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맑고 청순한 느낌의 배우 한효주. 환하게 웃는 모습에서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이 느껴진다. 이런 매력을 살려 시트콤 ‘논스톱’, 드라마 ‘찬란한 유산’ 등의 작품을 통해 밝고 통통 튀는 매력을 녹여냈고, 사극 ‘동이’와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는 고전적이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뽐냈다. 영화 ‘오직 그대만’에서는 슬픔을 간직한 청순가련한 여주인공을 맡아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했다.
지난 19일에 개봉한 영화 ‘반창꼬’(감독 정기훈)에서는 막무가내 외과의사 미수로 분해 고수와 러브라인을 펼친다. 미수는 당돌한 성격의 여의사로 생각하는 대로 거침없이 말하는 솔직함과 털털함을 지닌 인물이다.
지난 10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한효주는 여느 때보다 밝고 명랑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개봉 전 만난 그는 ‘배우로서의 성장통을 겪고 있다’며 축 처진 어깨를 하고 있었는데, 최근 만난 한효주는 영화에서 발랄한 캐릭터를 맡아서인지, 영화 속 미수가 튀어나온 듯 자유분방했다. 실제 이 영화를 찍으며 ‘착한여자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어릴 때부터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살았어요. 일종의 ‘착한여자 콤플렉스’가 있었죠. 그렇게 살다 보니 저는 제가 힘들다는 것조차 못 느끼고 있었어요. 그러면서 세월을 보내다 보니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냥 제가 참고 있던 것들이더라고요. 쌓이고 쌓이다 결국 표출이 되는 그런 것들이요. 그런데 바보같이 저는 그 이유조차 몰랐어요. 그러다가 자기중심적으로 사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많은 것들을 깨달았죠.”
그간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더 많이 의식했던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놓게 됐다. 지금껏 몰랐던 새로운 행복을 알게 됐고 성격과 삶의 태도 역시 바뀌게 된 일종의 터닝포인트였다.
“지금까지 제가 순서를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저를 가장 먼저 위하고 상대를 봐야 서로 행복한 거잖아요. 마음을 다르게 먹었더니 하루하루가 달라졌어요. 일하는 것도 더 즐겁고 감사함을 많이 느껴요. 제가 제 삶의 주체가 된 거죠. 다른 분들에게도 권하고 싶어요. 자신을 1순위로 생각해야 한다고. 물론 상대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지만 스스로를 가장 생각해줘야 할 사람은 본인이니까요.”
마음의 변화 탓인지 촬영장 가는 것이 너무나도 즐거웠고 배우, 스태프들 모두 가족처럼 하나로 뭉쳤다. 다시는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없을 것 같다고.
“원래 현장에서는 조금 예민하고 조용한 편인데 이번에는 캐릭터가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모두 다 친해졌어요. 밝고 즐거운 현장이었죠. 미수로 살 수 있는 기간이 끝난다는 것에 너무나도 아쉽기도 했고요. 영화의 성적이 어떻든 제게는 이런 작품을 찍었다는 추억만으로도 소중하고 만족스러워요.”
극중 한효주는 고수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펼친다. 고백은 물론이고 다리 위에 올라가 협박을 하기도. 실제 그에게도 이런 적극적인 모습이 있을까.
“그런 부분에서는 저와 많이 달라요. 평소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영화에서 할 수 있어 좋았어요. 어쩌면 아직 그만큼 좋아하는 사람을 못 만나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어떻게 변할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고수, 소지섭(오직그대만), 이병헌(광해, 왕이 된 남자), 이승기(찬란한 유산) 등 내로라하는 톱스타들과 호흡을 맞춘 그는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며 감사해 했다.
“제가 가장 감사하는 게 제 곁에는 늘 좋은 사람이 많다는 거예요.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 역시 멋있고 잘생겨서가 아니라 정말 사람이 좋은 분들이에요. 큰 트러블 없이 챙김 받으면서 촬영할 수 있다는 것. 그것도 큰 복이잖아요. 아니 어떻게 잘생긴 사람들이 성격까지 좋나요?(웃음).”
올 한해 쉼 없이 달려온 그는 아직은 쉬는 것 보다 일하는 게 더 좋다며 방긋 웃었다. 내년 목표는 인기를 떠나 오래도록 소장하고 싶은 작품을 만나는 것.
“영화의 매력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다시 볼 수 있고 그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드라마도 DVD로 출시돼 그런 작품이 많아지고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네 멋대로 해라’ ‘연애시대’ ‘커피프린스’를 정말 좋게 봤어요. 이런 작품들처럼 시간이 지나고도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게 2013년 목표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