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클릭진단] 연예인보다 더 유명? 일반인 스타化의 ‘명암’

[Ki-Z 클릭진단] 연예인보다 더 유명? 일반인 스타化의 ‘명암’

기사승인 2010-09-04 13:03:00

[쿠키 연예] 토요일 예능 프로그램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신기한 재주를 가진 일반인의 경연장인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이하 ‘스타킹’)이 인기 프로그램 MBC ‘무한도전’을 압도한 것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AGB 닐슨 미디어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스타킹’은 전국 시청률 15.4%를 기록하며 13.5%의 성적을 낸 ‘무한도전’을 1.9%포인트 앞질렀다. ‘살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땀을 흘린 일반인의 다이어트 체험기가 시청자의 마음을 울린 것이다.

요즘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 일반인이 출연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과거 일반인의 출연 비중을 엑스트라에 비유할 수 있다면 요즘에는 조연을 능가해 주연 자리를 넘보기까지 한다. 출연할 기회가 많아지고 화제를 모으면서 스타보다 더 유명세를 치르는 일반인이 부쩍 많아졌다.

일반인 출연자의 서막은 방송 스태프의 등장 후 더욱 활발해졌다. 대표적 예로 KBS 2TV 주말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을 들 수 있다. ‘1박2일’은 ‘100%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자연스러운 화면을 담아내고 있다. 그리하여 나영석 이명한 유호진PD, 막내작가 김대주, 김정근 FD, MC몽 이훈석 매니저 등 스태프가 프로그램에서 감초 역할을 해내며 여과 없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현재 일반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SBS ‘스타킹’을 비롯해 연일 최고 시청률 경신중인 케이블 채널 Mnet ‘슈퍼스타K 시즌1,2’, tvN ‘러브스위치’, ‘화성인 바이러스’ 스토리온 ‘친절한 미선씨’ 등이다.

이 중 ‘스타킹’은 말 그대로 스타급 일반인을 대거 배출했다. ‘고딩 파바로티’ 김호중 군은 ‘스타킹’ 2연승 이후 ‘2010 대통령 인재상을 거머쥐는 등 성악가 꿈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고, 3승에 성공한 국악 천재 박성열 군은 전국 판소리 경연대회에서 각종 수상을 거머쥐는 등 발군의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부채에 허덕였던 비눗방울의 달인 정일권 씨도 3연승으로 각종 행사에서 섭외 1순위에 오르는 어린이의 스타가 됐고, 출연 후 두 달 만에 2억 원의 수입을 올리는 대박 인생을 살게 됐다. 필리핀의 채리스 펨핀코도 ‘스타킹’ 출연 영상이 세계적 사이트 유투브에 공개되면서 미국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하게 됐고, 머라이어 캐리와 셀린 디옹을 키워낸 세계 정상급 프로듀서를 만나 데뷔 앨범까지 발표하게 됐다.

‘슈퍼스타K’는 케이블계에 새로운 역사를 썼을 만큼 전국에 ‘오디션 열풍’을 몰고 온 프로그램이다. 최종 우승자인 서인국을 비롯해 길미, 정슬기 등은 가수로 데뷔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시즌2는 전편보다 한층 더 규모가 커졌으며, 대대적 관심을 받으며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30명의 싱글녀가 한 명의 남자 출연자를 서로 선택하게 되는 짝짓기 프로그램 ‘러브 스위치’는 케이블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화성인 바이러스’는 매회 독특한 취향을 가진 출연진이 나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그렇다면 일반인 출연자가 주는 효과는 무엇일까. 일반인의 등장은 자주 노출된 스타에 식상함을 느낀 시청자에게 낯선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써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출연진이기 전에 시청자이기도 한 일반인에게 감정을 몰입시켜 프로그램에 빠져들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스타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에서는 마치 내가 출연한 것처럼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다양한 인간상을 만날 수 있어 볼거리를 더한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반인은 대부분 남들과 다른 특징을 지닌 경우가 많다.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2’에서는 노래와 춤 그리고 악기 다루는 실력이 뛰어난 참가자들이 많고, ‘스타킹’에 나온 다이어트 도전자는 살이 찌게 된 과정과 이를 극복하게 된 경우를 통해 자신의 생활 모습과 대입시켜 볼 수 있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잊고 지낸 꿈과 목표를 다시 상기시키기도 하며 새로운 방향으로 접어들 수 있다.

‘끼’를 가진 일반인에게 예능 프로그램은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좋은 창구이기도 하다. 빚과 가난에 시달리며 힘겹게 살던 사람들이 한순간의 출연으로 스타성을 인정받아 총망 받는 인물이 되기도 한다. 특히 ‘슈퍼스타K’는 거액의 상금과 가수 데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슈퍼스타K’ 우승자인 서인국은 가수 데뷔하자마자 발표한 노래 ‘부른다’로 각종 온오프라인에서 인기를 얻었다.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됐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일반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긍정적 효과만 주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이 인기를 얻으면 얻을수록 출연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과대 포장하거나 거짓 증언을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높은 인기만큼이나 잡음이 일고 있는 ‘슈퍼스타K 시즌2’를 예로 들 수 있다. 지난달 27일 2박3일 동안 미션을 소화하는 슈퍼위크에 출연한 김그림 양은 리더로서 그룹 과제를 수행하다가 불협화음이 나자 자진해서 팀을 탈퇴했고,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의 존 박이 소속된 곳으로 옮겨갔다. 이후 심사위원 앞에서 마치 팀원을 대신해 자신이 나가게 됐다는 식으로 발언해 시청자로부터 ‘밉상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김그림의 부친까지 나서 사과의 글을 올렸으나 논란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연예인의 허상’을 부추길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는 특히 가치관을 정립하는 시기인 청소년에게서 발생하기 쉽다. “친구의 아무개가 TV에 출연했는데 그 뒤로 유명인사가 됐다”며 고소득에 유명세를 얻는 직업이라는 환상에 빠져 학업보다는 방송 출연에 열을 올리기 십상이다.

자극적이며 선정적 내용이 난무하기도 한다. 일반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대부분 리얼 버라이어티로서 본인이 직접 자신의 사연을 밝히고 재능을 보여줘야 하기에 남들보다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해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선정적이거나 자극적 내용 위주로 선보여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은 타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적은 예산이 들어가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황금알을 낳기 위해 ‘거짓’과 ‘포장’이 난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눈 하나 깜빡거리지 않고 거짓으로 포장한다면 누가 그 프로그램을 보고 감동을 얻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제작진의 주의가 절실히 요구된다. 일반인은 연예인이 아니다. 카메라에 앞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자신을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지 서툴기 마련이다. 이런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제작진 입장에서는 시청률 올리기에 일조할 수 있는 내용이 발설되기도 한다. 달콤한 시청률 유혹에 넘어가 편집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방영한다면 ‘루저’ 발언으로 정상적 삶을 영위하기 어려워진 한 여대생이 재발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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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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