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앞두고 괴로운 손가락, 근육 경직으로 통증 심해져

겨울 앞두고 괴로운 손가락, 근육 경직으로 통증 심해져

기사승인 2012-11-12 15:58:00

기온 낮아지면 혈류량 줄어 손가락 관절 부위 경직돼

[쿠키 건강] #. 남편과 아이들을 출근시킨 후 하루 종일 쓸고 닦고 집안일을 하며 보낸 지 30년 차인 전업주부 김씨(52·여)는 손에서 물 마를 날이 없다. 전기요금이 아까워 청소기 대신 직접 쓸고 닦고 빨래도 손빨래를 고집한다. 가족들의 퇴근시간이 가까워오면 양손 가득 봐온 식료품으로 저녁을 준비하고 식사 후 설거지까지 마치면 손가락 끝부터 손목까지 마디마디가 쑤신다. 이른 새벽녘이면 통증이 심해지는데 날씨가 추워지면서 손이 뻑뻑해지고 굳는 느낌까지 생겼다. 파스를 붙여가며 몇 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보내던 김씨는 손가락 마디가 부어 오르고 모양이 심하게 틀어진 걸 발견하고 병원을 찾았다. 김씨는 의사로부터 손가락관절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온도에 민감한 관절, 찬바람 불면 ‘욱씬 욱씬’

전업주부나 중년 여성들은 집안일이며 가족들 챙기느라 손을 관리할 틈이 없다. 집안일에 쉴 틈 없이 움직이는 여성들의 손은 기온이 낮아질수록 뼈마디 깊은 곳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친다. 손가락이나 손목이 뻣뻣하게 굳고 쿡쿡 쑤시는 통증, 손가락 마디가 부어 오르거나 뒤틀리는 등 변형이 나타나면 손가락 관절이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관절염은 흔히 무릎에만 나타나는 질환으로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몸은 200여 개의 관절로 이뤄져 있어 관절염은 모든 관절 부위에 생길 수 있다. 특히 많이 사용하는 관절일수록 손상을 많이 받고 약해져 관절염에 취약한데, 작은 뼈와 신경이 복잡하게 구성된 손가락 역시 잦은 사용으로 인해 관절염이 쉽게 생길 수 있는 부위다.

관절은 온도와 기압에 민감해 공기가 차고 기압이 높아지는 겨울철에는 관절 건강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제일 먼저 우리 몸의 혈류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손가락 관절 부위의 근육과 인대가 뻣뻣하게 경직되면서 통증이 심해진다.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낮은 새벽에 통증이 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관절에 발생하는 압력이 높아져 관절 공간이 부풀게 되고 이때 관절 염증 부위의 부종이 심해지기도 한다.

또한 날이 추워지면 몸이 움직임이 둔해지고 운동량이 떨어지는 것도 관절 통증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주부들의 경우 추운 날씨에 찬물로 빨래나 설거지 등 일상적인 가사활동을 하면 손이 붓거나 저리고 때로는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손가락관절염, 변형과 통증 동반

우리 몸의 관절 중 가장 활발히 사용하는 부위가 바로 손가락 관절이다. 피로가 쌓여도 즉각적인 통증을 나타내지 않고 노화가 어느 정도 진행됐을 때 증상이 나타난다. 손가락에 반복적인 힘이 가해지면 내부의 힘줄, 근육에 염증과 통증이 생기고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 관절염이 유발된다.

손가락관절염은 오랫동안 손가락을 많이 사용해 손가락 연골이 닳거나 관절낭이 퇴화해 생기는 퇴행성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보통 손가락 끝 마디 부분에 통증이 나타나고 손을 많이 쓴 후에 통증이 더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대개 아침에 일어났을 때 손가락 관절과 주위가 뻣뻣한 현상이 1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한달 정도 지속되면 위험 신호가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광석 바른세상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수부외과 세부전문의)은 “중년 여성 중 물건을 집을 때 불편할 정도로 손에 통증이 있고 손이 부어서 손가락을 잘 펴지 못하거나 손목 또는 손가락 관절의 마디가 굵어지거나 혹처럼 부어 오르는 경우, 엄지와 검지, 중지가 저리고 아프거나 손목을 돌리면 한쪽만 통증이 심한 경우도 손가락관절염 이나 손목관절염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가락관절염은 헤어디자이너, 공사장 인부, 피아니스트 등 직업상 손을 많이 쓰는 사람들에게서 발병률이 높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관절을 받치고 있는 구조여서 근육이나 인대 등이 기본적으로 남성보다 약해 연골손상이 남성에 비해 취약하다. 특히 평소 집안일을 많이 하는 주부, 그 중에서도 폐경기가 찾아오는 40대 이후의 중년 여성들이 조심해야 한다.

폐경 전후의 중년여성들은 난소의 위축으로 호르몬 생성이 감소하게 되므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감소해 골절 및 관절염을 초래한다. 또한 나이가 들면서 과체중과 노화, 관절부상과 스트레스, 근육이 약화되는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손가락관절염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손가락관절염 초기 휴식과 약물치료, 심하다면 수술

손가락관절염 초기에는 약물치료와 간단한 물리치료를 병행하면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통증이 심하고 관절이 굳어져 잘 움직이지 못하거나 변형이 심한 경우, 외상·사고로 손가락 관절에 골절이 생겼을 때는 손가락 인공관절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인공관절 수술은 보통 무릎이나 고관절, 어깨관절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손가락에도 인공관절을 넣을 수 있다. 손가락 관절염으로 인해 휘거나 관절 기능이 떨어질 경우 인공관절 수술을 통해 손가락 모양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다.

평소에 손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은 틈틈이 손가락 관절과 근육운동, 마사지 등을 해주고 손을 편안하게 쉬어주는 것이 좋다. 찬물에 손을 오래 담그는 것을 피하고 손가락에 과부하가 되는 운동은 삼가야 한다.

정재경 바른세상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수부외과 세부전문의)는 “손가락관절염이 생기면 손을 쉬게 해주고 빠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손에 통증이 생겨도 손을 움직이는 것을 잠시 쉬어주면 통증이 가라앉아 병원을 찾는 경우가 드물다”며 “하지만 손을 지속적으로 쉬게 하는 것이 쉽지 않아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계속 방치하다 보면 손가락 마디가 굵어지는 등 변형이 생길 수 있고 이런 상태가 되면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리기 어려워 인공관절 수술 등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

Tip. 손가락관절염 예방을 위한 생활 속 습관

-설거지는 미지근한 물로 한다

-물건을 들 때 손가락만으로 들지 않고, 손으로 물건을 감싸며 든다

-행주, 걸레 등을 짤 때 손가락보다 손바닥을 이용한다

-양손 가득 무거운 짐이나 장바구니를 들지 않는다

-대청소, 김장 등 손을 많이 사용한 뒤 휴식과 온찜질을 한다

-한번에 오랜 시간 동안 컴퓨터, 스마트 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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