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issue] ‘연예인 대입’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

[Ki-Z issue] ‘연예인 대입’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

기사승인 2010-11-06 13:02:00

[쿠키 연예] 11월 대입의 계절이 찾아왔다. 오는 18일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질 예정이라 전국 수험생들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오랜 학문 연마 끝에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아 ‘대학’이라는 중요한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만큼 중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올해도 높은 입시 경쟁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인기 학과의 경우에는 100대 1의 경쟁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연예계에도 ‘새내기 스타’ 명단이 속속 발표된다. 대체적으로 ‘수시 전형’ 모집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은 경우다. 우선 ‘2011학년도’ 성균관대학교에 합격한 스타로는 배우 겸 감독 구혜선(영상특기자 전형으로 예술학부), 영화배우 고아성(자기추천자 전형으로 사회과학계열)이 이름을 올렸다.

포미닛의 현아, 영화배우 서우, 트로트 가수 이자연은 건국대학교 2011학년도 수시 1차 연예특기자전형에 합격해 예술문화대학 예술학부에 몸담게 됐다. 미국 소재의 리버사이드대학교 캘리포니아캠퍼스에 입학할 것으로 알려졌던 ‘2010 미스코리아 진’ 정소라는 최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모집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외에도 카라의 구하라, 탤런트 이세영은 성신여자대학교 미디어영상연기학부에 합격했으며 포미닛의 허가윤, 원더걸스 전 멤버 선미, 모델 김지원은 동국대학교 전공재능 우수자 전형에서 최종 합격해 예술대학 연극학부에 입학한다.

‘2011학년도 새내기’가 된 예비 대학생에게 대중은 격려의 박수보다는 날선 비난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왜 대중은 연예인 대입 합격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일까. 일단 가장 큰 문제는 100% 제 실력으로 입학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시 입학의 경우 학생부 성적(40%, 성균관대학교 2011학년도 자기추천자전형 기준)이 반영되긴 하나 사정관평가 성적과 면접 비중(60%)이 더 커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의견이다. 이는 일반 수험생만 응시한 경우 동등한 입장에서 평가를 받을 수 있으나, 연예인 수험의 경우 인지도가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즉 학생부 성적보다는 그동안 연예인으로서 쌓아온 명성과 이미지가 당락을 결정하는 주된 요소로 작용됐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합격 인원은 한정돼 있어 연예인 수험생이 지원했을 경우 경쟁률이 더욱 높아지게 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수험생이 떠안게 된다.

현재 활동 중인 영역과 달리 비전공 분야에 지원해 합격한 것도 논란의 불씨를 피우고 있다. 연기 경험이 없는 카라의 구하라, 원더걸스 전 멤버 선미, 포미닛의 현아와 허가윤 등 걸 그룹 멤버들이 연기학부 내지는 연극학부에 입학해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물론 이들의 잠재적 끼는 노래를 비롯해 연기까지 맞닿아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수익 창출이 용이한 연기 분야까지 지원해 위상과 몸값을 높이려는 전략일 것이라는 비난을 완전히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입에 임하는 학습 태도도 문제다. “연기자가 되기 위해 학원이나 개인 과외를 받으며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를 했다”고 항변하면서 입학 시즌 전후에만 잠깐 학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이번에 논란이 된 원더걸스의 전 멤버 선미의 경우 미국 진출을 위해 지난해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지난 5월 검정고시를 통과한 뒤 수시 모집에 합격해 “언론 플레이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1998년 SBS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에서 ‘미달이’ 역으로 큰 사랑을 받은 김성은도 아역배우로 활동한 뒤 일상생활로 돌아갔다가 입시를 앞둔 지난해부터 언론에 갑자기 얼굴을 비추더니 2010년 동덕여자대학교 수시모집전형에서 방송연예과 연기자특별전형에 합격해 논란이 됐다.

학업에 대한 간절함도 일반 수험생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대학 입학 이후 몇몇 연예인의 비성실한 학업 태도 때문이다. 일반 수험생은 대학을 발판으로 취직이나 학업에 열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과 달리 연예 활동이 주 업무인 연예인의 경우 학업은 뒷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입학 시즌에만 ‘반짝 출강’하다가 드라마·영화 촬영, 음반 발표, 콘서트 활동, 해외 진출 등으로 활동이 바빠지면 ‘유령 학생’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대입을 다른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남자 연예인의 경우 학업을 이유로 군 입대 기간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대학원까지 입학할 수 있어 적어도 4년에서 많게는 7년까지 시간을 벌어 연예 활동을 늘리는 좋은 구실이 된다.

진정 학업에 뜻이 있다면 연예 활동을 잠시 쉬고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대입을 시도해야 한다. 또 ‘유령 학생’이라는 일부 연예인의 게으른 학업 태도로 인해 성실히 학업 생활을 하고 있는 상당수의 연예인까지 매도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