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박하선이 영화 ‘음치 클리닉’에서 제대로 망가졌다. 무릎 나온 트레이닝에 부스스한 머리, 옅은 메이크업까지. 게다가 표정도 마음껏 구겼다. 취한 연기는 실제로 소주 1병을 마시고 열연했고 눈물 연기에서는 침까지 튀기며 진짜 제대로 운다.
여배우라면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예뻐 보일까’ 고민을 하겠지만 박하선은 예뻐 보이는 것 대신 리얼함을 택했다. 반전이다. 이런 솔직한 모습이 도리어 ‘이렇게 예쁜 배우였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더 아름답고 더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드라마 ‘동이’에서는 단아한 인상을 남겼고 시트콤 ‘하이킥3: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에서는 허당 캐릭터를 연기, 귀엽고 엉뚱한 모습을 선보였다. 영화 ‘음치클리닉’은 일명 박하선표 ‘털털’ 연기의 정점을 찍는다.
영화는 음치, 박치, 몸치들의 집합소인 ‘Dr.목 음치 클리닉’에서 스타강사 신홍(윤상현)과 음치 동주(박하선)가 만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박하선은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음치 탈출을 시도하는 인물이다. ‘고음불가’ 음치부터 일을 그만두고 집안에서 빈둥거리는 백수까지 꾸밈없이 표현해 냈다.
“동주는 예뻐야 되는 캐릭터가 아니었기에 편하게 찍었어요. 예쁘면 공감할 수 없는 캐릭터였으니까요. 전날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놀고 부은 얼굴로 촬영장에 가기도 했죠. 야식도 고민 없이 먹었어요. 통통하게 나와도 그 모습이 평범한 여성을 더 잘 대변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정말 이상하게 나오면 어쩌나’라는 생각에 겁도 났어요. 그런데 영화 보니까 많이 망가진 부분은 편집 됐더라고요(웃음).”
영화에서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술 취한 박하선의 눈물 연기. 이 장면을 위해 촬영 전 실제 소주 1병을 마셨고 감정에 몰입, 펑펑 울 수 있었다. 요즘에는 술만 마시면 그렇게 눈물이 난다며 귀여운 푸념을 털어놓기도.
“예전에는 술 마시면 기분이 좋아졌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그렇게 눈물이 나요(웃음). 저도 모르게 계속 울고 있어요. ‘하이킥’ 끝난 이후부터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힘들고 답답한 게 쌓여 있나 봐요. 덕분에 촬영하면서도 더 잘 울 수 있었어요. 솔직한 제 모습이 카메라에 담긴 거죠.”
지난해 아픈 짝사랑을 했다고 고백한 박하선은 영화 속 동주처럼 실제 술 먹고 울기도 하고 비 맞으며 거리를 걷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또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혼자 끙끙 앓다가 결국에는 고백하는 모습까지 동주와 많이 닮았다고.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편이에요. 그러다보니 타이밍이 안 맞을 때가 있어요. 지난해 경험한 짝사랑도 타이밍 문제였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저를 좋아했는데 제가 좋아졌을 때는 이미 친구나 동생처럼 대한다거나 뭐 그런 거요. 사랑은 정말 타이밍인 것 같아요(웃음).”
만약 배우가 안 됐다면 더 많은 사람을 만났을 것이고 편한 연애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쯤이면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도 했을 것이라고.
“평범한 삶을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해요. 아마 직장을 다니며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했을 것 같아요.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이 우선이지만 미래에 결혼을 하게 된다면 평범하게 살아보고 싶어요. 하지만 다음 세상에서나 가능한 일이겠죠(웃음).”
아직은 해보고 싶은 역할도 많고 연기의 맛에 빠져 결혼 생각을 할 수 없다고. 다음 작품에서는 팜므파탈 역이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를 표현해 내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저도 나름 섹시한 구석이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르시더라고요(웃음). 매력적인 여성의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고, 퓨전 사극도 해보고 싶어요. 아니면 더 늦기 전에 청춘 멜로물도 하고 싶고요. 못 해본 게 많아서 앞으로 도전할 캐릭터가 정말 많아요.”
배우는 어떤 캐릭터를 맡느냐에 따라 다양한 삶을 살아볼 수 있기에 더욱 매력적인 직업이다. 박하선 역시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동성 멜로 연기에 욕심난다고 털어놨다.
“손예진 선배님의 인터뷰를 봤는데 여자끼리 사랑하는 역할을 해 보고 싶다고 하셨더라고요. 저 역시 그런 동성 멜로를 정말 해 보고 싶어요. 손예진 선배님과요(웃음). 영화 ‘브로크 백 마운틴’을 보면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깊은 공감을 했고 그런 좋은 영화라면 꼭 해 보고 싶습니다.”
배우로서 한 단계씩 성장하고 있는 그는 ‘박하선 말고는 할 사람이 없겠구나’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어떤 역할을 맡든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 내고 싶다는 희망을 전했다. 본인 특유의 색으로 표현해내고 싶다고.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라고 불렸을 때 저 스스로 당당해질 수 있는 연기를 할 것이고요. 배우다운 배우 박하선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 사진=이은지 기자
홍종선 기자 dunasta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