로 서막을 알렸고, 재범이 무대 중앙에서 미국 팝스타 B.O.B의 히트곡 ‘나싱 온 유’(Nothin'' on you)를 편곡한 첫 솔로 미니앨범 수록곡 ‘믿어줄래’를 부르며 등장했다.

지난 25일 미국에서의 짧은 휴식을 마치고 입국한 재범은 시차적응 하느라 심신이 고단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비보잉 크루 AOM과 환상 호흡을 자랑하며, 한층 더 화려해진 춤사위로 팬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고 마이클잭슨의 ‘댄저러스’(Dangerous)를 만든 미국의 유명한 프로듀서 테디 라일리와 함께 작업한 ‘데몬’(Demon) 뮤직비디오와 노래도 이날 최초로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상의를 찢으며 탄탄한 복근을 과감하게 공개한 안무 퍼포먼스는 여성 팬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재범은 2년 전 그룹 2PM으로 데뷔한 후 처음 가진 팬 미팅에 감격스러워하며 “정말 많이 보고 싶었다. 오늘 이 자리가 행복하다. 이 모든 것은 다 여러분을 위한 것”이라고 벅찬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6000여 명의 팬을 운집시킨 공연은 ‘팬 미팅’이라는 제목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팬 미팅’은 스타가 공식 석상에서 다 보여주지 못했던 것들을 팬 앞에서 솔직하게 드러내는 자리다. 팬도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화려한 스타가 아닌 일반인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인간적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팬 미팅’을 기다리는 설렘이 어느 때보다 크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재범 2010 서울 팬 미팅’은 솔직함이 부족한 행사였다. 결국 7만7000원이라는 고가의 티켓이 제 값을 하지 못한 꼴이 됐다.

‘재범 2010 서울 팬 미팅’은 개최 전부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룹 2PM의 리더였다가 지난해 9월 한국 비하 발언 의혹에 휩싸여 팀을 탈퇴한 후 솔로로 화려하게 재기하기까지 9개월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팬 앞에서 만큼은 어느 정도 입을 열 것이라는 게 가요계 관계자들의 관측이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열린 영화 ‘하이프네이션’ 현장 공개에서도 2PM과 탈퇴를 둘러싼 민감한 질문에 난색을 표하며 침묵을 지켰다. 그나마 KBS 2TV ‘연예가 중계’와의 인터뷰에서 그간의 심경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팬 앞에서는 탈퇴 전후의 심경에 대한 발언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신체나 사생활과 관련된 자극적 질문만 난무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진행을 맡은 개그맨 겸 리포터 김범용은 팬이 직접 작성했다는 질문지를 읊었다. 내용인즉 ‘오늘 입은 속옷 색깔이 무엇이냐’ ‘현장에서 바지를 벗어 달라’ ‘복근 좀 보여 달라’ ‘잠을 잘 때 뭐 입고 자냐’ 등 지극히 사적인 질문들만 이어졌고, 2PM과 탈퇴 배경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2PM은 과거 경력이고 이제와서 언급하는 것은 본인이나 2PM에게도 득이 될 게 없다는 게 결정적 이유였겠지만, 진솔한 성격을 지닌 재범이 팬 앞에서 당당한 모습으로 서기 위해서는 언젠가 한 번쯤 입을 여는 과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국 비하 발언 의혹으로 이미지가 급추락해 연예계 복귀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그는 보란 듯이 솔로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금의 그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팬의 뜨거운 사랑과 변함없는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재범 2010 서울 팬 미팅’은 29일 오후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열린다. 이후 타이완, 중국, 홍콩,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을 거치며 순차적으로 아시아 팬을 만날 계획이다. 팬은 재범의 소탈한 매력이 드러나는 공연을 기대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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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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