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영화人] 윤주희 “반짝 스타요? 오디션 100번 넘게 떨어졌어요”

[Ki-Z 영화人] 윤주희 “반짝 스타요? 오디션 100번 넘게 떨어졌어요”

기사승인 2010-10-16 13:00:00

"[쿠키 연예] 올해 안방극장을 강타한 KBS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에서 시청자의 눈길을 끈 여배우가 있었다. 주얼리 디자이너 ‘주어영’(오지은)과 미래를 약속한 경감 ‘김이상’(이준혁) 앞에 나타나 그의 마음을 잔잔하게 두드린 검사 ‘이태백’ 역의 윤주희(25)다. 모델 못지않은 외모를 비롯해 안정된 연기력, 신선한 매력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춰 시청자의 눈도장을 받기에 충분했다. 눈썰미 좋은 시청자라면 KBS 드라마 ‘추노’ ‘조강지처클럽’ ‘미우나고우나’ MBC ‘히트’ 등에 출연한 그를 떠올릴 수 있다.

두각을 드러낸 지 1년. 일각에서는 노력 없이 성공을 거둔 마냥 운때가 잘 맞은 ‘반짝 스타’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자기 개발로 이 자리까지 올라온 ‘노력파 배우’다. 부지런한 행보가 가져다 준 열매일까. 최근 개봉한 영화 <여덟 번의 감정>에서 여주인공 ‘은주’ 역을 꿰차며 브라운관을 넘어 스크린에서도 총망 받는 ‘충무로 샛별’이 됐다.

“‘수상한 삼형제’ 이후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기뻐요(웃음). 지난 3년 동안 쉬지 않고 일한 보람을 얻은 것 같아 행복하고요. 연예계에 발을 들인 이후 내 일을 찾았다는 확신이 들어서, 불러주시는 곳마다 감사한 마음으로 달려갔어요. 그렇게 지내다보니 <여덟 번의 감정>이라는 작품도 만나게 됐고, 평소 해보고 싶었던 여성스럽고 다소곳한 매력을 가진 ‘은주’ 역도 맡을 수 있었고요. 주연으로 비중을 높여서 출연한 첫 영화라 연기하는 게 힘들었지만 그 시간을 지내고 나니 알게 모르게 성숙한 것 같아요.”

스크린 데뷔작은 2004년 장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던 <아는 여자>다. 당시 스튜어디스 시험을 준비하다가 제의를 받고 <아는 여자>에 출연하게 됐는데, 다리만 나온 엑스트라였다는 후일담을 털어놨다.

“대학생 시절 길을 걷고 있는데, 캐스팅 디렉터가 다가와 명함을 건네더라고요. 받기만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얼마 뒤 연락을 하게 됐는데, <아는 여자> 출연을 제안하더라고요. 영화의 ‘영’자도 모르던 시절이라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쭈뼛쭈뼛 현장을 가게 됐는데, 비행기가 추락하는 장면을 찍더라고요. 나중에 보니 다리만 나와서 허탈했죠(웃음).”

<아는 여자>에 엑스트라로 출연한 이후 3년 가까이 작품 출연이 뜸했다. 오디션에서 줄줄이 낙방했기 때문이다. 이유인즉 악한 역할을 하기에는 밋밋한 이미지이고, 선한 역할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였다. 지상파 3사와 케이블을 통틀어 얼굴 안 본 드라마 감독이 없을 정도로 수없이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지금은 드라마 감독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는 ‘떠오르는 스타’가 됐지만 당시에는 탈락의 쓴맛을 수도 없이 맛본 ‘비운의 신인’이었다.

“제가 지난 3년 동안 여유 있게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한 건 배역이 주어졌기 때문이에요. 그 전에는 정말 하고 싶어도 기회가 닿지 않아 연기를 할 수 없었거든요. 정말 거짓말 안 보태고 드라마 오디션은 100번 넘게 본 것 같아요. 절 모르는 드라마 감독이 없을 정도로 보고 또 보고 다녔죠. 다들 하는 말씀이 악역으로라도 쓰고 싶은데 강해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번번이 낙방할 때,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여덟 번의 감정>을 선택하게 된 것은 ‘은주’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던 게 한몫했지만,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끌렸다. <여덟 번의 감정>은 ‘100% 딱 맞는 여자’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남자 ‘종훈’(김영호)의 변덕스러운 감정에 대해 묘사한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들었던 생각이 여주인공 혹은 남자주인공이 ‘나’일 수도 있고 ‘너’일 수도 있는, 공감의 폭이 넓은 이야기더라고요. 진한 사랑에 빠졌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훌훌 털고 일어나고요. 우리 영화를 보고 나면 과연 ‘운명적 사랑’은 존재하는지 의문을 품게 되실 거예요. 저처럼 많은 분들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보셨을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관객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요(웃음).”



드라마와 영화에서 다진 연기 경험을 <여덟 번의 감정>에서 최대한 쏟아냈다. ‘은주’는 넘치는 사랑에 행복해하다가 자신에게 싫증을 느낀 ‘종훈’으로부터 배신감을 경험하게 되는 여자다. 시간이 갈수록 성격이 변하는 입체적 캐릭터라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연기력을 보여줬다.

“하면 할수록 어려운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를 하면서도 ‘내가 잘 하고 있는 게 맞나’ 생각이 들 정도로 고민도 많았고요. 내면에서 뿜어내는 갈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야 하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해서 최대한 잘 찍으려고 노력했는데 관객이 어떻게 평가하실지 모르겠네요.”

방황하는 그의 마음을 잡아준 것은 상대 남자배우이자 선배인 김영호다. 윤주희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그의 연기 선생을 자처했다.

“선배가 잘 이끌어주셔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마쳤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고민하느라 정신이 없었거든요. (김)영호 선배는 불안한 제 마음을 잘 달래주셨고, ‘이 장면에서는 어떻게 연기하는게 좋겠다’ 조언도 많이 해주셨고요. 중간 중간에 베드신과 키스신이 등장하는데 선배를 믿고 따라가서 별 어려움 없이 마칠 수 있었고요. 지금도 드라마 촬영을 하다가 의문 나는 사항이 있으면 전화해서 물어보기도 해요(웃음).”

윤주희의 성장 가능성을 눈치 챈 이준형 감독도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이번에는 검사가 아닌 여형사다. 윤주희는 매주 금요일 오후 10시 방송되는 케이블 채널 OCN 드라마 ‘신의 퀴즈’에서 경찰청 특수 수사계 형사로 재색을 겸비한 ‘강경희’ 역으로 나온다. 케이블 채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지난 3년 동안 쉴 틈 없이 달려왔지만 고삐를 바투 잡겠다는 윤주희.

“바쁘게 지낼 때 비로소 제가 살아있음을 느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부지런히 활동할 수 있도록 내실이 채워나가는 배우가 될게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캔디처럼 역경을 이겨내는 씩씩하고 밝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꽃미남 배우들에게 둘러싸일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웃음)”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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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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