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난데없는 KAL기 폭파범 김현희 특별대담…왜?

MBC, 난데없는 KAL기 폭파범 김현희 특별대담…왜?

기사승인 2013-01-15 11:01:00


[쿠키 문화] MBC가 정규 프로그램 대신 KAL기 폭파범 김현희씨의 특별 대담 프로그램을 긴급 편성해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오전 MBC는 “특별대담인 ‘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을 오늘 11시 15분에 방송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정규 프로그램인 ‘100분 토론’은 결방한다.

MBC는 “KAL 858기 폭파 25주기를 막 넘긴 시점에 즈음해, 25년 전 일어났던 KAL 858기 폭파사건의 진실과 ‘가짜 공작원설’ 등 김현희 씨와 관련된 숱한 논란들을 김현희 본인을 초청해 70분간의 특별대담 형식으로 들어본다”라며 “유가족들을 향한 참회의 메시지와 그동안 북한 공작원 마유미가 아닌 한 여인이자 어머니인 김현희로서 살아온 25년 세월의 소회를 전한다”고 전했다.

지난 1987년 11월 29일, 대한항공 858기가 미얀마 상공 안다만 해역에서 폭발했다. 전날 밤 이라크 바그다드를 출발해 아부다비를 거쳐 방콕으로 향하던 여객기가 폭발해 탑승객 115명 전원이 사망한 사건으로,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는 일본인으로 위장한 북한공작원 김승일과 김현희가 북한의 지령에 따라 88서울 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저지른 범행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살아남아 체포된 공작원 김현희 씨가 국내에 압송된 시점이 87년 대선 전날이란 점과 블랙박스 등 비행기 잔해가 제대로 발견되지 않아 이른바 북풍을 목적으로 한 정보기관의 조작이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미 국무부가 사건직후 김현희 씨를 직접 조사해 그가 KAL기를 폭파한 북한 공작원이라고 결론 내렸고, 북한의 리근 미국국장도 6자회담에 즈음해 “우리는 KAL기 사건이후 한 번도 테러를 한 적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짜설’로 인해 어린 자녀들과 심야에 급히 거처를 옮기며 은둔해오던 김현희의 TV 출연은 지난해 TV조선 인터뷰 이후 반년 만이다.

그러나 방송 당일에 이뤄진 긴급 편성을 놓고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5년이나 지난 사건의 주인공을 갑자기 불러내는 것도 그렇지만, 이렇게 긴박하게 편성을 하는 것도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송 7시간 전에서야 녹화를 하고는 부랴부랴 편집해서 방송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통상적인 절차를 벗어난다”라며 “KAL기 폭파사건은 하루 이틀 전 터진 사안이 아니다. 긴급한 속보성 사안도 아닌데 이렇게 화급히 방송을 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노조에 따르면 김철진 시사제작국장은 이 특집대담 긴급 편성에 대해 ‘방송문화진흥회의 결의에 따른 후속조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방문진이 방송 내용을 지시했다는 말이 된다”라며 “방문진은 2003년 방송된 ‘PD수첩’의 ‘16년간의 의혹, KAL 폭파범 김현희의 진실’편(2003년 11월18일 방영)에 대한 경위 조사를 요구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방송된 지 10년이나 지난 프로그램에 대해 갑자기 진상조사를 요구해 온 것이다. 이 진상조사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라며 “그러나 김철진 시사제작국장의 말대로라면, 방문진은 ‘김현희 특별대담’이나 이에 상응하는 방송상 대응을 요구하기로 결론을 내린 셈”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객관성을 잃고 마치 10년전 방송에 대한 반성문처럼 공중파 프로그램을 낭비하게 될 경우 엄청난 후유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긴급 편성된 배경이 방문진의 월권행위인지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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