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공연발견] 원조의 다름을 보여준다…‘록키 호러쇼’ 오리지널 팀

[Ki-Z 공연발견] 원조의 다름을 보여준다…‘록키 호러쇼’ 오리지널 팀

기사승인 2010-09-04 13:01:00

37년 전 감동 그대로 ★★★

[쿠키 문화] ‘록키 호러쇼’는 진하게 우려낸 뜨거운 국물 같았다. 입에 들어가는 순간 미각을 자극하는 강렬함과 알싸하게 퍼지는 짜릿함이 전율을 준다. 2시간 동안 관객을 쥐락펴락하며 경쾌한 웃음을 선사하고,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삶의 진행 방향과 고정관념 등에 대해 되돌아보게 만든다.

1973년 영국 런던 로얄코트 극장에서 60석 규모로 시작한 ‘록키 호러쇼’는 37년이 지난 지금 ‘20세기 폭스사가 세계를 뛰어넘는 뮤지컬 베스트 10’에 이름을 올릴 만큼 뮤지컬계의 바이블로 우뚝 섰다. 오만석, 홍록기, 강지환, 홍지민 등 뮤지컬에 몸을 담고 있는 배우라면 한번쯤 거쳐 갔을 만큼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작품이지만, 오리지널 팀이 출연한 공연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던 중 원작자 리차드 오브라이언이 진두지휘하는 오리지널버전이 37년 만에 국내 상륙한 것이다.

‘록키 호러쇼’는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한 번에 분출해내듯 군더더기 없는 구성에 박진감 넘치는 속도를 자랑한다. 긴장감을 잃을 때쯤에는 흥겨운 락 음악이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만들고, 배우들의 과장된 몸짓과 코믹한 행동이 웃음을 유발시킨다. 전반적으로 스산하거나 무서운 느낌은 거의 없어 제목 속 ‘호러’라는 말보다 ‘코믹’이 더 어울린다.

황당한 줄거리는 글쎄…★★☆

‘록키 호러쇼’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귄 ‘브래드’(알랙스 래스거버)와 ‘자넷’(루시 몬더)이 약혼소식을 전하기 위해 은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두 사람은 폭우로 인한 차 고장으로 대저택에 발을 돌리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자넷’과 ‘브래드’는 우연히 들어간 대저택에서 여자 옷을 입는 걸 좋아하는 엽기적 취향을 지닌 주인 ‘프랭크 N 퍼터’(후안 잭슨)를 만난다. 이들은 그가 만들어낸 인조인간인 ‘록키’(루카스 글로버)와 생활하면서 초반 이해할 수 없었던 이곳에 시간이 갈수록 점점 빠져들게 된다. ‘프랭크 N 퍼터’와 그의 주변 인물로 살펴보는 양성애자의 삶, 부질없는 사랑, 사회 저변에 깔린 부조리, 외계인 등이 무대에서 다뤄진다.

해외에서는 ‘록키 호러쇼’에 대해 평이 대체적으로 신선하다. 하지만 ‘록키 호러쇼’의 줄거리는 국내 관객이 마냥 몰입하면서 보기에 편안한 작품은 아니다. 극 전개가 다소 황당한 부분이 있어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배우들의 호연이 비현실적 이야기에 대한 거부감을 상쇄시켜준다.

흑인 첫 주연…후안 잭슨의 탁월한 연기★★★★

한국 초연을 기념하기라도 하는 것일까. 독특한 취향을 지닌 대저택의 주인 ‘프랭크 M 퍼터’ 역을 후안 잭슨에게 맡겼다. 그는 ‘최초의 흑인 배우’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록키 호러쇼’ 37년 뮤지컬 인생에 새 역사를 썼다.

후안 잭슨이 맡은 역은 ‘록키 호러쇼’의 큰 줄기인 양성애자에 대한 시선을 그려내는데 주요한 배역이다. 후안 잭슨의 육중한 몸에서 뿜어 나오는 파워풀한 목소리는 무대를 휘어잡고도 남음이 없다. 언뜻언뜻 드러나는 섬세한 손짓이나 온화한 표정은 여성스럽기까지 하다. 흑인 배우가 소화해내는 캐릭터가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갈 것이다.

화끈하고 열정적이다★★★

‘록키 호러쇼’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화끈하다는 것이다. 1970년대 당시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외계인의 등장이라든지 양성애자의 생활상이나 파격적인 행위 묘사가 많다. 특히 빈번한 노출과 독특한 효과음으로 관객의 오감을 자극시킨다.

비를 맞은 ‘자넷’과 ‘브래드’가 속옷만 입고 무대에 선다. ‘자넷’ 역의 루시 몬더는 브래지어 사이로 가슴을 드러내기도 하고, 파티 중독자인 ‘프랭크 N 퍼터’ 역의 후안 잭슨은 바디라인이 훤히 드러나는 속옷에 망사 스타킹을 입는다. 미성년자 관람불가 작품답게 양성애자인 ‘프랭크 N 퍼터’가 ‘자넷’과 ‘브래드’를 번갈아가며 성 교감을 나누는 모습은 코믹한 행동과 효과음으로 생생하게 표현했다.

‘프랭크 N 피터’의 창조작인 인조인간 ‘록키’는 아래 속옷만 입고 무대를 종횡무진 한다. 군살이 하나도 없는 배우 루카스 글로버의 근육질 몸매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관객의 선택은?

오리지널 팀의 내한 공연이라 대사와 노래는 영어로 진행된다.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무대 좌우상하에 설치된 자막 화면을 봐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관객은 대체적으로 오리지널 팀의 화끈한 무대가 인상적이었다며 입을 모았다.

올해로 커밍아웃 10주년을 맞은 홍석천이 성(性)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록키 호러쇼’에 내레이터로 출연해 눈길을 끈다. 홍석천 외에도 이병준, 송용진, 강태을이 내레이터로 활약해 4인 4색의 공연을 느낄 수 있다. 현재 상영 중인 ‘록키 호러쇼’는 오는 10월10일까지 서울 코엑스 아티움에서 관객과 만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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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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