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가 유연해진 것일까, 아니면 대한민국 청소년의 영화 인지 능력을 새롭게 바라본 것일까. 이도 저도 아니라면 영화 그 자체에 대한 후한 평가가 이뤄진 것일까.
‘남영동 1985’ ‘돈 크라이 마미’ ‘26년’ 등 사회의 묵직한 문제들을 고발한 영화들이 연이어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으면서, 관객층의 연령 확대가 이뤄졌다.
지난해 ‘도가니’가 19세 판정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이 같은 상황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물론 나름의 기준과 사정이 존재했다.
‘제2의 도가니’를 기대케 하는 ‘돈 크라이 마미’는 애초 ‘15세 관람가’가 아니었다. 자살, 살해 장면 등 폭력적인 부분이 직접적으로 표현됐고, 욕설 및 비속어 표현 등을 고려해 청소년 불가 판정이 났었었다. 그러나 김용한 감독은 청소년이 보지 못하면 의미 없는 영화라고 주장하묘, 재심의를 신청했고, 문제가 되는 일부 장면을 편집해 끝내 ‘15세 관람가’를 받았다.
‘남영동 1985’는 영화 출연 당사자들마저 반기면서 의아해 하고 있다. 고문 장면은 성인 관객들조차 쉽게 눈을 뜨고 보기 힘들며, 김종태를 연기한 박원순은 전라 노출을 감행했다.
이에 영등위는 “고문 장면에서 신체 노출이 선정적으로 표현되지 않았다. 폭력성은 고문의 잔인함을 나타내는 요소로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했다. 주제, 내용, 폭력성, 대사 등이 사회적으로 습득한 지식을 통한 이해를 고려해 15세 관람가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1980년 광주의 비극과 그 학살의 주범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한 복수극이 펼쳐지는 ‘26년’도 ‘15세 관람가’를 받았다. 정치적 색깔이 강하고, 아직도 진행 중인 당시의 비극이 그려진 것 때문에 개봉조차 불투명했던 영화가 관객층을 확대한 것이다. 영등위는 “총기를 사용한 살해 선혈 장면과 구타 등 폭력성 요소 등이 보여 지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표현되지 않았다”며 “대사 중 욕설 비속어 표현과 주제 및 내용 폭력성 공포 대사 모방위험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영등위의 이 같은 판정에 대해 영화계가 반기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고문, 성폭행, 살인 등의 장면이 사실 영화가 전해주는 메시지에 우선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때문에 15세 전후의 청소년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바라볼 지에 대한 기대감도 큰 편이다.
‘돈 크라이 마미’와 ‘남영동 1985’는 22일, ‘26년’은 29일에 각각 개봉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트위터 @neocross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