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영화] 韓 영화 르네상스 속 ‘빈익빈 부익부’

[2012 영화] 韓 영화 르네상스 속 ‘빈익빈 부익부’

기사승인 2012-12-15 13:00:01

[쿠키 영화] 2012년 한국영화계는 풍년을 이뤘다. 천만이 넘는 영화가 2편이나 탄생했고 4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도 9편이나 등장했다. 관객수도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1억 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국내뿐 아닌 해외에서도 낭보는 이어졌다.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드높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늘도 존재했다. 다수의 작은 영화들이 ‘퐁당퐁당’ 논란을 겪으며 피눈물을 흘렸다. 민병훈 감독은 배급구조의 문제를 꼬집으며 이례적으로 자신의 영화 ‘터치’를 직접 상영관에서 내렸다.

감독과 제작사의 힘겨루기 문제도 발생했다. ‘미스터 K’의 이명세 감독은 제작사와의 갈등으로 중도하차했고, ‘남쪽으로 튀어’의 임순례 감독 역시 마찰을 빚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를 남겼다.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

최동훈 감독의 영화 ‘도둑들’이 배급사 집계 기준으로 1302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추창민 감독의 ‘광해, 왕이 된 남자’ 역시 흥행 돌풍을 일으키더니 14일 현재 누적관객수 1225만 관객을 넘어서며 ‘왕의 남자’를 꺾고 역대 한국영화 흥행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뒤를 이어 판타지 멜로 ‘늑대소년’이 65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멜로 최고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4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도 9편이나 등장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491만),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468만), ‘내 아내의 모든 것’(458만), ‘연가시’(451만), ‘건축학개론’(410만), ‘댄싱퀸’(409만)이 그 주인공이다.

이처럼 꾸준히 한국 영화들이 사랑을 받으며 올해 극장가에는 두드러진 비수기도 존재하지 않았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14일 현재까지 동원한 총 영화관객수는 1억 7994만 2470명으로 매출액은 1조 3462억 5128만 1799원이다. 이중 한국 영화의 점유율은 59.9%다.

김기덕 ‘피에타’ 황금사자상 수상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베니스국제영화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칸, 베를린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 영화가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은 ‘친절한 금자씨’(2005) 이후 7년 만이며 최고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의 문을 두드린 것은 지난 1961년 강대진 감독의 ‘마부’를 통해서다. 이 작품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특별 은곰상을 받았다. 이로써 김 감독은 해외 유수영화제의 한국영화 출품 51년 만에 최고의 영예를 품었다.

김 감독은 국내에서도 ‘피에타’로 영평상, 청룡상 등에서 작품상을 받으며 수상의 기쁨을 이어갔다.

‘퐁당퐁당’ 상영 논란

올해 역시 ‘퐁당퐁당’ 상영 문제가 끊임없이 쟁점화됐다. ‘퐁당퐁당’은 한 영화관에서 영화를 교차 상영하는 것을 말하는 영화계 은어다.

영화가 ‘퐁당퐁당’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시간대인 조조와 심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며, 1일 3회 이상 상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표면상 스크린 수가 수백 개에 이르더라도 실제로는 해당 스크린 수만큼 영화를 상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당연히 영화의 흥행과 직결되고 ‘퐁당퐁당’으로 배치받은 영화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이 같은 교차상영 논란을 겪은 영화 ‘터치’의 민병훈 감독은 자진해서 이 영화의 종영을 선언했다. 민 감독은 “서울에 사는 지인이 ‘터치’를 보러 롯데시네마 부평까지 갔다. 이게 말이 되느냐”며 부족한 상영관 문제를 꼬집으며 분통을 터트렸다. 실제 이 영화는 전국 12개 스크린에서 하루 1~2회 미만으로 상영됐다.

물론 배급사와 극장은 수입을 무시할 수 없기에 관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저예산 영화는 교차 상영으로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작은 영화’는 더 많은 관객과 만날 기회를 박탈당한다. 작품과 예술성은 뛰어나도 상업적 측면을 충족시켜주는 데 한계가 있어 외면받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결국에는 다양성 영화의 부재를 초래하게 된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은 수차례 수상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이 같은 대기업 멀티플렉스의 독과점 문제를 지적했다. 제32회 영평상 시상식에서도 “백성의 억울함을 말하는 영화가 극장 독점을 통해 영화인들을 억울하게 한다”면서 CJ 엔터테인먼트에서 배급한 ‘광해, 왕이 된 남자’를 꼬집었다.

실제 자신의 영화 ‘피에타’는 개봉 4주차를 기해 상영을 종료했다. 그러면서 다른 ‘작은 영화’들에게 상영 기회가 돌아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감독-제작자 ‘연출권 싸움’ 해결책은 없나

영화 제작자와 감독의 ‘연출권 영역문제’의 해결책은 없을까. 영화 ‘남쪽으로 튀어’의 임순례 감독은 90%가량 촬영된 이 영화에서 하차했다가 복귀했다. 제작사 이미영 대표 말에 따르면 임 감독은 제작자의 지나친 간섭으로 한동안 촬영을 중단했다가 ‘충분한 연출권’을 보장받기로 약속한 후 현장에 돌아갔다.

앞서 영화 ‘미스터 K’ 의 이명세 감독도 제작사 JK필름과 마찰을 빚어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비주얼을 추구하는 이명세 감독 스타일과 스토리에 중점을 둔 JK필름의 의견충돌이 원인이었다. 결국 이들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이 감독은 ‘미스터 K’에서 하차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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