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스크린 진출, 독일까 약일까?

아이돌★의 스크린 진출, 독일까 약일까?

기사승인 2012-11-23 09:34:01

[쿠키 영화] “당신은 아이돌 스타가 나오는 영화를 돈을 주고 보겠는가?”

영화를 좋아하는 대중들에게 참 난해한 문제다. 영화 내용이 좋고 나쁨을 떠나 아이돌 스타의 출연 자체가 영화 선택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아이돌 스타들이 브라운관에 진출, 연기력 논란을 일으키는 것과는 또다른 문제다. 채널만 돌리면 볼 수 있는 브라운관과 달리 관객들의 지갑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아이돌 스타들은 누가, 어떻게 스크린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을까.

1세대 아이돌인 그룹 god 출신의 윤계상, 샤크라의 려원 등은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가수에서 배우로 입지를 굳힌 대표적인 예다. 그 뒤를 이어 그룹 미쓰에이 수지와 빅뱅의 탑도 각각 영화 ‘건축학개론’과 ‘포화 속으로’ 에 출연해 각종 신인상을 휩쓸며 가수와 연기자 두 영역에서 인정받고 있다.

여세를 몰아 JYJ의 김재중은 영화 ‘자칼이 온다’, 제국의 아이들 김동준은 ‘회사원’, 비스트 동호는 ‘돈 크라이 마미’ 등에서 연기를 펼치며 스크린에 데뷔했다. 이외에도 2AM 임슬옹은 영화 ‘26년’, 비스트 윤두준과 광희는 ‘가문의 귀환’을 통해 가수가 아닌 영화배우로 관객과 만난다.

사실 현재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에 대한 시각은 과거에 비해 많이 너그러워졌다. 이들의 연기 도전을 일종의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일부 아이돌은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선보이며 관객에게 신선함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그러워졌다’는 것이 반드시 아이돌 스타들의 연기력을 인정하고 지갑을 연다는 것은 아니다.

영화 ‘돈 크라이 마미’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한 동호는 성범죄 가해자라는 파격적인 캐릭터를 맡아 눈길을 모았다. 대다수의 아이돌이 기존의 이미지를 살린 캐릭터를 선택하는 반면, 파렴치한 악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기에는 내공이 부족했던 탓일까. 교과서를 읽는 듯한 대사로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다. 드라마 ‘로열패밀리’ ‘홀리랜드’ 등을 통해 연기력을 키웠지만, 아직 더 많은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평이다.

그렇다면 아이돌 가수의 스크린 진출, 득과 실은 무엇일까. 장점으로는 아이돌이 가진 티켓 파워와 홍보 효과를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다. 아이돌이 출연할 경우 이슈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아이돌 팬층을 흡입할 수 있다.

그러나 ‘연기’라는 전문 분야가 '아마추어 연기자'에게 침해당한다는 인식을 준다. 스타성을 믿고 처음부터 굵직한 배역을 맡게 되면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단역, 조연부터 꾸준히 올라온 전문 배우들에게 허탈감을 안기고 결국에는 배우 고유의 영역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배우, 가수라는 전문 분야가 확실히 있는 상태에서 이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일종의 이벤트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전문분야가 완전히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신인배우들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음악 활동을 하기 위해 가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 가수를 택하는 ‘징검다리’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돌의 연기도전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가요계에서도 아이돌이 독식하다시피 하는데 충분한 실력을 갖추지 못한 채 연기 영역까지 넘어와 침범하는 것은 분명한 문제다. 아이돌은 아이돌로 봐주되, 다른 사람들도 키워줄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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