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The 인디’s] ‘생계형 밴드’ 십센치(10cm), 왜 인기인거야?

[Ki-Z The 인디’s] ‘생계형 밴드’ 십센치(10cm), 왜 인기인거야?

기사승인 2011-04-23 12:37:00

[쿠키 문화] 지난 2일 오후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공연장 입구는 많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인디 신의 중심인 홍대에서 거리가 가깝지 않은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누구를 보러왔을까?

데이브레이크, 몽니, 십센치(10cm)가 민트페이퍼 기획 콘서트 ‘라이브 아이콘 3’(live ICON 3) 무대에 선 것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밴드는 십센치였다. 홍대 인디 신에서 가장 핫(hot)한 그룹이다.




십센치는 권정렬(보컬, 젬베) 윤철종(기타, 코러스)으로 이루어진 남성 듀엣이다. 2010년 첫 EP앨범으로 데뷔, 아직 돌도 안 지난 신인처럼 보인다. 그러나 십센치의 역사는 2004년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숨은 고수였던 밴드 ‘해령’(Ghost of Sea)에서 시작된다. 구미 출신인 이들은 독립 록 페스티벌, K-록 챔피언십 등에서 입상해 실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권정열, 윤철종의 입대로 활동하지 못했다.

십센치의 매력은 무엇일까. 홍대 한 인디 레이블 관계자는 “아름다운 보이스 컬러에 노골적이면서도 신선한 가사로 여심을 자극한다(섹시하다고 표현했다)”며 “기타와 젬베로 이루어져 단조로워 보이지만 그 속에서 귀에 꽃이는 멜로디와 리듬감이 매력적이며 버스킹(거리공연)으로 단련된 입담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브로콜리 너마저, 장기하와 얼굴들에 이어 십센치도 2010년 데뷔 후 1년 만에 홍대에서 핫한 아이콘 중 하나로 우뚝 섰다.

이들의 인기는 앨범 판매량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월 정규 1집 ‘1.0’을 발표한 십센치는 하루 만에 초도 1만 장을 매진시키고 한 달 후 2만장도 넘어섰다. 인디 신에서 말하는 ‘대박’이다. 최근에 앨범 판매 1만 장을 넘은 아티스트는 루시드 폴, 언니네 이발관, 검정치마, 브로콜리 너마저, 장기하와 얼굴들 정도다. 이미 십센치는 인디 신을 넘어 대중들을 팬으로 만들고 있다.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는 4월의 뮤지션에 선정되었다. 각종 음악 전문 라디오 프로그램과 주말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섭외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제8회 한국대중음악상 팝 노래 최우수상을 수상해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강일권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은 당시 십센치를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를 매력적인 가사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강 위원은 “십센치는 홍대 여느 인디밴드처럼 여성적 감수성이나 일상의 소박함을 노래하는 게 아니며 서정적인 멜로디에 은근하게 깔아놓은 에로티시즘 한 가사가 잘 어우러짐이 매력적”이라며 “연주와 사운드가 발전하고 있고, 보컬이나 음악적 스타일 등에서 다양한 시도를 보여 다음 앨범이 기다려지는 밴드”라고 말했다.




페스티벌에서도 십센치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지난 1일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2011’ 1차 라인업 발표에 데뷔 만 1년이 안 된 십센치가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더구나 누리꾼이나 관계자들은 십센치를 서브무대 메인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연 기획자는 “다양한 음악으로 라인업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최근 십센치의 음악에 대한 반응이 뜨거워 섭외를 서둘렀다”고 밝혔다.

트위터 등 SNS에서 반응도 뜨겁다. 십센치 때문에 페스티벌 티켓 구매를 서두른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기 때문이다. CJ E&M 공연부분 홍보담당자는 “십센치가 지금도 이미 핫(hot)한 밴드지만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을 통해 향후 다양한 페스티벌의 러브콜을 받을 것”이라며 “페스티벌 참가가 대중에게 더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멤버의 키 차이가 10cm라 밴드 이름도 ‘십센치’다. 단순하고 명쾌하다. 스스로를 ‘맨해튼 스타일의 스마트한 생계형 밴드’라고 설명하면서 그들의 음악을 이렇게 표현했다.

“맨해튼의 바쁜 도심 속 한적한 카페 의자에 앉아 먹다 남긴 브런치를 앞에 두고 뉴욕타임tm를 읽는 뉴요커가 된 기분이 들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 곡은 실패다.”

자신감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만큼 십센치는 자신들의 음악을 잘 알고 주관이 뚜렷하다.

현재 홍대 인디 신의 추세는 어쿠스틱한 소편성 음악이다. 십센치의 음악은 앨범에서도, 라이브에서도 부족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가사와 목소리가 매력적이고 듣기 편안한 멜로디로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홍대에서 유일한 소편성 남성 듀엣으로 라이브 실력도 출중하다. 대중은 잘 꾸며지고 완벽한 듯한 아이돌 그룹에 조금씩 지쳐가고 있다. 편안하면서 가식적이지 않고 생각을 꾸임 없이 표현한 그것이 인기비결이자 매력이 아닐까.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효상 기자 islandcity@kukimedia.co.kr / 사진=쿠키DB, 십센치 공식 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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