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연금 ‘열풍’ 뒤에 숨겨진 비밀… 소비자 주의 필요

즉시연금 ‘열풍’ 뒤에 숨겨진 비밀… 소비자 주의 필요

기사승인 2013-02-12 13:13:00
즉시연금 비과세기준 놓고 ‘혼선’… 전문가 “순수 노후대책 소비자만 과세 피해”

[쿠키 경제] 그동안 대표 노후 대책으로 인기를 끌던 상속형 즉시연금 가입 열풍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8월 세제 개편안에 이에 대한 비과세 혜택 폐지 내용이 포함되면서 오는 15일까지만 무제한 비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즉시연금 열풍은 조금은 시들해 질 전망이지만 이를 대체할 만한 노후 대책이 마땅치 않아 여전히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혜택규모, 적용기준 등이 계속해서 혼란을 빚으면서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상속형 즉시연금은 목돈을 맡기면 매달 이자만 받고 원금은 나중에 본인이 찾거나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보험 상품이다. 지금까지는 10년 이상 유지하면 전액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었지만,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따라 오는 15일부터는 2억원 이하까지만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이처럼 즉시연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축소됨에 따라 자산가들 사이에서 상속형 즉시연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실제로 생보 ‘빅3’인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최근 두 달 새 즉시연금 판매액은 3조원가량 된다.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15배나 증가한 규모다.

◇전문가 “2억원 이하 비과세 혜택 너무 적어”= 오는 15일 비과세 혜택 규모가 축소되지만 여전히 즉시연금 저축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즉시연금 고객이 2억원 이하의 서민층이기 때문이다. 이는 당초 정부의 세제 개편 취지와는 동떨어진 결과다. 오히려 순수한 노후대책 목적으로 3~5억원가량을 보유한 소비자들은 과세 피해를 보게 된다.

이에 관련 전문가들은 2억원 이하 금액에 대해서만 비과세혜택을 주는 것은 너무 적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통 납입보험료가 3억원정도는 돼야 월 94만4000원(연 4% 이자 적용)을 수령할 수 있는데, 이는 겨우 최저생계비를 만족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를 과세하면 수령액이 84만7000원으로 확 줄어든다.

가입액이 5억원이라 하더라도 월 수령액은 157만원으로, 정부가 조사한 적정 노후생활비 18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결국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가입하는 연금보험이 실제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은퇴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기획재정부가 부자들의 탈세를 이유로 과세를 한다고 했지만 실제 10억원 초과 납입 고액자산가는 1%도 안 된다”며 “평균 퇴직연령 53세부터 국민연금 수령시점인 60세까지의 소득부재 기간에 가교연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금수령액에 대해서는 비과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비과세 혜택 기준 애매모호, 소비자 혼란만 가중”= 비과세 적용 기준도 애매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현재 세제 개편에 따르면 2억원 초과 가입 시 1건으로 가입하는 경우와 2건 이상으로 나눠 가입할 때 과세 기준 금액이 달라지게 돼 있다. 예를 들어 3억원을 한 건으로 가입할 경우 2억원이 초과돼 3억원의 대한 과세가 적용된다. 하지만 2억원과 1억원으로 나눠 가입할 경우엔 2억원에 대해선 비과세 혜택을 보고 초과금액인 1억원에 한해서만 과세처리 된다. 문제는 초기에 1억원을 가입하고 여유가 생길 때 다시 2억원을 가입할 경우다. 이럴 경우 1억원에 한해서만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고 나머지 2억원에 대해서는 모두 과세를 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런 경우 보험사나 설계사가 1억원씩 나눠 가입하도록 권유해야 최대 2억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 자체를 소비자, 설계사들이 알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생보사의 한 설계사는 “현재 2억원 이하만 비과세 혜택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어 고객들에게 이 부분에 대해서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나눠 가입할 경우 어떤 변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모든 고객들에게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일부 생보사는 VIP 고객에 한해서만 간단하게 교육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보사 관계자는 “관심 없는 고객들과 구분해서 설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나마 자산이 많은 VIP 고객에게만 하고 있는데 사실상 유명무실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생보사 관계자는 “같은 금액을 가입하는 데 계약을 1건으로 했다고 과세를 물리고 나눠서 할 경우 2억원에 대해 비과세를 해준다는 자체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근로 소득세율도 소득구간별로 정할 수 있는데 실무적인 문제를 삼아 기준 적용을 다르게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세제팀 관계자는 “한 계약건의 금액에 대해 소득세율을 양분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이 같은 방법으로 밖에 할 수 없다”며 “개정세법 시행과 함께 전 금융기관이 판매 중인 저축성보험에 대해 상호 가입여부와 금액을 확인해 고객에게 세법 적용 기준을 명확히 알려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신중하게 가입해야”… 보험사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묻지마식’ 즉시연금 가입이 나중에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즉시연금은 재테크용이 아니라 은퇴 이후를 대비한 노후상품”이라면서 “장기 상품이라 돈이 묶일 수 있고 중도 해지하면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러한 즉시연금 ‘열풍’ 현상은 보험사 입장에서는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돈 굴릴 데가 마땅치 않기 때문. 요즘 같은 저금리에서는 고객에게 약속한 금리만큼 투자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 현재 생보사 즉시연금 상품은 연 4% 이상의 금리를 보장하고 있다. 당장은 보험사의 실적을 끌어올릴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역마진’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에 소비자들의 반향이 굉장히 크다. 최근 즉시연금 과열 현상이 심해 부담을 느낀 일부 보험사는 판매 중단에 나섰다. 정부가 부자 세테크를 방지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가입자는 퇴직금 투자 등 적립금 2억원 미만의 서민들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형국이다”고 꼬집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국 기자 jkkim@kukimedia.co.kr
김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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