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애프터스쿨 유닛인 오렌지캬라멜(레이나, 리지, 나나)이 지난 2010년 6월 처음 등장했을 때, 솔직히 한두번 디지털 싱글 툭 던지고 그만 둘 그룹으로 알았다. 이곳저곳에서 이벤트성 아이돌 그룹 유닛이 나왔고, 실제 그 속성이 모(母) 그룹의 휴식기 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멤버들을 띄우기 위한 것이나, 드라마 등 활동을 하는 멤버들 외의 멤버들을 쉬게 할 수 없기에 활동을 지속하는 경우였다. 때문에 오렌지캬라멜를 보는 대중들의 시각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아이돌 그룹 유닛 최초로 정규 1집앨범 ‘립스틱’(LIPSTICK)을 세상에 내놓았다. 오렌지캬라멜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 멤버들은 지금을 상상했을까.
“저희도 유닛으로 정규 앨범까지 낼 줄은 상상도 못했죠. 막내들 모여서 그냥 해보라고 해서, ‘못할 것 없잖아’라는 생각을 하게 된거죠. 처음에는 의상하고 콘셉트 보고 놀랐죠. 애프터스쿨과 너무나 다르니까요. 그런데 이것도 하다보니 이제는 익숙해져서, 도리어 어떻게 하면 더 애교 있게 잘할까라고 생각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가운데 이렇게 정규 앨범까지 냈으니 기분이 좋은게 당연하죠.”
실상 오렌지캬라멜의 수명이 단기라고 예측했던 것은 아이돌 그룹 유닛의 속성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렌지캬라멜이 보여주는 모습이 모 그룹 애프터스쿨과 180도 달랐기 때문이다. 카리스마 있고 섹시미 넘치는 군무를 보여주던 애프터스쿨과 달리 오렌지캬라멜의 안무와 무대 위 모습은 오글거릴 정도로 귀여움을 표출한다. 너무나 극과 극의 모습의 무대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것이라는 예측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 궁금함에 대한 멤버들의 대답은 능청스러웠다.
“실제로도 애프터스쿨 무대 끝나고 바로 옷만 갈아입고 오렌지캬라멜로 무대에 오른 적도 있어요. 처음에는 당연히 혼란스러웠죠. 주변에서도 우려스러운 목소리도 있었고요. 그런데 이제는 바로 바로 표정 변화시키면서 할 수 있어요.(웃음) 처음이나 그렇지, 계속 애프터스쿨과 오렌지캬라멜을 하다보니, 어느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되더라고요. 도리어 양 쪽을 하다보니, 더 시너지가 나는 것 같고요.”
그러다보니 오렌지캬라멜의 이번 앨범은 소속사 플레디스에서 가장 공을 들인 앨범이 되어버렸다. 역대 가장 많은 투자를 했고, 오렌지캬라멜 멤버들의 개성도 한층 더 살렸다. 멤버들의 개성 넘치는 솔로곡도 수록됐다.
“애프터스쿨보다 돈을 많이 들였다고 하니까 부담이 되더라고요. 망하면 안되잖아요.(웃음) CD도 굉장히 고급스러워져서, 그거 들고 인사 다닐 때 뿌듯하더라고요. 물론 욕심도 생기죠. 정규 1집이 나왔으니, 2집이나 3집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다행인 것은 이번 곡 ‘립스틱’이 음원 차트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1위를 하지는 않지만, 10위 권 안에서 계속 머물러 있더라고요. 어느 분은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앨범명과 동일한 타이틀 곡 ‘립스틱’은 전형적인 오렌지캬라멜 스타일이다. 업비트에 나오는 색소폰과 신시사이저 사운드는 듣고만 있어도 오렌지캬라멜 노래라는 것은 단번에 알 정도다. 그리고 이런 느낌을 가장 잘 설명해 준 것은 이들의 뮤직비디오다. 귀여운 표정과 발랄한 의상으로 탁구를 치는 모습은 통통 튀는 탁구공과 같은 느낌을 줬다.
“환상적인 탁구 솜씨는 모두 CG(컴퓨터 그래픽)로 만들어진 거죠. 저희가 그렇게 치면 어휴.(웃음) 하지만 뮤직비디오에서 나오는 콘셉트는 감독님이 노래의 비트에서 떠올린 것이고, 우리랑 잘 맞는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저희도 같은 생각이고요.”
오렌지캬라멜로 데뷔한 지 3년차. 이들의 꿈은 음악방송 1위다. 애프터스쿨로는 음악방송에서 1위를 해봤지만, 오렌지캬라멜로는 아직 1위의 단 맛을 보지 못했다. 막내 셋이 뭉쳐 언니들에게 보란 듯이 1위 트로피를 안겨줄 날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아마 1위하면 통곡할 지도 몰라요. 아직 못해봤거든요. 애프터스쿨로 1위도 오렌지카랴멜 멤버 전체가 다 경험해 본 것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1위 한번 하고 금방 잊혀지는 팀보다는 좋은 노래를 부르는 팀으로 모든 사람들이 오렌지캬라멜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트위터 @neocross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