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이적 “인기 불안감이요? 거품 빠진 것 같아요”

[쿠키人터뷰] 이적 “인기 불안감이요? 거품 빠진 것 같아요”

기사승인 2010-10-14 07:29:00

"[쿠키 연예] 명곡은 오랫동안 대중의 심금을 울린다. 그 곡을 만들어낸 뮤지션은 대중의 추억 속에 아로새겨진다. 싱어 송 라이터 이적(36)이 그러하다. 30개월 만에 정규 4집 앨범 ‘사랑’으로 돌아온 이적. 잔잔한 멜로디와 진솔한 가사에 목말라했던 팬은 그의 음악으로 말끔히 해갈했다.

지난 30개월 동안 이적에게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5년 동안 뜨겁게 사랑했던 한 여인과 결혼식을 올렸고, 자신과 아내를 닮은 예쁜 딸도 얻었다.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빠로 사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일상. 행복한 삶을 만끽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다는 이적은 이번에 발표한 노래 대부분이 실제 삶과는 다른 ‘슬픈 사랑’이라는 주제를 안고 있어 눈길이 간다.

“이번 앨범은 인생을 한 번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탄생됐어요. 곡을 만들다 보니까 쓸쓸한 사랑 노래가 유난히 잘 만들어지더라고요. 전 정말 행복한데 말이죠(웃음). 가사나 멜로디가 잘 붙어서 하나 둘 만들다 보니까 이렇게 슬픈 사랑 노래들만 탄생하게 됐네요. ‘이렇게 죄다 사랑 노래만 해도 되나’ 살짝 고민했는데 그동안 ‘사랑’이라는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뤄본 적이 없어서 한번쯤 시도해도 좋을 것 같더라고요.”

타이틀곡 ‘그대랑’은 아내를 위해 만든 곡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노래 ‘다행이다’가 아내를 위해 만들어진 곡이라는 게 알려진 이후 ‘이번에는 어떤 곡을 아내와 딸을 위해 만들었나’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대랑’도 아내를 향한 마음이 아니냐고 짐작하시던데 꼭 그렇진 않아요. 한 사람을 위한 곡을 만든 건 ‘다행이다’가 특별했던거죠. 특정인을 위한 곡을 쓰는 건 당분간 어려울 것 같아요.”

대중에게 여운을 남기는 사랑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서 간결한 가사로 감정을 응축시켰다. 독서, 영화 감상, 콘서트 관람 등 일상 생활에서 가사의 영감을 얻었다는 이적. 이번 가사는 ‘멋’을 줄이고 ‘진솔함’을 강조했다.

“사랑이라는 주제는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전달의 깊이가 달라진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가 평상시 나누는 말이나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내면 많은 분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고 들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미사어구를 넣어 화려하게 꾸민 말보다는 가슴에 와닿을 수 있는 쉽고 간결한 가사를 적었죠. 시를 쓴다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솔직한 감정을 깔끔한 글로 담았기 때문일까. 노래 제목도 ‘그대랑’ ‘다툼’ ‘빨래’ ‘두통’ ‘보조개’ ‘매듭’ ‘네가 없는’ ‘이상해’ 등 대부분 한 단어 내지는 두 단어로 구성됐다. 짧은 노래 제목,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사실 저도 그 부분이 고민스러웠어요. 만들어놓고 보니까 제목이 너무 짧더라고요(웃음). 길게 바꾸려고도 했는데 이 단어들이 제 앨범의 키워드이자 실마리라서 그대로 가기로 했어요. 퍼즐을 다 맞추고 나면 하나의 완성된 그림이 되듯 제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시면 아마 커다란 이미지를 그리실 수 있을 거예요.”



이적은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산고’(産苦)와도 같은 시간을 보냈다. 15년 경력에 버금가는 완성도 높은 앨범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다보니 영감이 바로바로 떠오르지 않았고, 제작 속도도 더뎌갔단다. 탁월한 재능을 소유한 싱어 송 라이터 이적이 이 같은 고백을 하니 의외였다.

“예전에는 적어도 1년에 앨범 한 장 정도는 만들었는데, 어느덧 시간은 흘러 제가 데뷔한지15년이 넘었더라고요. 그러다보니 팬의 기대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에 부응할만한 앨범을 만들어야겠더라고요. 신경을 너무 쓰다보니 음악적 한계에 다다랐다고 느낀 날도 많았고요. 음원이 더 각광을 받는 날이 오면서 음반 제작이 줄어들고 있는데요. 그래서 정규 앨범을 만드는 게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들여 제작했습니다.”

가요계는 이적의 공백기인 30개월 동안 음원 시장의 힘이 막강해졌다. 급격히 변모한 가요 시장에 대해 이적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사실 제 음악은 음원 차트에서 강세를 보이진 못하는 노래들이죠. 요즘 유행하는 음악처럼 강렬한 비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후렴구와 멜로디를 반복해서 듣는 즐거움을 주는 것도 아니라서요. 음원 차트에 이름을 올리면 기분 좋겠지만 굉장히 힘들 것 같네요(웃음).”

이적의 노래는 ‘스테디셀러’다. 오래 끓여야 제대로 된 장맛을 내는 구수한 된장찌개처럼 오래 들을수록 귓가에 맴돈다. 앨범이 나온지 몇 개월이 지나서야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이적의 노래를 믿고 기다려 준 팬의 변함없는 사랑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이적도 팬을 향한 고마운 마음을 늘 간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제가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서 많은 분들에게 웃음을 드리지 못하는데도 제 음악을 믿고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작은 공연 하나를 해도 허투루 하지 말자는 마음을 먹고 임하다보니 저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쌓인 것 같아요. ‘내가 인기가 있나’ ‘내 노래를 좋아할까’ 그런 고민을 하진 않아요. 저와 팬 사이에는 신뢰라는 단단한 망이 있어서 거품이 빠진지 오래 전이거든요. 이번 앨범도 절 믿어주시는 팬을 위해 좋은 노래 들려드린다는 마음으로 작업했습니다.”

팬과의 교감을 가까이에서 주고받기 위해 콘서트 일정을 여러 번 잡았다. 내달 13,14일 양일간 서울 성산로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전국 투어 공연 ‘이적 2010 투어-그대랑’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대전, 창원, 안양 등지에서 팬과 만난다. 이후 소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친밀감을 더 높일 계획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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