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첫 방송 전에 PD님이 저희 뮤직비디오를 보더니 연락을 하시더라고요 사전녹화로 가자고요. 이유가 뮤직비디오 내용에서의 모습 때문에 저희가 무대에서 돌출 행동을 할까봐 걱정하신 거죠.(웃음) 저희는 놀기 좋아하고 유쾌한 것이지 절대 그런 애들 아닌데 말이죠.”
첫 정규 앨범 ‘크크타임’과 타이틀곡 ‘멘붕타임’을 들고 활동하는 힙합 듀오 크리스피 크런치(치지(Cheezy), 씨에스피(CSP))에 대한 설명은 사실상 이것으로 끝난 셈이다. 이들이 무대 위에서 혹은 뮤직비디오나 방송을 통해서 보여주는 유쾌한 바이러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일면 선입견을 갖고 보면 이들의 행동을 기괴하게 느껴질 때도 있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도 평범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 뮤직비디오 전에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사전 심의 제도를 비웃듯 ‘뮤직이 없는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행동도 과감하게 행하며, 더욱 평범하지 않은 행보도 나섰다.
“사실 사람들이 보기에 눈살 찌푸리는 장면들은 당연히 지적을 해야죠. 하지만, 지금 이 방법은 아니에요. 대형 기획사나 잘 나가는 가수들의 경우에는 다양한 홍보 방법이 있지만, 돈 없고 빽 없는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은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알리는 것이 거의 유일하잖아요. 그런데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서 심의를 받게 되면 여러 가지 제약도 있고, 활동도 못할 것이라 생각했죠. 그래서 항의해 본 거에요.”
이런 말을 하고 행동을 한다고 해서 이들이 어떤 반정부적이고, 반정책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모토는 ‘재미있게 놀자’다. 놀기 위해 무대에 오르고, 사람들에게 놀자고 말하기 위해 뛴다.
“일하는 것도 무대에 오르는 것도 즐거워요. 우선 저희가 즐겁지 않으면 어떻게 사람들에게 ‘같이 놀자’라고 말을 하겠어요. 저희 꿈도 어디 1위를 하고 그런 것도 좋지만, 즐기는 문화에 크리스피 크런치가 있다는 말을 듣고 싶은 거죠. 그리고 노는 장소에는 저희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요. 그리고 나중에는 전 세계 사람들을 상대로요.(웃음)”
이번 앨범은 신곡 6곡과 기존 곡 6곡 등 총 14트랙을 담고 있다. 타이틀 곡 ‘멘붕타임’은 크리스피크런치만의 독특한 의상, 콘셉트가 가미된 사운드 위주의 즐겁고 신나는 곡이다. 개그우먼 안영미가 피처링으로 참여하며 위트 넘치는 가사에 재미를 더했다.
사실 이번 앨범은 크리스피 크런치에게 아쉬움을 많이 남긴다. 곡 대부분이 앨범 타이틀 곡으로 손색이 없지만, 정규 앨범으로 만들다보니, 하나로 묶여져 자칫 모르는 이들에게 묻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앨범 작업 전체적으로 이들 두 명이 모두 개입하기에 더더욱 그렇다.
“곡 작업할 때 노래의 색, 안무, 무대 콘셉트 등 모두 고려하죠. 노래와 퍼포먼스, 패션까지 모두 맞춰야 한다고 보거든요. 단순하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노래를 통해 오감이 자극되어야 된다고 봐요.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그런 생각으로 하나하나 만들었고, 다들 싱글 타이틀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정규 앨범으로 모아서 나오니까 아쉬움은 있죠. 하지만 정규잖아요.(웃음)”
이들도 어느덧 크리스피 크런치로 데뷔한 지 1년이 넘었다. 무대에서 팬들의 호응도 받고, 자신들의 음악적 스페턱트럼도 점차 넓히고 있지만, 인지도 측면에서는 늘 아쉬움이 남는다. 이들 역시 안다. 더 놀고 싶고, 사람들에게 노는 방법을 알려주려면 인지도를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어쩌겠어요. (웃음) 하지만 저희가 오늘 내일 짧게 음악하고 끝낼 팀도 아니고 꾸준히 음악을 할 것이니까 걱정 없어요. 그래도 무대에서 저희가 노래 부를 때 호응해주시는 모습을 보면 곧 많은 사람들이 저희를 알아봐 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