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클릭진단] 고현정의 ‘미친 존재감’은 계속 된다

[Ki-Z 클릭진단] 고현정의 ‘미친 존재감’은 계속 된다

기사승인 2010-10-10 13:22:00

[쿠키 연예] SBS 새 수목드라마 ‘대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는 비단 방송 2회 만에 20% 시청률을 돌파하며, 50%에 육박했던 KBS 2TV ‘제빵왕 김탁구’의 바통을 물려받은 비와 이나영 주연의 ‘도망자 플랜 비’를 단숨에 제친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대중의 입에서 입으로 ‘대물’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꿈의 시청률로 불리는 ‘50%의 벽’을 돌파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입소문이다. 과대 포장된 작품은 언젠가 그 껍질이 벗겨지기 마련이다. 선례를 볼 때 대중에게 인정을 받으며 제대로 소문난 작품만이 시청률 왕좌를 거머쥐었다. 그만큼 입소문의 위력이 대단하다. 그런 점에서 ‘대물’이 초반부터 입소문을 타고 있다는 점은 ‘핑크빛 미래’를 전망해도 좋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작품이 대중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가지 요건들이 있겠지만 주연배우 고현정의 힘이 막강하다.

20년 연기 내공이 무르익은 것일까. 고현정의 연기 활약이 무서우리만치 매섭다. 말랑말랑하면서도 단단하고, 거칠면서도 부드럽다. 칼의 양날을 다 가진 것처럼 작품과 캐릭터에 따라 자신을 자유롭게 변형시킬 줄 아는 날렵하고 영민한 배우다.

그렇다고 자신의 색깔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캐릭터가 갖고 있는 면면에 따라 자신의 색깔을 채워 넣는 일명 ‘고현정화’ 작업을 하고 있다. 안방극장에서 그가 보여준 활약에 따라 두 가지 수식어가 생겼다. 자신을 변화시킬 줄 아는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는 뜻의 ‘천의 얼굴’과 작품에서 꼭 필요한 인물로서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는 의미를 지닌 신조어 ‘미친 존재감’이 그것이다.

고현정의 ‘미친 존재감’은 지난해 MBC 사극 ‘선덕여왕’에서 맡은 ‘미실’ 역을 통해 이미 강력하게 분출됐다. ‘미실’이라는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진 인물을 부활시켜 생기를 불어넣고 생생하게 묘사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 능력에 따라 작품의 성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당시 ‘미실’은 고현정의 연기를 통해 막강한 힘을 가진 캐릭터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고,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열연으로 인해 드라마 인기도 덩달아 급상승했다.

당시 고현정이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타이틀 롤이자 여주인공인 ‘선덕여왕’을 맡지 않았다는 사실에 의아했다. 하지만 첫 방송을 보고 나서 이내 궁금증이 풀렸다. 권력과 지위를 얻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표독스러운 성격을 지닌 ‘미실’은 고현정이 아니면 아무도 소화할 수 없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죽음으로 마지막을 장식할 때까지 고현정의 연기는 늘 화두에 올랐다. 눈빛 하나 대사 하나가 곧 미실이었다. 대중은 장렬한 최후를 맞으며 퇴장한 그에게 박수를 보냈고, 2009년 MBC 드라마를 빛낸 ‘최고의 상’(연기대상)이라는 왕관을 씌워주었다.

그리고 다시 ‘대물’로 ‘선덕여왕’의 아성에 도전한다. 방영 전부터 고현정이 여자 주인공에 낙점됐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방송 관계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고,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 대통령 ‘서혜림’이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적이기에 고현정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는지 궁금증이 일었다.

고현정은 기대에 부흥했다. 첫 방송부터 “역시 고현정”이라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대통령으로서 근엄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어수룩하면서도 발랄한 모습까지 다양한 매력을 보여줬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면서 뿜어내는 다양한 연기 변주에 작품을 기다렸던 시청자에게 만족과 웃음을 선사했다. 물론 10~20대 설정인 탓에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가 다소 불편함을 줬지만 고현정을 주축으로 작품에 빠져들게 만드는 힘은 강력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으로 취재차 떠났다가 피랍돼 주검으로 돌아온 남편(김태우)을 보며 통곡하는 장면에서는 ‘신들린 연기’라는 찬사를 받았다. 정부 측 관계자가 대통령을 대신해 근조화환과 조문을 해오자 맹렬히 돌진하며 오열하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었다. 화목하고 단란한 가정에 불청객처럼 찾아온 비보를 들으며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진 것처럼 통곡하는 모습에서는 그의 진가가 발휘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과거 우여곡절 끝에 방송국 아나운서 자리를 거머쥐게 되지만 연이은 실수를 선보인다. 이 장면에서는 천진난만하고 순진하기까지 하다. 연기의 강약과 조절하며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줄 아는 모습은 연기 베테랑답다.

초반 촬영 분량을 마치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연기 17년차 차인표와 한류스타 권상우가 “고현정의 연기에 묻어가려고 한다”며 그의 존재감을 추켜세운 것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다. 그동안 고현정과 연기 호흡을 맞춰온 배우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그의 연기 카리스마에 주눅이 들었을 정도라고 말했듯 차인표와 권상우도 그와 호흡을 맞추면서 연기 내공을 깨닫게 됐다는 의미일 것이다.

캐릭터와 작품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고현정. 대한민국 최초 의 여자 대통령이라는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색다른 소재에 안팎의 기대가 큰 만큼 그가 완성시켜갈 캐릭터는 어떤 모습이 될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아직까지 초반이라 속단하긴 이르지만 그의 연기 내공은 단 2회만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후반까지 그가 작품 속에서 ‘미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볼 일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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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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