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자이언트’ 한경선 “월화극 1위요? 시청률에 목말라요”

[쿠키人터뷰] ‘자이언트’ 한경선 “월화극 1위요? 시청률에 목말라요”

기사승인 2010-09-24 18:38:01

"[쿠키 연예] 한 편의 드라마가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극본의 탄탄함, 연출의 정교함, 촬영 환경의 쾌적함 등이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움직임을 원활하게 만드는 근간이 ‘배우의 호연’일 것이다.

제작 전에는 ‘시청률과는 거리가 멀었던’ 비인기 작품이 배우의 열연으로 인해 ‘시청률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도 하고, 별 볼일 없던 캐릭터도 어떤 배우가 맡느냐에 따라 생기 넘치는 인물이 되기도 한다. 혼신을 다하는 연기로 작품을 빛내는 배우. 20여 년 동안 열정과 인내를 가지고 브라운관에서 꾸준히 얼굴을 보이고 있는 명품 배우 한경선(47)도 그 중 하나다.

한경선은 KBS 공채 10기 탤런트로 데뷔해 ‘야망의 세월’(1989),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1990), ‘이 남자가 사는 법’(1994), ‘모래시계’(1995), ‘부자유친’ ‘전설의 고향’ (1996), ‘주몽’(2006), ‘돌아온 뚝배기’ ‘미우나 고우나’(2008) 등에 출연했다.

‘이름난 작품이라면 한 번쯤 한경선의 연기를 본 적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20여 년 동안 브라운관에서 맹활약했다. 현재는 서울 강남 땅을 둘러싼 권력 다툼과 비화를 다룬 SBS 월화드라마 ‘자이언트’에서 ‘이복자’ 역을 맡아 선 굵은 연기로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히트했다는 것은 그가 단순히 작품운이 있는 배우라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비록 주연은 아니었지만 그의 열연이 작품 곳곳에서 묻어났기 때문에 인기 드라마로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을 보탠 배우임을 의미한다.

지난 5월10일 첫 방송된 ‘자이언트’도 ‘사극의 거장’ 이병훈 감독의 ‘동이’(MBC)에 밀리며 전국 시청률 9.6%(시청률 조사기관 TNmS)라는 저조한 기록으로 출발을 했으나, 중반부에 다다르면서 곱절 상승으로 월화극 1위였던 ‘동이’를 여러 번 앞질렀다. 시청자 성원에 힘입어 10회 연장도 결정돼 오는 12월 초까지 전파를 탄다. 회를 거듭할수록 상승하는 성적과 대중의 사랑, 출연하는 배우로서 이보다 더 기쁜 순간이 있을까.

“사실 처음에는 이병훈 감독의 ‘동이’와 붙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 시청률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요. 그렇지만 워낙 작품이 좋았고, 연기 못하는 배우들이 없었기 때문에 희망을 버릴 수 없었죠. 차근차근 우리의 실력을 보여준다면 1위는 물론이거니와 전체 시청률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아자 아자’ 외치면서 각자 주어진 역에 충실하다 보니 이렇게 좋은 결실을 맺게 됐네요.”

‘자이언트’가 시청률 1위를 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인지 꼽아달라고 하자 하나를 말할 수 없다며 행복한 고민에 빠진 듯 생각에 잠겼다. 여러 가지 배경에 대해 설명하던 중 출연진의 호흡이 가장 주효했다고 털어놨다.

