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느 날 예능프로그램에 알이에프(R.ef) 출신 성대현이 출연했다. 일명 397세대(30대, 90년대 학번, 70년대생)들에게는 성대현은 ‘이별공식’을 부르며, 1990년대 가요계 르네상스를 이끌던 한 축이었지만, 어느 새 10대와 20대 초중반에게는 그냥 ‘개그스러운 방송인’일 뿐이었다. 또다른 멤버 이성욱도 간혹 방송에 얼굴을 비출 때, 그냥 오래 전 가수 생활을 했던 ‘올드맨’(Old Man)으로 등장했다. 397세대에게 아쉬운 장면이었다.
그들이 8년 만에 새 디지털 싱글 ‘잇츠 알이에프’(It''s R.ef)로 돌아왔다. 2004년 디지털 싱글 ‘사랑은 어려워’ 이후 재등장이다. 그러나 알이에프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1998년 해체 이후로 따진다. 그리고 알이에프 역시 이를 바란다. 이유는 R.ef가 돌아오면서 대중들에게 주고 싶은 감성은 2004년가 아닌, 1990년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는 이들의 시각은 아슬아슬하다. 마치 90년대 문화와 음악이 서서히 대중들의 추억을 건드리는 시기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하고, 만약 어설프게 컴백했다가 실패할 경우 자칫 다시는 재기하기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은 고개를 젓는다. 이들은 그냥 알이에프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통해 콘서트를 하면서 앨범 준비도 겸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철우 형의 빈자리가 커서 안하려고 했어요. 대중들은 3명을 원할테니까요. 그런데 반응이 굉장히 좋더라고요. 다시 피가 끊더라고요. 사실 2003년부터 음반 녹음 준비를 다 하긴 했는데, 소속사가 망해서 출시를 못 한 것도 있죠.” (이성욱)
“알이에프에 대한 아련한 이미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싶었죠. 알이에프란 그룹이 이랬고 이런 음악을 추구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1990년대 우리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때의 향수를 담은 노래를 다시 하는 가수가 지금은 없잖아요. 하지만 당시에 대한 재조명이 이제 시작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의 타깃은 중고등학생이 아니라, 3040 세대에요.”(성대현)
이번 앨범은 여러 가지 주목할 만한 내용들이 있다. 우선 알이에프의 후배 댄스그룹인 젝스키스 출신의 은지원이 피처링을 맡아 90년대의 향수를 더했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들에게는 젝스키스 역시 전설이지만, 알이에프에게는 아끼는 동생이자, 고마운 동생이다.
“은지원은 정말 좋은 후배에요. 과거 젝키로 활동할 때는 잘 몰랐던 음악적 색깔에 깜짝깜짝 놀라죠. 사실 알이에프 앨범에 피처링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에요. 그런데도 은지원은 자기가 우리 앨범에 누가 되지 않을까 고민하면서 열심히 작업을 해줘서 고맙죠.”(이성욱)
“은지원은 미국 하와이에서 고등학생일 때부터 알던 동생이라 애틋함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물이 돼서 부담스러운 동생이죠.(웃음) 솔직히 내가 은지원이었다면 알이에프 같은 선배들을 도와주겠다고 선뜻 나섰을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 더 고마운 것 같아요.”(성대현)
물론 은지원 뿐만 아니다. 선배 그룹 알이에프의 컴백에 또다른 후배들 역시 선뜻 나설 기세다. 이미다음 곡 피처링 지원 역시 90년대 활동한 아이돌들이다.
“젝스키스, H.O.T 등 후배들이 많은 도움을 주려고 해요. 우리의 음악적 색깔과는 약간 다를 수도 있지만 도움을 주려는 그 마음이 고맙죠. 계획대로 성사된다면 90년대 아이돌의 피처링 메들리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후속 주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젝스키스 은지원이 했으니, 이제는 h.o.t가 해야 되지 않을까요(웃음)”
앞서 거론했듯이 3인조 알이에프가 아닌, 성대현, 이성욱 2인조로만 활동한다. 박철우는 앨범 작업 전반에 관여했지만, 실제 무대에는 오르지 않는다. 이는 두 멤버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사실 철우 형이 서운해 하는 마음이 왜 없었겠어요. 다만 자신이 누가 될지 모른다고 우리 둘만 나가라고 격려해준 철우 형의 마음이 고맙죠. 내가 철우 형이었다면 두 번 생각 안 하고 ‘같이 하자’고 했을 것 같아요.”(이성욱)
“맏형이 ‘너희 둘이 해라’는 말을 했을 때 우리 표정이 어땠을 것 같아요. 울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사실 철우 형도 알이에프로 다시 무대에 서고 싶을 거예요. 왜 못 나오는지는. (웃음) 철우 형이 무대에서 최초로 쓰러지기라고 하면 어떡해요.(웃음)”(성대현)
이번 신곡은 이전과 달리 조금은 편안해졌다. 그렇지만 알이에프의 무대에서 라이브와 댄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법. 무대에 오르기 전 운동도 많이 하고, 목소리 역시 많이 가다듬는다. 그러나 이런 알이에프답지 않은 준비 모습도 어느새 397세대에게는 정겨움으로 남는다.
“다들 걱정하는 것처럼 몸이 예전 같지 않죠.(웃음) 20대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 우리 나이에 맞는 편안한 음악을 할 거에요. 예전처럼 과격한 댄스가 아니라 즐겁죠, 신난다는 느낌을 30·40대에 맞춰 주고 싶어요.”(성대현)
“목소리가 때를 타서 그런지 많이 변했어요.(웃음) 예전에는 라이브를 하고 싶어도 여건이 안 돼서 못 했는데 지금은 전부 라이브 하잖아요. 공연문화 흐름에 맞게 라이브를 중점적으로 연습하고 있어요. 다치지 않게 허리도 많이 풀어주고요.”(이성욱)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