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 아닌 연기?…‘부시맨’의 허상과 실상

사냥 아닌 연기?…‘부시맨’의 허상과 실상

기사승인 2012-12-21 17:44:01

MBC 다큐 ‘생존’, 오는 26일 첫 선

[쿠키 문화] 흔히 부시맨(Bushman)으로 알려진 산족은 수풀 속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한다. 어린 시절 ‘부시맨’이라는 영화가 인기를 끌었을 만큼 유명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부시먼’이 맞는 발음이다. 부시먼은 수풀에서 살며 독화살 하나만으로 사냥을 하는 세기의 사냥꾼으로 유명하다.

직접 독을 만드는 작업도 흥미롭다. 땅속 깊이 숨어있는 풍뎅이 번데기를 잡아 짓이겨 독을 만든다. 여기에 와일드 애스패래거스 즙을 한 두 방울 떨어뜨린다. 이렇게 완성된 독을 화살촉에 바르고 화살을 꼽기에 편리한 부시먼의 전통 복장 스팀복으로 갈아입으면 사냥 준비는 끝.

하지만 요즘에는 사냥하는 부시먼을 찾아보기 힘들다. 아프리카 나미비아 정부는 부시먼들의 사냥을 할 만한 대부분의 지역을 공원으로 만들고 사냥 금지 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구역에서 동물을 사냥하면 처벌을 받고 감옥을 간다.

정부는 대량의 다이아몬드가 매장된 사막에서 이들을 좆아내기 위해 고문과 폭력까지 일삼으며 인종 청소도 감행했다. 그리고 이들을 한 곳에 몰아 정착시킨 후 현대식 집과 수도를 설치했다.

더 이상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콜라병을 보고 놀라는 부시먼은 없다. 부시먼은 사냥을 할 수 없어 다른 방법으로 살아간다. 매일 세계에서 몰려온 관광객들을 만난다. 관광객 앞에서 춤을 추고 사냥을 재연하며 돌로 불을 지피는 시범을 보인다.

그럼에도 이들은 사냥에 대한 자부심을 잃지 않았다. 열악한 조건으로 사냥을 성공하기란 쉽지 않지만 여전히 독화살을 허리춤에 차고 사냥꾼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으려 한다. 취재팀은 70여 일간 이들을 촬영하며 마지막일지 모르는 이들의 사냥을 카메라에 담았다.

최삼규 PD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CGV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어렵게 사냥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만한 그들의 모습이 슬퍼보였다. 마치 우리나라 민속촌에서 연기자들의 관광객을 대상으로 연기하고 재연하는 모습이 떠올랐다”라며 “부시먼의 허상과 실상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제목에 쓰인 ‘생존’이라는 단어는 꼭 치열하게 죽느냐 사느냐를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라며 “나름대로의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부족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라고 덧붙였다.

‘생존’은 오는 26일 프롤로그 ‘인간, 자연과 숨 쉬다’를 시작으로 내년 1월 16일과 23일 1~2부 ‘북극해의 고래 사냥꾼, 이누피아트’와 30일과 2월 6일 3~4부인 ‘사막 최후의 원시인-나미비아 힘바족과 산족’ 등 총 5편이 방송된다. 내레이션은 가수 임재범과 배우 김재원이 참여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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