“일단 ‘동이’를 앞지를 수 있었던 것은 연출과 작가의 공이 큽니다. 대본을 받아보자마자 멋진 작품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고, 예전부터 손발을 맞춰온 연출진이라서 마음 편히 의지할 수 있었고요. 특히 우리 작품은 시대극이라서 배우들의 호흡이 가장 중요한데요. 20~6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의 배우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없거든요. 제가 그동안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이번처럼 화기애애하고 즐거운 분위기는 드물었던 것 같아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연기를 점검해주면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서로 성장하는 연기, 시청자 여러분이 바로 이 점을 좋게 봐주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주·조연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을 팀의 자랑거리로 꼽은 한경선. ‘자이언트’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한경선이야말로 팀의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었다. 사비를 털어 40여명에 가까운 배우와 스태프에게 음료수를 돌리는 것은 예삿일이고, 연기 고민을 하는 후배에게는 상담사 역할을 자청했으며, 선배에게는 예의 바르고 깍듯한 후배였다. 그는 20여 년 동안 배우로 살면서 얻은 가장 큰 재산이 ‘정’(情)이라고 고백했다.

“인생의 반 정도를 배우로 살면서 방송국을 제집 드나들 듯 다녔죠. 숱하게 오가면서 얼굴을 익힌 식구들이 다 제 친구가 됐는데요. 이들과 술잔을 기울이면서 대화를 나눌 때 가장 행복하고요. 비록 제 수중에는 가진 재산이 많지 않지만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쌓은 추억이야말로 정말 값지고 소중합니다. ‘자이언트’ 식구들도 제 추억에 큰 비중을 차지할 것 같아요.”



그동안 한경선은 자신을 낮추며 배역 속으로 파고들었다. 맡아온 캐릭터도 이웃집 아주머니처럼 정겹고 따뜻한 배역이었다. 대중과 가까운 곳에서 호흡했던 배우 한경선. 즐거웠던 순간이 많았지만 조연배우라는 이름으로 살면서 겪어야 했던 어려움과 설움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지만 참고 일어나 다시 웃었다.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었던 게 배우였고, 가장 잘했다고 생각한 것도 배우의 길을 걸은 것이기 때문이다.

“저라고 왜 힘든 일이 없었겠어요. 저도 만인의 사랑을 받는 역할도 해보고 싶었죠. 하지만 그럴수록 제가 가진 능력은 초라하게만 느껴졌고 점점 자신감을 잃었죠. 그런데 어느 날 작은 배역이었지만 대중을 웃기고 울리는 ‘배우’라는 직업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쁘고 행복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시청자의 공감을 자아내는 역할을 했을 때 느끼는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전 지금의 제 모습이 자랑스럽고 좋아요.”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자 역할에 대한 자유함도 생겼다. 출연 비중과 횟수를 떠나 한 장면 한 장면이 소중하고 즐겁게 다가왔다. 배우로서 연기를 즐길 줄 아는 ‘진정한 배우’가 된 것이다.

“20여 년 동안 다양한 캐릭터를 맡다 보니까 어떤 역을 주어져도 감사함이 생기더라고요. 단 한 장면을 출연하더라도 사력을 다해 임했고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알아봐주지도 않는 이런 역할을 해서 뭐해’ 회의감이 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다 제 연기 밑천이 되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조금씩 성장한다는 느낌이 들면서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기쁨으로 받아들이게 됐어요.”

‘자이언트’에서 맡은 ‘이복자’라는 캐릭터도 연기하면 할수록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라고 자평했다. 끓이면 끓일수록 깊은 맛을 우려내는 된장처럼 대중에게 ‘깊고 진한’ 연기를 각인시켜주는 배우로 성장하길 바랐다.

“‘이복자’라는 역할은 객관적으로 놓고 보면 철부지 엄마에 촌스러운 여자예요. 예쁜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는 모난 캐릭터죠. 그렇지만 캐릭터를 즐기면서 연기하다보니까 ‘이복자’라는 역할이 사랑스럽더라고요. 이번 작품을 통해 제가 얻고 싶은 게 하나 있다면 ‘한경선이 맡으면 뭔가 달라’ 말을 듣고 싶어요. 저도 이렇게 의욕이 불타오르는데 ‘자이언트’ 시청률도 날이 갈수록 올라갈 거라 믿어요(웃음). 우린 아직 시청률에 목마릅니다. 연말에 어떤 기적을 이뤄낼지 지켜봐주세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